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박철
잠시 쉬는 틈에 이장님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먼저네요. 역시 이장님이라 벼 베기도 제일 먼저 시작하셨네요. 그래 올 작황이 어떤 것 같아요?”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시다.”
“올해 비가 많이 와서 소출이 줄지 않을까요?”
“그러게 말이시다. 하루걸러 비가 왔으니. 그래도 매상자루 나오는 것 보니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은데, 다 베어 봐야지요.”
옆에서 자루를 나르던 유대 아빠가 한마디 거듭니다.
“올해 틀렸어요. 비가 좀 왔어야지요. 그나저나 오늘부터 한 달 동안은 죽어 났시다. 벼 베야지. 자루 담아서 건조장까지 날라야지. 건조장에서 온도 맞춰 말려야지. 방아 찧어야지. 아이고, 이제 오줌 똥 못 가리게 됐시다. 그나저나 쌀금이 좋아야 할 텐데. 쌀금은 점점 떨어지지, 이래 갖고 누가 농사짓겠시까? 배운 이 짓이라고, 딴 건 할 수 없고 죽자 살자 땅에 매달렸는데 그나마 농사도 글러버린 것 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