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놀이·딱지치기·땅따먹기 할 줄 아세요?

대전놀이연구회 회장 김면중 교사

등록 2003.09.10 20:13수정 2003.09.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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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영
“우리나라의 전래 놀이가 500여 가지 됩니다. 하지만 몇 가지를 남기고서는 사라져가는 추세죠. 아이들이 우리 옛 놀이에 진정으로 재미를 느껴야 생활 속에 투입이 됩니다. 스스로 놀 수 있게끔 해주는 역할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대전 상지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 뒤편 게시판에는 ‘놀이로 공부해요’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는 공기놀이, 산가지 등 각종 전래놀이의 방법이 적혀있고 각종 놀이를 할 수 있는 재료들이 잘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매주 놀이 대회가 열린다. 놀이주제를 바꿔가면서 공기대회, 딱지치기 등의 대회가 진행되는 것. 매주 새로운 놀이 왕이 탄생하고 아이들은 지루할 새 없이 즐겁다.

이렇게 놀이와 공부를 접목시킨 사람은 상지초등학교 교사인 김면중(35) 선생님.

“요즘 아이들이 스스로 노는 게 없어요. 대부분 공을 차거나 기껏해야 4~5명이 모여서 1명은 게임하고 나머지는 뒤에서 구경하잖아요. 학교가 끝난 후 오후에는 학원을 가기에 놀 시간도 없고요. 제가 91년부터 교사생활을 했는데 갈수록 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가는 걸 느낍니다.”

하지만 6학년 1반 교실에서만큼은 예외다. 쉬는 시간, 체육시간, 틈이 나는 대로 놀이 한마당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공기놀이, 고누, 딱지치기, 실뜨기와 실외에서 하는 달팽이 놀이, 십자가 놀이, 3.8선, 고양이와 쥐, 깡통 술래잡기, 알까기 술래잡기, 오징어, 비석치기, 땅 따먹기 등은 6학년 1반 아이들이 모두 해봤고 상당히 좋아하는 놀이들이다. 특히 공기놀이와 고누는 일상화 된 지 오래다.

“엊그제 한 아이의 일기에는 친구 생일파티에 가서 제가 가르쳐준 놀이로 놀았다고 써있었어요. 서서히 놀이가 아이들 생활 속에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이 들었습니다. 작년에도 6학년 담임을 맡았었는데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았던 것이 뭐냐고 물어보니 놀이였다고 꼽기도 했어요.”

놀이를 시작한 후로는 삭막한 교실이 아닌 친구들과 어우러지는 교실로 변해가고 있다. 십자가 등을 하다보면 서로의 몸을 끌어당기게 되고 자연스레 가까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 아이들이 사교적으로 변해가는 것은 물론 놀이를 통해 함께 어울리고 느끼고 호흡을 하게 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니까 다툼이 줄어든다. 아이들이 공부에서는 느낄 수 없는 행복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김 교사는 ‘대전놀이연구회 놀이터’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대전놀이연구회 놀이터는 대전지역의 초등학교 교사들 15~6명으로 구성되어 지난 2001년부터 모임을 시작했다.

“제가 교사경력이 10년 차 되는 해인 2000년에 초등학교 교사이자 놀이연구가인 이상호 선생님을 초빙해서 연수를 받은 적이 있어요. 나도 놀이를 하면서 자랐지만 아이들하고 해 볼 생각은 못했거든요. 연수만으로 끝낼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져서 놀이공부도 하고 아이들한테도 가르쳐주자고 결심했죠.”


권윤영
처음에는 흥미 있어 하는 아이들도 금방 시들해지는 이유들에 대해 모임을 통해 대화와 토론을 진행하며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기도 한다. 함께 모여 교과서에 실린 놀이도 분석해보고 놀이공부도 하면서 다양한 방법과 의견들이 교류된다. 그래서 모임이 끝나면 마음이 풍족하다고.

“지속적인 연말 목표는 7차 교육과정 속에 있는 놀이를 분석해서 자료집을 내는 것입니다. 이번 학기에는 학년 합체시간에 각 반별로 비석치기, 윷놀이, 긴 줄넘기, 사방치기 등 파트를 정해서 놀이마당을 펼쳐보려고도 계획 중이에요. 운동회도 보여 주기식이 아닌 놀이마당을 펼쳐서 하루 종일 뛰어놀면서 정말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변해가야 됩니다.”

5~6년 전부터 아이들에게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개량한복을 입는다는 김면중 교사. 그는 놀이가 아이들의 생활 속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전 교사가 동참해야한다고 말한다. 온 교사들이 놀이에 빠지는 그날까지 놀이문화의 전도사 역할을 하려고 그는 결심하고 했다.

“예전에는 마을에 형이나 누나들이 동네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쳐줬어요. 편을 짜고 깍두기도 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해 내려오던 놀이가 단절이 되고 있어요. 이제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선생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직접 놀이 선배가 돼서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놀이가 생활 속에서 일상화 됐으면 좋겠습니다.”


추석날 고스톱을 왜 해?
김면중 선생님이 추천하는 추석날 즐길 수 있는 놀이

“명절 때 고스톱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명절 때는 윷놀이가 으뜸이다. 윷놀이는 윷가락을 던져서 나오는 우연한 결과에 말판을 쓰는 묘미가 있는 정말 기가 막힌 놀이이다. 다른 나라의 놀이들은 주어진 규칙 대로만 하는데 우리는 하나씩 적극적인 우연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뒷도라든가 한수 차이로만 말을 빼낼 수 있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놀이를 더 재밌게 하는 적극적인 우연이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놀이의 특성이다.

‘콩 숨어유’라는 온 가족이 할 수 있는 놀이가 있다.
이 놀이는 온 가족이 빙 둘러앉아 콩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놀이다. 한 사람이 술래를 하고 콩을 잡는다. “콩 숨어유. 콩 숨어유.”라고 말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콩을 주는 척을 한다. 그리고는 단 한 사람에게만 몰래 콩을 전해준다.

술래의 왼쪽에 있는 사람이 콩을 어디에 숨겼나 찾아내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콩을 받지 않았어도 있는 척을 해야 한다. “콩 숨어유”라고 한 바퀴 돈 다음에 술래의 왼 편에 있는 사람이 콩 있는 사람을 찾아낸다. 들킨 사람이 다시 술래가 된다.

걸리 사람에게는 “가마솥 누룽지(주무르고) 박박 긁어서(긁고) 꼬물락 꼬물락 씹으면(꼬집고) 정말 맛있어(때린다)”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벌칙을 준다.

관찰력도 필요한 놀이고, 아이들도 재밌고 어른들도 재밌고 온 가족이 콩 하나만 있으면 재밌게 놀 수 있다. 이번 명절에는 고스톱만 칠 게 아니라 ‘콩 심어유’라는 놀이를 해보자. / 권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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