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장외투쟁론의 허와실

전략부재에서 나온 고육책인가

등록 2003.09.09 18:46수정 2003.09.10 19:24
0
원고료로 응원
김두관 행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수용 여부를 국감 이후로 미룬 노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장외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장외투쟁은 어떤 단체가 협상능력이 없거나 협상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할 때에 동원하는 강력한 투쟁방법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전달하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그 효과는 매우 크다고 보겠다.

장외투쟁이라는 어휘는 적어도 20대 이상의 국민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장외투쟁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도심의 한복판에서 지지자들을 규합하여 구호를 외치거나 행진을 하거나 하는 방법이다. 아마도 한나라당에서 하겠다는 장외투쟁도 이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이 장외투쟁은 그 명분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사의 한 장을 기록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당은 자당(自黨)을 지지하는 국민의 의사를 집약하여 정치에 반영하고자 하는데, 그것이 권력의 반작용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을 때 장외에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함으로써 집권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써 왔고 그것이 역사를 바꾸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이번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명분도 약할뿐더러 전략부족으로 인한 돌출적인 발언으로 보인다. 근래 기자가 보는 한나라당의 전략은 매우 단선적이다. 단선적 전략이란 이내 상대방에게 간파를 당하고 마는 어설픈 것이어서 백전백패를 가져오게 된다. 여기서 상대방이란 민주당이 될수도 있고 정부도 될수 있지만 그보다 높은 식견을 갖추고 지켜보는 국민이 가장 강한 상대다.

애당초 한나라당의 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는 단순히 한나라당 자체의 결속력 강화를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한다. 상대당인 민주당내에서의 개혁신당 움직임이 가속화되면 이는 반드시 한나라당의 개혁과도 맞물려 나갈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힘을 결집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의 적을 만들어야 했다. 일부 언론과 합세하여 쉬지않고 두드리는 대통령에 대한 공격과 8·15 보수우익장외집회 참석등으로 힘이 분산되지 않도록 목표를 찾아 헤매다가, 한총련의 미군장갑차 점거건으로 김두관 장관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해임결의안을 단결된 표수로 가결하여 국민들에게 일사불란하고 강력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현재 과도기라고는 하지만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과의 차별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자는 전략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득보다는 실이 컸다고 본다. 김두관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와는 별도로 소장의원을 중심으로한 물갈이론이 힘을 얻고 있고 여론조사 결과도 한나라당에게 그리 득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예측하지 못한 것 중 하나는 김두관 장관을 잘못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제 김두관 장관의 이름석자는 초등학생까지 알게 되게 되었다. 시체말로 하룻밤 자고 나니 세상이 다 아는 유명인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키울수 있는데까지 키우겠다’는 말은 김 장관을 한나라당의 타깃으로 더 두고 보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될성부른 떡잎을 심었더니 생각지도 않은 성장촉진제를 한나라당이 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촌놈 이장에서 장관으로’가 아닌 ‘촌놈이장에서 차기대통령으로’가 전혀 ‘아니오’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언하건대 한나라당은 부단히 전략전술을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전략은 차치하고서라도 정부와 특히 대통령과의 대결에서는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나라당이 말한 것처럼 대통령은 특이한 개구리 전법을 구사한다. 발음도 비슷하지만 개구리는 게릴라와 닮은점이 많다. 게릴라전법의 특징은 ‘치고 빠지는 것’이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당직자 회의에서 노 대통령을 개구리에 비유해서 농담을 했다고 하는데, 기자로서는 이점이 답답하다. 어디로 튈줄 모르는 개구리라는데까지 파악해놓고 거기서 멈춘 것이다. 개구리의 특성을 더 이해하고 분석하여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피상에만 접근하고 실체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노 대통령의 스타일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전법을 구사하고 있다. 60년대의 복싱영웅인 무하마드 알리가 구사한 전법이지만 스피드를 요구하는 디지털 시대에 딱 들어 맞는 고도의 전술인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운운은 벌에 쏘이다 견디지 못해 벌통을 팽개치고 나와 마을 사람들에게 ‘양봉 못해 먹겠다’고 외치는 양봉업자와 다를 바 없다.

민족대이동이라는 추석의 여론몰이용을 겸하여 띄운 장외투쟁 전략이라면, 실례되는 표현이지만 또 다른 저도(低度)의 단선적 전략에 불과하다. ‘개구리’는 벌도 잘 잡아 먹는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2. 2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3. 3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4. 4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5. 5 재벌에 장군까지...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대반전' 재벌에 장군까지...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대반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