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학으로 입증되는 동양의 신비

동양의 심신수련 ‘명상’, 과학적 입증에 힘입어 미국내 열풍..

등록 2003.09.08 10:18수정 2003.09.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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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앉아서 하는 명상으로 왜 머리가 맑아질까?’
‘사람의 감정상태에 따라 인체는 실제로 영향을 받을까?’
‘긍정적인 생각이 인체의 면역체계를 높이고 반대로 부정적 생각은 기능을 떨어뜨릴까?’


a 명상하는 미국인들

명상하는 미국인들 ⓒ 세도나 일지명상센터

정신과 육체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는 전통사상이 깔린 동양에서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는지 모르지만, 이원론적 사고에서부터 출발한 서양의 경우는 정신과 물질의 상호작용, 이어 인간의 정신활동이 실제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인 사고가 오랜 시간을 지배해왔다.


전통적 뉴턴과학이 거시세계에 국한된 법칙이 되고, 소립자의 세계로까지 물리학이 발전하면서 정신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인정하기에 이르자, 더 이상 둘 사이에 명백한 경계를 짓는 일은 무의미해졌다.

이러한 정신과 물질의 상호작용은 물리학과 의학 분야에서 특히 발전을 하고 있는데, 특이한 사항은 그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동양의 정신과 사상, 전통의학 및 심신수련이라는 점이다. 오랜시간 자연법칙을 관장했던 뉴턴과학은 거시세계에서 미시세계로 들어갈수록 그 오류와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미시세계에서의 자연법칙과 생명활동을 설명하기 위해선 동양의 철학과 사상이 그 자리를 채워야했다.

특히 의학분야에서는 물질만능의 심리적 공황으로 인한 정신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정신적 활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과학의 잣대로 거부했던 동양의 전통의학은 이제 서양의 대표적인 대체의학의 주류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동양의 대표적 심신수련인 ‘명상(Meditation)' 또한 과학적 입증과 심신건강을 위한 서양인들의 열망으로 인해 그에 관한 연구 또한 활발해 많은 연구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유력시사주간지 <타임>은 8월 ‘명상의 과학(the Science of Meditation)’을 주제로 한 커버스토리에서 미국 내 명상 열풍, 그 의학적 근거, 쉽게 따라하는 명상수행법을 전했다. 과거 비과학적이란 이유로 치부했던 동양의 신비가 이제는 ‘무한 효능이 깃든 과학’으로 경탄하는 서구의 시각이 담겨있어 놀라울 정도다.

a 기의 성지 세도나 전경과 미국에 뿌리내린 한국의 단학

기의 성지 세도나 전경과 미국에 뿌리내린 한국의 단학 ⓒ 세도나 일지명상센터

명상은 동양문화에 대한 호기심 차원을 넘어 의학적 입증이 속속 이루어지면서 미국 전역에 동양의 심신수련인 인도의 요가, 중국의 기공, 한국의 단학 등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엘고어 전부통령을 비롯 1천만명 정도가 명상을 생활화하고 있고, 전세계 명상의 성지로 불리는 세도나에는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영혼을 달래기 위해 한 해 5백만여명이 방문한다. 세도나의 인구는 1만5천여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명상 등의 정신적 활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얼마나 증명되었을까.

최근 미국 위스콘신 대학 연구진은 '정신치료의학'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명상이 면역력을 강화하고 긍정적 감정과 관련된 뇌 부위의 활동을 증진시킨다는 사실을 제시하여 주목받았다. 연구를 주도한 Richard Davidson 박사는 “사람이 갖게 되는 감정 상태에 따라 인체의 면역 시스템의 반응도 달라져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데이비슨 박사는 실험대상자 48명에게 모두 독감백신을 접종한 뒤 이 중 반수에게만 1주일에 한 번씩 명상요법을 시행하는 동시에 매주 6일 매일 1시간씩 집에서 명상을 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실험기간 동안 두 집단의 독감 항체 형성 상태를 측정하는 한편 긍정적 감정이 일어나거나 불안이 진정될 때 활성화되는 뇌의 왼쪽 및 앞쪽 부위 활동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명상요법을 받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독감 항체가 현저하게 많아졌고 긍정적 감정과 관련된 뇌 부위의 활동도 훨씬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슨 박사는 “명상요법을 단기간 실시하더라도 뇌 활동과 면역기능에 현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한, 심리학자들은 명상이 반(反)사회적 심성을 바로잡는다고 말했다. 시애틀 근교의 한 교정시설에서 하루 11시간씩 열흘간 호흡에 집중하는 위빠사나 명상을 중증 약물중독자들에게 실시한 결과 2년 내 재수감률이 56%로, 비(非)명상수행자의 평균 재범률 75%보다 훨씬 낮아졌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존 메이슨(L. John Mason)은 ‘스트레스 감소의 길잡이(guide to stress reduction)’란 책에서 명상에 따라 마음의 상태가 달라진다고 믿으며 어떤 명상 상태에서는 신체에서 자유로운 기(氣; energy flow)를 추구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기’들은 서구과학이 명상에 따른 마음의 미묘한 변화를 아직 정량화할 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과학적인 방법으로는 밝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측정장비도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서양의 과학으로 동양의 신비가 빠른 속도로 밝혀지고 있다. 물론 인간의 지닌 깊고 거대한 정신활동을 과학으로 얼마만큼이나 나타낼 수 있을까하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안타까운 점은 지난 세기 비과학적이란 이유로 치부되어 과학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동양의 신비가 이제는 다시 서양에서 연구되고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침을 놓는 경혈에 대한 인체반응의 체계적 연구를 필두로 명상, 생명에너지(氣)를 비롯 정신과 물질에 관한 상호작용에 이르는 거의 대부분이 그 뿌리인 동양이 아닌 서양에서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은 돌이켜 볼만한 사실이다.

전세계 기의 성지, 세도나(Sedona)
나바호, 아파치 인디언족의 성지... 우리 단학도 이곳에 뿌리내려...

“신은 그랜드 캐년을 만들었지만 신이 살고 있는 곳은 세도나다(God created the Grand Canyon but lives in Sedona)”

애리조나주의 황량한 사막(해발 1천3백여m)에 위치한 소도시 세도나(Sedona). 나바호. 아파치 인디언족의 성지였던 세도나가 세계적인 '명상의 메카'로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1960년대 명상철학을 통해 인간성 회복을 꾀했던 뉴에이지(New Age)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

지난해 미국 USA투데이가 선정한 미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10곳 중 1위를 차지한 곳이기도 하지만, 특히 지구상에서 기를 많이 느낄 수 있는 볼텍스(Vortex-지구 에너지가 지상으로 나선형으로 올라오는 곳) 21군데 중 무려 5개가 밀집해 있는 곳이라 전세계 명상가들 사이에서는 더욱 유명하다.

“세도나를 처음 찾는 사람의 입에서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는 다른 일을 하고 있거나 아마도 잠을 자는 중일 것이다.” 세도나 안내책자 첫머리에 쓰여 있는 글이다.

벨락, 홀리채플, 성당바위, 커피포트락, 에어포트락, 한마당바위 등 성스러운 형상을 하고 있는 수많은 붉은 바위가 빚은 절경을 보기 위해 한해 5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전세계 수많은 종교 및 명상센터들이 몰려있는 세도나에서 특이할 점은 이곳의 가장 큰 명상센터가 바로 한인들이 운영하는 일지명상센터. 한국의 전통 심신수련법인 단학의 세계 본부이자 지구 평화운동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 곳에는 단군상, 한국민속촌, 전통무예 연마장, 씨름장 등 한국의 문화와 사상을 담은 각종 기념물과 건물이 이미 들어서거나 들어설 예정으로 있어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한인 2세들의 뿌리교육을 하는 일에 큰 몫을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고유의 전통과 철학이 전세계 기(氣)의 성지에서 휘날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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