▲최장집 고려대 교수.오마이뉴스
민주주의론의 대표적 석학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지난 8월 27일 고려대 법학관에서 있었던 '제3회 한국민주주의 특강' 여섯 번째 강의에서 "한국 정당구조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대변되는 강고한 보수 양당 체제가 외부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 교수의 이같은 발언은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여러가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우선 '정당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최 교수는 정당과 정당의 역할에 대해 "사회적 갈등과 균열을 표출하고 대변하며, 공익과 공공선(公共善)에 대한 여러 경쟁적인 논의와 이슈들을 정책 대안으로 조직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당이 국민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 대안을 제시하는 '대리 조직'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의 보수 양당 체제는 국민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이들의 이해가 국회라는 제도적 공간 내에서 심도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노동자·서민의 이해와 기대를 대변하는 조직과는 거리가 멀다.
한나라당은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이름으로 재벌 편향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민주당은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서민의 부담을 늘리는데 앞장서는 한편, 노동계를 압박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노동계 파업에 양당은 한 목소리로 "파업 자제"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열악한 수백만 노동자 삶의 질 개선에 관해서는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동일한 계층의 이해를 대변한다
이는 곧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현상 유지'를 지향하는 보수적 유권자 그룹만을 대변하는 협소한 대리 체제에 머물러 있음을 뜻한다. 대북관계를 접근하는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냉전세력이냐 탈냉전세력이냐'가 다를 뿐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한 경제체제 개편을 양당이 모두 수용한다는 점에서 두 당은 동일한 계층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최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냉전·탈냉전의 갈등이 햇볕정책을 둘러싸고 좁은 범위에서나마 표출되고 있는레 반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온 갈등구조는 정치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최 교수는 한국민주주의 발전은 기존 보수 독점적 양당 체제를 해체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 양당 체제 해체의 필요성이 여기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최 교수의 '보수 양당 체제 해체론'을 민주당으로 범위를 좁혀 살펴보자.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먼저 '발전적 해체론'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최근 민주당 신·구주류는 신당에 대한 현격한 입장 차로 육박전에 가까운 싸움을 벌이는 추태를 재연했다. 일찌감치 '이혼'해야 할 양쪽이 중도파의 중재로 억지로 한 이불 속에 동거하고 있으니, 이런 비상식적 행태가 발생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신주류가 주장한 '민주당 해체론'은 여전히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구주류의 반발로 신주류 스스로 민주당 해체론을 철회하고 말았지만,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는 한국 정당 발전에 커다란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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