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껌들
껌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경망스럽다는 표현을 '껌을 짝짝 씹는다' 라고 묘사를 하고 싱가폴에서는 껌에 의해 도시가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껌의 판매를 금할 만큼 껌은 귀찮고 하찮은 존재로 인식되고있다.
이런 껌이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오랫동안, 때로는 즐기는 오락으로 때로는 소중한 장난감으로 대접받는 세월이 있었다.
어려운 시절 시골에서는 추석이 된다고 해도 잠시 먹을 것이 풍성해지는 것이지 용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삼촌이나 누나 형이 도시로 돈을 벌러 갔다 추석을 지내기 위해 귀향을 한 집의 다른 애들이 돈을 얻어 구멍가게에서 맛있는 것을 사 먹는 것이 부러워 부모님께 돈을 달라고 졸라 보지만 맛있는 음식이 집에 있는데 왜 사 먹으려고 하느냐는 핀잔만 듣고 돌아서기 십상이었다.
어쩌다 운이 좋은 경우 이런 이야기를 듣고 무안해서 돌아서는 것이 보기가 딱했는지 우리 집에 인사하러 오신 집안 어른들이 백 원짜리 한 닢을 주는 경우가 있었지만 아버지가 '애들 돈을 주면 버릇없어진다' 고 말리기 때문에 받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시집간 누나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시집살이 하는 누나가 추석 당일 친정에 올 수는 없으니 추석 다음날은 학교를 파하고 일찍 집에 와서 누나를 기다리지만 시집살이 하는 누나인들 무슨 돈이 있었겠는가. 어렵사리 친정에 다녀오겠다는 허락을 받고 시집 어른들로부터 여비를 얻어 아버지에게 드릴 작은 선물이라도 사고 나면 여유도 없었을 텐데 누나는 동생들에게 백 원 한닢 정도는 꼭 쥐어 주었다.
아무튼 어렵게 백원을 얻으면 껌을 한통 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껌 한 통을 사서 다섯 명이 하나씩 나눠 씹으면 며칠을 즐겁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놀이
껌을 씹다가 때에 절은 까만 손가락으로 껌을 얇게 펴서 손가락으로 돌돌 돌려 가며 혀를 대고 바람을 입 안으로 당기면 구멍이 생기면서 '딱!' 하는 소리가 난다. 솜씨가 좋은 애들은 한번에 '딱! 딱! 딱!'하면서 많은 구멍을 만드는데 얼굴을 찡그려 가며 꼭꼭 씹어 많은 구멍 만들기 내기를 한다.
이렇게 씹던 껌은 잠을 잘 때나 밥 먹을 때가 되면 은박지에 곱게 싸뒀다가 다음날 다시 씹지만 은박지가 없으면 책상 아래나 문지방에 붙여 두었다가 다시 씹으니 며칠을 씹을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골집에 가면 문지방이나 벽에 시커먼 껌 자국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색깔 껌 만들기
껌은 오랫동안 씹게 되면 흰색으로 변하는데 이걸 색깔 껌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은 빨강이나 파랑 크레용을 잘게 썰어 껌 속에 넣고 꼭꼭 씹으면 요술을 부린 것처럼 곱게 물이 들어 깜쪽 같이 빨강 껌 파랑 껌으로 변한다. 이렇게 하면 색깔은 곱게 변하지만 접착력이 약해져서 껌이 흐물흐물 해지는 경우가 있다.
껌을 탄력있게 하는 법
껌을 씹다가 입에 넣고 잠이 들거나 너무 오래 씹어 흐물흐물 해졌을 경우 탄력을 복원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껌 속에 소금을 집어 넣는 것이다.
장독대를 뒤져 왕소금을 찾아내 껌 속에 넣고 짠 것을 참으면서 꾹꾹 씹으면 거짓말처럼 껌의 탄력이 생겨 며칠을 다시 씹고 다닐 수가 있다.
밀로 껌 만들기
껌을 씹고 싶어도 돈이 없을 경우 임시로 껌을 만들 수가 있다.
밀밭으로 가서 밀을 꺾어 손바닥에 비비면 껍질이 벗겨지고 밀 알만 남는데 이것을 한 웅큼 입에 넣고 삼키고 싶은 욕망을 자제하며 꼭꼭 씹으면 껌처럼 탄력이 있는 밀 껌이 된다.
이제 고향에 가면 조카들에게 돈을 줘야 할 입장이 되니 솔직히 약간부담스러은 것도 사실이다. 옛날보다 모든 게 풍족해지면 돈을 달라는 요구가 없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요구하는 단가가 자꾸 높아지는 것 같다.
지난번에는 돈을 주는 것보다 물건을 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했더니 운동화를 사 달라고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었는데, 운동화가 예상보다 비싸 돈을 얼마씩 주고 끝낼 걸 하는 후회를 한 적이 있었다.
지금 내가 이런 부담을 느끼는데 어렸을 적 누나는 얼마나 부담이 되었겠으며 또한 동생들에게 용돈을 충분히 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우셨을까?
그러면서도 이번 추석에도 껌은 안중에도 없고 운동화 정도는 사 줘야 만족하는 조카들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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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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