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커피 한잔에 잠을 쫓고 고단함을 달래는 막간. 세대가 다른 후배 조 순경과 선배 이 경장을 하나로 묶어주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가족 얘기를 나누자 그들 얼굴에 고인 피곤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웃음꽃이 기다렸다는 듯 피어납니다.
"신혼에 만삭인 아내가 절 이해해줘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연애 할 때부터 속을 많이 썩였는데 결혼해서까지도 계속 아내 속을 태우네요. 정말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많은데 피곤해서 잘 안 돼요.
솔직히 우리보다도 우리 직업을 이해해주는 가족들이 더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해요. 아내와 곧 태어날 우리 아이에게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고 감사한다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막 자랑스런 아빠가 될 날을 준비하고 있는 조 순경이 그의 2세와 아내에게 기사를 보여줄 것이라며 가족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간곡히 기자에게 당부합니다.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이 경장은 고순대 근무 후 책 읽을 시간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잃어버린 점이 가장 안타깝노라 하소연합니다. 이 경장은 언젠가 시집을 낼 것이라고 합니다.
"막내 아들이 절 보고 경찰관이 되겠다고 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제가 비록 경장으로 말단 직원에 불과해도 우리 애들이 절 자랑스럽게 생각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의(義)를 따르고 실천하자는 게 제 삶의 좌우명이고 의를 실천하고 싶어 경찰이 됐어요. 비록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작은 의에 불과할지 몰라도 이런 것들이 쌓여 언젠가 큰 의가 될 거라 생각해요.
또 80년대 인기 시리즈 중 하나였던 '기동순찰대'에 등장하는 고속도로 순찰대를 보며 막연히 그들의 삶을 꿈꿨죠. 근데 경찰 생활 9년만인 35세에 드디어 제가 고순대를 하며 꿈을 이룬 거예요! 고순대를 한지 1년이 넘어서는데 정말 저에겐 이렇게 적성에 맞는 일이 없어요.
내가 사랑하는 고속도로 즉, 한국의 대동맥에서 푸른 제복을 입고 생을 마칠 수 있다면 정말 여한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