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상(坐像). 송마린(宋馬麟) 그림.동서문화사
중국에 사대도인(四大道人)이 있다. 공자와 맹자와 노자와 장자다. 공자는 춘추시대의 사상가요,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전국(戰國)시대의 사람이다. 전국시대는 난세였다. 난세는 전란이 그치지 않는 어지러운 세상이요,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사회의 기강이 무너지고, 세도인심(世道人心)이 흉흉한 황폐한 시대다.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 치세(治世)는 사는 것이 힘들지 않다. 그러나 도의가 붕괴한 난세에 바로 산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명철보신(明哲保身)의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하다.
장자는 세속적 속박에서 벗어나 우(憂)와 고(苦)가 없는 자유로운 세계에서 유유자적의 생애를 보내려면 어떤 철학,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했다. 그가 도달한 결론은 이렇다. 무위자연(無爲自然)대로 사는 것이요, 명리(名利)를 초월하는 것이요, 욕망을 포기하는 것이요, 소아(小我)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탈속의 대자유인이 되는 것이 장자의 목표였다. 이러한 사상을 담은 것이 그가 쓴 명저 '장자'라는 책이다. 그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가지고 유려한 명문으로 그의 사상을 피력했다. 그는 참으로 고금독보 (古今獨步)의 사상가다.
가장 이상적 인간은 어떤 인간일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는 어떤 것일까.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인무기(至人無己), 신인무공(信人無功), 성인무명(聖人無名)'의 열두 자다. 장자의 '내편 소요유'에 나오는 말이다.
지인은 지극한 경지,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요, 신인은 신과 같은 높은 경지에 이른 도통(道通)한 사람이요, 진인은 허(虛)와 위(僞)가 없는 참사람이다. 지인은 무기다. 기(己)는 나요, 자기요, 자아다. 무기는 사심(私心)이 없는 것이요, 이기심을 버린 것이요, 사리사욕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요, 자기욕심을 떠난 것이다.
인간은 나라고 하는 조그만 자아의 이기심과 사리사욕에 얽매여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많은 불안과 걱정과 불행과 고뇌가 생긴다. 이기적 소아(小我)에서 벗어나면 인간은 마음이 활달하고 생각이 넓어져서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 무기는 사심과 사리사욕을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