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양경순씨. '한반도'기가 드럼 앞에 위치한 이유는 뭘까 ?허미옥
두 번째는 지난 23일(토) 동성로 공연. U대회 북측선수단 참가로 대구지역 전역이 한반도기에 들떠 있을 때 경순씨의 드럼 대고 앞에도 ‘한반도기‘가 세팅되어 있었다.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을 환영한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말 못할 또다른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드럼 앞부분 대고에 뮤트 즉 소리를 조정하기 위해 담요나 천을 넣어서 빈 공간을 메우죠. 즉 봉이 대고를 때리면 ‘둥~‘이라는 소리를 내지 않고 ‘턱‘소리가 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그룹사운드는 이런 작업을 하고 대고 앞에 ‘피‘를 대 대고를 채운 천, 담요 등을 보이지 않게 숨긴다.
경순씨는 “우리는 그 피가 없는 거에요. 만약 한반도기가 없었다면, 대고 안을 채운 담요, 천 등이 모두 보이는 상태에서 공연하게 되죠.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멋진 드럼 바로 앞부분에 위치한 대고를 보면 다양한 불순물이 구겨져 채워져 있는 것을 그대로 보니깐“
‘피‘로서 가려야 하는 부분을 ‘한반도기‘로 어설프게 가렸지만, 그 나름대로 분위기는 괜찮았다고 한다.
문화의 불모지, 경산을 바꾼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대도시가 문화적 소외감을 느낀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소외된 곳은 대도시 근교의 중소도시다. 경산도 그 경우에 해당한다. 아파트 단지가 꽤나 많지만 이 곳 입주민 대부분 생활권은 대구다. 저녁에 잠자러 들어오는 것 말고는 일, 생활, 쇼핑, 문화공연 등을 누리는 곳은 대구일 수 밖에 없다.
"경산은 대학가가 많아 음악이나 풍물 등 문화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경산지역 자체에도 풍물 인구들은 꽤나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두 모여 정기적으로 공연하고, 시민들과 함께 어울린다면 경산자체가 조금은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흥겨운 음악 속에 서로 어울리다 보면 이웃에 대한 정도 생기고.“
그 가능성을 지난번 남천 강변 공연을 통해 확인했다는 경순씨. 한강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있듯이 경산을 관통하는 남천 강변 주변 에도 고층아파트가 즐비하다. 얼마전 ‘소년소녀가장돕기‘를 위해 무대를 짜고, 엠프를 아파트 쪽으로 향하고 자선공연을 시작했다.
저녁 서늘한 강바람을 느끼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나와 있었고, 음악소리를 듣고 나온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음악회를 만들어냈던 그날 밤. 딱 한시간 동안 공연했는데 모인 수익금은 50여 만원. 10원, 100원, 1000원 등 다양한 화폐가 모여서 50여 만원을 만들었다.
“금액의 많고 적고를 떠나서 아마츄어 그룹사운드가 공연하는데 함께 즐겼던 시민들 그리고 크고 작은 금액을 기증해 준 시민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죠.“
“문화를 즐긴다는 것이 이런 것인 것 같습니다. 유명 가수가 온 공연장에서 열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고 있는 동네에서 이웃사람들과 함께 여유있게 한 순간을 즐기는 것, 그런 것 아닐까요? 뿐만 아니라 공연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웃사촌이라면 더 쉽게 어울릴 수 있죠. 경산을 바꾸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그녀의 삶, 그리고 경산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