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 우리가 도와요"

추석맞이'사랑의 쌀 모으기'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등록 2003.09.15 15:33수정 2003.09.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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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동에는 안양에서 유일하게 장애인이나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 어려운 이웃이 모여 사는 영구임대 아파트(484세대)가 있다.


동사무소 내 사회단체인 새마을지도자협의회를 중심으로 통·반장까지 혼연일체가 되어 십시일반으로 사랑의 쌀 모으기를 매년 명절마다 연례행사처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쌀 모으기는 부흥동 새마을협의회 부녀회장들과 통장협의회 통장들이 각 반장들과 협동하여 전 세대에 사전 방송으로 취지를 홍보한 후, 관내 주민들을 대상으로 가가호호 방문을 했다.

쌀을 내놓는 주민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경기가 어려울 때 일수록 어려운 이웃들의 고통이 클 거라"며 바가지로 퍼내던 쌀을 아예 통째로 붓는 802호 조미자씨의 넉넉한 마음과, 마지못해 통·반장의 안면을 보고 커피잔으로 절반을 내는 인색한 손길도 있었다.

마침, 쌀이 떨어졌다며 푸른 지폐를 내미는 손길과 "어쩌지요. 쌀에 벌레가 득실득실해서…" 벌레가 꿈틀거리는 쌀을 차마 낼 수 없었든지 5천 원 지폐를 내 놓는 손길은, 두부 한모 콩나물 값까지도 아끼며 사는 서민들이요, 우리의 진정한 이웃들이다.

혼자 산다는 한 총각은 "식사는 밖에서 해결하고, 가끔 간식으로 라면만 먹기에 쌀이 없다"며 슈퍼로 달려가 쌀을 사오는 등 넉넉한 인심들이 차곡차곡 모아졌다.


a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쌀을 전달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쌀을 전달하고 있다. ⓒ 김재경

장순덕 부영아파트 부녀회장은 "협조해 준 주민들께 감사드린다."며 모은 쌀을 일일이 저울로 달아 동별로 집계를 낸 후 게시판에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공고까지 했다.

이렇게 8개 단지에서 수거된 수북한 쌀더미들은 동사무소 로비에 무슨 공판장을 연상하듯 집결되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풍요롭기만 하다.

특히, LG전선(안양공장內) '사랑실천회'에서 100KG과 동민 최일용씨와 김백수씨가 각각 80KG을 흔쾌히 보탰다. 한마당 갈비집을 운영하는 안상흠씨가 40KG. 벽산 경로당회장도 10KG을 동참, 모두 2770KG (34가마 이상)의 쌀이 모아졌다. 지난 해보다도 130KG 증가된 상태다.


최일용씨와 김백수씨는 이 행사가 시작된 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후원, 주변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새마을부녀회 한복임(53세) 회장은 "고유 명절인 추석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매년 이 행사를 하고 있지요. 우리 동네에 영구 임대아파트의 어려운 이웃이 있는 한 앞으로도 지속적인 행사로 인정이 넘치는 동네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새마을협의회(회장 김광호. 49세)회원들은 10KG씩 일일이 포장하여 생활이 어려운 이웃 259세대에 지급하고 부흥중학교 여자 축구부와 범계파출소에 각각 20KG을, 8개 단지 경로당에도 각각 10KG을 전달, 훈훈한 이웃사랑을 전했다.

a 사랑의 쌀 전달 장면

사랑의 쌀 전달 장면 ⓒ 김재경

이뿐만 아니라, 새마을에서는 매년 설날에는 '사랑의 떡국 떡'을 만들어 각 어려운 세대에 3KG을 전달해 왔고, 11월에는 1천 포기 김장을 각 사회단체의 협력하에 동사무소 마당에 직접 담가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해오고 있다.

"쌀을 받아가며 이렇게 고마울 수가… 참말로 고마워요."
고개를 수 없이 꾸벅이는 가난한 우리의 이웃들, 거동이 불편한 세대에는 직접 단지에 배달까지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일수록 어려운 이웃을 십시일반으로 생각하는 사랑의 메아리가 부흥동을 시발점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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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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