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소리
"우리 아들이 전주에서 고등학교 다니고 있는데, 선생님이 수업 중에 '부안은 지금 지역 이기주의 때문에 폭력도 불사한다더라'고 학생들한테 말했다는 거여. 이 선생님이 뭘 가지고 판단한 거겠오. 다 당신들 신문 방송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오"
며칠 전 한 부안 주민이 집회를 촬영하러 온 지역 방송사 기자들에게 하소연한 얘기다.
부안 군민들의 '(지역)언론 불신'은 지난 8월 23일 전주에서 있었던 핵폐기장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이 취재 기자를 폭행하고 카메라를 파손한 사건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핵폐기장 반대 투쟁이 두 달을 넘기고 있는 지금도 대책위에서 발급하는 프레스 카드를 휴대해야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등 그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폭력성 부각, 핵폐기장 반대 투쟁의 이유 왜곡
반대 투쟁의 폭력성만을 부각시키는 피상적 기사와 군민들의 투쟁의 이유를 '보상금과 지원책이 부족한 데서 나오는 불만'으로 왜곡하는 지역 언론의 보도 태도. 급기야 지난 8일 내소사에서 김종규 군수가 주민들에게 뭇매를 맞은 사건에 대해 지역 언론,방송이 일제히 보도한 태도는 "사건 정황에 대한 정확한 보도 없이, 군수를 영웅화시키며, 주민들을 이성을 잃은 폭도로 내모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게 부안 군민들의 평이다. 군민들은 "그렇다면 두 달여 간의 투쟁 동안 부안 군민들이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이유와 경찰 폭력으로 무수하게 다친 부상자들에 대해서는 왜 제대로 보도하지 않느냐"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와 같은 지역 언론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역 언론이 가야 할 올바른 길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9월 17일 부안 수협 앞 53일째 촛불 집회장에서 벌어졌다. 문화연대, 부안핵대책위, 전북민언련이 공동주최하고, 김동민, 장호순, 전규찬 교수 등이 발제자로 참가해 무대에 선 이 토론회에서는 그간 핵폐기장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언론 개혁을 위한 다양한 과제들이 제기됐다.
부안 군민을 대표해 발언을 한 서동진(한의사)씨는 "부안 군민들의 분노는 정부와 한수원의 입장만을 확대 보도하는 언론에 책임이 있다"며 언론 방송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서 씨는 '군수 행동, 용기 있는 결단', '작은 거인 김종규', '김 군수 사전에 많은 학습-안전성 확신' 등 7월 11일 김종규 부안 군수의 기습적인 핵폐기장 위도 유치 신청에 대한 지역 신문 기사들의 카피를 사례로 들었다.
서 씨는 "부안의 현재 상항은 한수원의 74억원 홍보비 지출과 기자 관광 등 금권과 관권에 물들은 지역 언론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왜곡 보도 언론사에 대한 적극적인 항의와 구독 거부 운동을 벌일 것을 군민들에게 제안했다.
"근본적으로, 기득권 편에 선 수구 언론 개혁해야"
이어 발제자로 나선 김동민 교수(전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공동대표, 한일장신대)는 "'바위섬'이라는 노래는 외부와 고립된 광주 항쟁을 상징하는 노래였었는데, 부안도 이 '바위섬'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며 현재의 부안 군민들의 투쟁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또 "언론은 개혁을 원하지 않는다"며 "언론이라는 것은 이미 수구 기득권 세력과 한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부안 군민들도 핵폐기장 반대 투쟁을 벌이면서 언론은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라며 "작게는 '나쁜 신문' 구독 거부에서부터 시작해, 함께 언론 개혁 운동에 나서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