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급 청장실에 별도화장실 · 밀실

[현장] 해수부 목포권 합동청사 건립 94억 '돈 잔치' 논란

등록 2003.09.16 20:19수정 2003.09.24 16:23
0
원고료로 응원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해 건립한 목포지방해양수산청 등 해양수산부 산하기관 합동청사가 일부 시설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짓는 등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 일부 기관은 업무성격상 합동청사에 입주할 여건이 되지 않는데도 유지관리비 절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리하게 한군데로 집중시킴으로써 오히려 민원인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a 최근 준공된 해양수산부 목포권합동청사 정문

최근 준공된 해양수산부 목포권합동청사 정문 ⓒ 정거배

전남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 1978년부터 여객선 부두와 인접한 목포시 산정동 삼학도에 청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목포시가 삼학도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자 신도심 지역인 목포시 옥암동에 합동청사 부지를 마련해 올해 7월말 준공했다.

그런데 목포해수청은 지난 2000년 당시 단독청사 건립을 추진하다가 해양수산부가 권역별로 산하기관이 함께 사용하는 합동청사 건립방침을 밝힘에 따라 당초 계획을 변경한 바 있다.

합동청사로 변경 건립비용 94억 원으로 늘어

해양수산부 산하 지방해양수산청은 전국에 모두 12곳, 이 가운데 목포권이 시범적으로 합동청사를 건립하게 된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이런 방침을 세운 것은 산하기관 사이에 일체감을 조성하고 시설 유지관리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원래 목포해수청 단독청사 건립예산은 40억 원에 불과했으나 합동청사로 규모가 커지면서 비용은 두 배 이상인 94억 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지난 9월 2일 준공식까지 치렀던 합동청사는 3개동에 연건평만 2400평으로 목포지방해양수산청과 해난심판원,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목포지원,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목포분소 등 해양수산부 산하 4개 기관이 입주하게 돼 있었다.

a 문제가 되고 있는 목포지방해양수산청장실 내부

문제가 되고 있는 목포지방해양수산청장실 내부 ⓒ 정거배

그러나 9월 16일 현재 목포지방해양수산청만 입주한 상태다. 목포해수청이 사용하는 건물은 지상 4층으로 1300여 평에 이른다. 전체 직원 200여 명 가운데 섬지역 등대에서 근무하는 표지과 직원 등 일부를 제외하면 청사를 이용하는 직원 수는 실제 80여 명에 불과하다고 목포해수청 관계자는 전했다.


@ADTOP@
청장실, 별도 화장실까지 갖춰

더욱이 청사 2층에 있는 목포지방해양수산청장실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해수청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청장실은 한 개 부서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인 40여 평에 달한다.

청장실은 또 화장실과 소파, 탁자 등이 비치된 별도의 밀실(4평)까지 갖춰져 있어 호화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장은 지역에서는 기관장이지만 직급은 4급 서기관에 불과하다. 이는 시ㆍ군ㆍ구 등 기초자치단체의 실ㆍ국장급에 속한다. 실제로 한 직급 위인 부시장 등 부단체장이 3급 부이사관임에도 집무실의 경우 부속실까지 포함해 통상 15평-20평에 불과하다.

같은 직급인 일선 시ㆍ군ㆍ구청 국장실의 경우도 밀실 뿐 아니라 화장실도 따로 설치돼 있지 않다. 목포시청의 경우 4급 서기관 5명이 있지만, 화장실을 따로 갖고 있지는 않다.

청사 정문 공사비만 1억, 궁궐 연상

이와 함께 청사의 대형 출입문을 보는 지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얼핏 보더라도 옛 왕궁을 연상할 정도로 위압감이 들기 때문이다. 합동청사 시공을 맡았던 ㅈ 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출입문 시공비만 1억 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목포해수청 관계자는 "모양새를 좋게 하기 위해 설계를 그렇게 한 것 같다"며 출입문 부속 건물은 당직실과 기사 대기실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청사 정문을 호화스럽게 짓자 지역민들은 "공공기관의 경우 기존 담장과 출입문도 없애는 등 주민들과 문턱을 낮추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시대감각에 맞지 않게 권위적인 모습으로 지은 것은 이해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a 목포권 합동청사 본관 건물 전경

목포권 합동청사 본관 건물 전경 ⓒ 정거배

호화판 논란이 일고 있는 청장실 문제에 대해 목포해수청 관계자는 즉답을 회피한 채 "업무가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건물을 여유 있게 지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앞으로 관장업무가 증가하거나 관련기관이 신설될 경우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당초 계획대로라면 해양수산부 산하 4개 기관이 들어와야 하지만 준공 2개월이 다되지만 9월 16일 현재까지 입주한 기관은 목포지방해양수산청 뿐이다.

일부기관 업무 불편해 입주 불투명

직제개편을 앞두고 있는 해난심판원은 조직이 어떤 형태로 통폐합 될지 확정되지 않아 합동청사 입주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해난심판원은 더욱이 목포시 항동에 지난 97년 12월 5억 원을 들여 새 청사를 건립해 사용 중이어서 합동청사로 이전할 경우 지금의 건물은 준공 6년 만에 민간에 매각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해난심판원은 해난사고 관련 업무를 맡고 있어 목포항에서 7㎞이상 떨어진 신도심 합동청사로 이전 할 경우 민원인들의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수산물품질검사원 목포지원도 합동청사로 당장 입주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주비용과 전산망 시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입주가 미뤄지고 있다.

남해수산연구소 목포분소 역시 이주비용과 관련연구 시설이 들어서지 않아 2개월째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남해수산연구소 목포분소 관계자는 "실험용 냉장시설 등 목포해수청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입주를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목포해수청 관계자는 "수산연구소 목포분소와 수산물품질검사원은 9월말까지 입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가 경비절감을 내세워 전남 목포권에 시범적으로 건립한 산하기관 합동청사가 민원인 편의와 업무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채 '돈 잔치'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총무과 관계자는 "비용효율측면에서 합동청사를 추진했고, 금년 안에 조직개편안이 마무리 되면 해난심판원 등 3개 기관이 모두 합동청사에 입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목포 해난심판원이 사용했던 6년된 청사에 대해서는 "부산에 있는 어업지도선 관리소가 목포로 이전할 경우 청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는 목포 이외에도 강원도 속초에 지난6월 합동청사를 준공한 바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