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수거를 "법석"으로 표현했던 매일신문
이미 많은 보도들에서 언급되었지만, 예천의 현수막 수거 사건은 남한측 입장으로 보면 '황당한 사건'이지만 북측 입장으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한겨레21>은 이와 관련 '북쪽에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과 초상화를 특별하게 다루는 일을 '초상화 정성사업'이라 부른다. 북쪽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의 사진과 초상화에는 조그만 먼지가 묻어서도 안 되도록 교육받는다. 초상화는 일터나 가정에서 가장 넓고 깨끗한 방에서 의무적으로 부착하고 정성을 다해 관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 김정수 연구원은 "지극히 북한적 현상이다. 북한은 한국의 70-80년대 상황과 비슷하다. 그때는 학교와 사무실에 국민교육헌장과 대통령 사진을 걸어놓고 그것을 경외시하지 않았냐?"라며 그때를 연상한다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동아일보> 9월 1일자에서 탈북연예인 김혜영씨도 "북한에서는 비오는 날이면 김일성 동상과 김정일 초상화를 큰 천으로 가립니다.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비에 젖는다며 수거해 간 것도 그런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김 부사장이 "'교육의 의식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같은 사회주의 체제의 사상 교육에 원초적 아름다움마저도 굴절돼 버린 탓일 거란 쪽이 더 설득력이 있다"며 미의 굴절 등을 운운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아~ 북한은 우리와 많이 다르구나. 남북이 통일되기 위해서는 이 황당한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구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한겨레21>에서 탈북자(북한이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연세대 전우택 교수(사회정신의학)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덕룡 연구원이 2001년 10월 내놓은 '북한이탈주민 사회 적응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통일 뒤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살 때 생길 어려움'에 대해 탈북 동포들은 ▲가치관·사고방식·생활습관 등의 문화적 차이(28.3%) ▲경제적 생활 수준 차이(25.0%) ▲상호 이해 부족·편견 등으로 인한 화합 부족(13.4%) 등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이념·사상·제도 차이(10.9%) ▲언어 차이(10.0%) ▲지역 갈등(2.1%) 등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결국 남북한 사람들의 가치관, 사고방식, 상호이해의 부족, 상호 편견 등으로 인한 갈등 예상이 총 41.7%로, 정치·이념·사상 등의 차이로 인한 갈등 예상 10.9%보다 4배 정도 크게 나타났다.
왜 우리끼리 뭉치자고 주장하는가?
어느 퇴직 교장 독자가 물어왔다.
"하나가 되자는 응원을 같이 하던데 도대체 어느 쪽으로 하나가 되자는 거냐"고. 꽃다운 처녀들을 '두 얼굴의 미녀'로 만드는 체제로 하나가 돼야 하는가 아니면 대학생 미인대회 미녀들처럼 만드는 자유민주 체제로 하나 되는 게 옳은가 하는 의문과 혼돈이리라.
대회는 그 교장이 느낀 혼돈처럼 우리에게 '하나가 되는 꿈'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 정해야 하느냐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어려운 과제일 것 같지만 잔치바람에 더 선명하게 노출되고 더 깊게 팬 이념갈등 분쟁과 시비의 해답은 의외로 북한 미녀와 세계 대학생 미녀들의 얼굴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나된 민족 통일을 원한다면 우리 집안(남한내부)부터 먼저 이념적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 U대회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하나 되는 꿈의 가능성과 함께 자유민주 체제가 전제되지 않고는 그 어떤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이념논쟁도 무의미하고 위험하다는 점이다.
어느 한 교장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김 부사장은 대구U대회 홈페이지를 한 번이라도 열어봤으면 좋았을 것을. 대구U대회 홈페이지에는 'Dream for Unity : 하나가 되는 꿈'에 대해 사상, 이념, 종교, 인종, 문화 등 모든 경계와 차이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려는 인류 평화의 꿈을 구현하고자 한다. 특히 현 세기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남북의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하여, 진정으로 전 인류의 하나됨을 감동적으로 실현하고자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즉 그 교장선생님의 고민 "'두 얼굴의 미녀'로 만드는 체제로 하나가 돼야하는가 아니면 대학생 미인 대회 미녀들처럼 만드는 자유민주 체제로 하나 되는 게 옳은가"에는 해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이었을 텐데….
우리가 외치는 '하나'의 의미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 서로의 문화와 가치를 인정하는 세상이지, 서로 다름을 극단적으로 부각시켜 너희 편, 우리 편 등 편가르기를 위한 '끼리 끼리 모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U대회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하나되는 꿈의 가능성과 함께 자유민주 체제가 전제되지 않고는 그 어떤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이념논쟁도 무의미하고 위험하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렇게 주장하는 김 부사장의 생각이 무의미하고 위험하다. 우리가 U대회를 통해서 얻어야 할 교훈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편가르기에만 혈안이 된 언론의 오버액션'이 정말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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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의미는 'only one'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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