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가 정대철 대표의 표결처리 시도를 제지하자, 이윤수 의원이 의사봉 등을 바닥으로 밀어버리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 당무회의 난투극 사태가 이미 짜여진 '작전'에 의해 치밀하게 움직인 흔적이 여러군데서 목격돼 눈길을 끌었다.
당무회의 속개가 임박한 오후 3시30분. 박상천·정균환·이윤수 등 구주류 의원들은 침묵 속의 긴장을 깨고 정대철 대표 뒤편에 잠시 모여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해찬 의원이 정 대표에 귓속말을 전한 직후였다.
2∼3분 가량 머리를 맞대고 다시 자리에 앉은 이윤수 의원은 '무슨 얘기를 나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신주류 쪽에서 '정 대표가 표결을 해 구주류에게 막히면 포기선언을 하고 나가겠다'고 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얘기를 나눴다. 정 총무는 당무회의를 연기해야 한다고 하는데 박상천 최고는 맨날 당무회의만 할 수 없지 않느냐고 하더라. 정 총무는 저쪽이 표결을 시도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앞서 몇몇 부위원장들은 회의 장 밖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 '작전회의'를 갖는 장면이 목격됐다. "000은 이렇게 하고 000은 누구를 맡아", "알겠다". 작전을 지시를 했던 그 당원은 곧 유용태 의원에게 가더니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이후 오후 3시37분. 정대철 대표는 속개를 선언하면서 표결 처리를 작심한 듯 "여러분들이 대타협의 가능성이 있을 때는 여유있게 회의를 갖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3시40분 정 대표는 이내 의사봉을 내리쳤고, 주변에 대기 중이던 구주류 쪽 부위원장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의사봉을 뺐고, 박상천 최고위원의 한 특보가 정 대표의 목을 낚아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임에도 구주류 의원들은 상당히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박 최고위원의 한 특보가 정 대표의 목을 낚아챌 무렵, 옆에 있던 정균환 총무는 "정 대표는 손대지 마!"라고 소리치며 박 최고위원 특보의 과잉대응을 제지했다.
정 대표와 약간 떨어져있던 이윤수 의원은 의사봉 등을 바닥으로 밀어냈고, 옆에서 대기하던 한 부위원장은 의사봉을 둘로 쪼개 버리는 주도면밀한 모습까지 보였다.
그리고는 구주류 쪽 김옥두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 대표에 손을 내밀며 자신을 따라올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넋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있던 정 대표는 잠시 머뭇거린 뒤 김옥두 의원의 '에스코트'를 받고 대표 집무실로 들어갔다. 물론 기자들의 출입도 봉쇄됐다.
같은 시각. 정 대표가 의사봉을 내리치는 소리가 나자마자 회의장 안팎에서 대기하고 있는 부위원장들이 3개조로 갈려 신기남 의원쪽, 이해찬 의원쪽, 김원기 고문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욕설을 내뿜으며 달려간 이들은 곧 이들 신주류 의원들을 에워싸고 있는 인간 스크럼에 의해 제지당했다. 불과 5분도 채 안 된 시간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몇몇 당원들은 양쪽의 치밀한 작전계획에 '경탄'을 보내는 듯 "큰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을 보면 역시…"라며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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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난투극 속 숨겨진 치밀한 '작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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