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정책참여 '양성 평등' 가능한가

[기획] 여성의 아산시 정책참여 현황과 실태

등록 2003.09.19 12:49수정 2003.09.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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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가 지난 8월 25일 아산시 각종 위원회의 여성위원 위촉에 관한 규정(아산시 훈령 제191호)을 제정한 뒤 시정에 여성을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부가 권장하고 있는 참여율인 30% 수준까지 확대, 참여시켜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각종 문제로 이같은 시 의지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을 갖는 시민들이 많다.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제시하는 공통적인 문제는 크게 세가지. 회의조차 안 열고 있는 위원회가 대부분이라는 점, 30% 수준까지 참여시킬 여성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이 여성들의 참여의지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위촉률(14.3%·45명)에 앞서 최악의 상태인 참여율(약 20%·45명 중 10명 이하)을 볼 때 전시성 행정으로 그칠 우려가 높은 시정 여성 참여 정책. 현황과 실태를 파악, 되짚고 양성 평등한 시 정책운영을 위해 필요한 노력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필자 주>

-글 싣는 순서-

1. 여성 시 정책참여 현황과 실태
2. 생각과 말로는 이룰 수 없다 ‘움직여라’
3. 어떻게 참여하고, 유도·활용할 것인가?


잠자고 있는 여성들
체감 전무·부실한 위원회 운영이 여성에겐 ‘수면제’


■현황


31개 위원회, 315명 중 여성위원 45명


여성 전문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아산시가 공포한 양성평등 시 정책운영을 위한  여성참여율 30% 달성은 요원하다. 사진은 온양문화제위원회의 장면.
여성 전문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아산시가 공포한 양성평등 시 정책운영을 위한 여성참여율 30% 달성은 요원하다. 사진은 온양문화제위원회의 장면.박성규
아산시는 지난 4일(목) 여성발전기본법 제15조 및 동법 시행령 제27조에 근거해 각종 위원회에 여성위원회에 여성위원 참여율 30%를 적극 추진한다고 공포했다.


이는 정책결정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서 여성의 관점 및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고, 여성이 지역사회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시의 관리대상 위원회는 온양문화제위원회 및 시정신문 편집위원회를 비롯해 총 31개 위원회로 법률, 대통령령 또는 조례에 근거한 위원회로서 위촉직이 있는 모든 위원회가 해당된다.

올 상반기 현재 아산시 여성참여 현황은 위촉직 위원 315명 중 여성위원이 45명으로 여성 참여율이 14.3%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이같은 실정은 충남 지자체 대부분이 같은 처지.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2∼3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군은 15%대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8월 25일 아산시 각종 위원회의 여성위원 위촉에 관한 규정(아산시 훈령 제191호)을 제정했다.

특히 관리대상 위원회의 여성참여 목표율 30%를 달성하고자 사회복지과 여성정책담당에서는 전문여성 인력의 지속적 발굴 및 관리를 위해 전문여성 인력조사 카드 관리, 전문여성인 포럼 개최, 여성위원의 적극적 활동지원 등을 펼치고 있다.

또한 각종 위원회 여성참여 현황, 신설 위원회 및 임기도래 위원회를 사전에 파악, 전문여성 참여 실적이 저조한 위원회 및 부재 위원회의 현황을 년 2회 해당 부서에 통보해 위원 임기 만료 시 반드시 여성으로 위촉토록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태

참여여성 5명 중 1명, 실제 참여율은 3.2%


시는 여성위원 참여율이 14.3%로 저조한 실정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위촉율로 봐야 옳다. 이유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여성위원이 10명 미만, 5명 중 1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조사결과 위촉만 됐을 뿐이지 실제로는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약 8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율은 위촉된 해당 위원회에 참여를 전제로 내세운 수치이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80%를 뺀 수치를 참여율로 봐야 옳기 때문이다. 런 계산으로 가정할 경우 시가 내세우는 참여율은 3.2%밖에 안 된다.

이렇게 여성위원들의 참여율이 낮은 것은 자신이 속해 있는 해당 위원회 업무에 대한 관심 저조가 가장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체감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아 흥미를 못 느끼기 때문.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또 한가지는 필요에 의해 참여한 인원이 아닌 해당업무를 맡고 있는 실·과 담당자들이 인원 메꾸기식 추천 또는 명분상 측근 인물을 선정해 추천, 위촉된 여성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관심과 필요성을 못 느끼니 자연적으로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는 것.

관심을 갖고 있는 또는 업무를 이해하고 소화해 낼 수 있는 전문분야에 맞게 배치하는 것이 여성위원 위촉에 있어 우선 필요한 실정이다.
여성참여 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기 위해서는 잠자고 있는 여성들을 깨워 시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매력 개발이 절실하다.

부실한 위원회 운영도 외면 이유

1년 동안 회의가 한번도 안 열린 위원회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부실한 위원회 운영이 여성들에게 외면 당하는 또 하나의 이유.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31개 위원회 중 1년 동안 한번도 안 열리거나 기본 회기도 못 채운 위원회가 반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가 열리지 않는 위원회에 위원들이 책임감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현상.

게다가 여성 참여비율이 적다보니 자신이 있으나 없으나 사안 결정에 크게 영향을 못 미치는 것도 참여의지를 꺾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여성 전문인력 턱없이 부족, 참여율 30% 달성 의문

31개 위원회 중 여성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위원회가 용역과제심의위원회를 비롯해 총 15개나 된다.

이런 현상이 생겨나는 것은 지역에 여성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성 전문인력 기근 현상이 심각한 현실을 고려할 때 시가 밝힌 참여율 30%는 요원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위원이 몇 년에 걸쳐 연임되는 현상이 심심찮게 나타나는 등 위원회의 부실 운영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성정책계 김진회씨는 “현재 지역에서 위원회에 맞는 여성위원을 찾는 것은 고사하고 참여시킬 여성 전문인력을 발굴하는 것조차도 힘든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시가 밝히 참여율 30%는 당분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30%가 갖는 의미

여성 참여율 30%가 갖는 의미는?

정책결정 시 양성평등이라는 취지도 이룰 수 없는 수치다. 이미 과반수를 배제한 수치이기 때문. 양성평등을 전제한다면 어떤 사안에 대해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50%가 맞는 수치.

그렇다면 30%의 의미를 어디에 둬야 할까? 단순히 여성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30%씩이나 참여했다는 것으로 치부해야 하는지….

아산YMCA 전성환 총무는 30%의 의미를 ‘결정권이 발동된 어떤 사안을 취소시킬 수는 없지만 이외 사안에 있어 거부권을 행사, 막을 수 있는 수치’라고 정의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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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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