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큰딸 이보람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오후 7시 10분경 전국 각지의 농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화문 사거리에서 '농민열사 이경해 동지 범국민추모대회'가 시작됐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의 단체와 전국학생연대회의,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교보빌딩 옆 도로 3차선을 점거하고 무대차를 설치했으며, 고 이경해씨의 영정은 무대 앞에 걸려있다.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촛불을 켜들고 있으며, 이들의 피켓에는 '농업은 상품이 아니다, 우리의 생명이다' '우리 농업 지켜내자' 등의 구호가 적혀있다. 집회 도중 몇몇 농민은 "미국의 입장만 대변하는 노무현 정부는 우리의 정부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옳소"라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일부 농민들은 고 이경해씨 죽음과 관련된 칸쿤 현지의 경과보고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 고인의 큰딸인 이보람씨는 "아버지께서는 우리나라 농업을 위한 하나의 불씨가 되겠다는 유언을 남기셨다,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울먹였다.
무대에 올라 발언한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WTO에 대한 항거와 투쟁을 계속하겠다"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추모사를 낭독한 송남수 한국가톨릭농민회 회장은 "오늘 밝혀 든 추모의 촛불은 WTO에 항거하는 농민 동지들의 횃불이 될 것"이라며 "WTO에서 농업 부분이 제외되고 노무현 정부의 농업개방정책이 폐지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번째 추모사를 맡은 서정의 한농연 회장 역시 "고 이경해 열사의 죽음은 기초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전세계 영세농민의 현실을 고발하고 WTO 체제의 폭력성을 폭로한 거룩한 희생이었다"며 "고인의 고귀한 희생의 뜻을 잊지 말고 농민해방의 그 날까지 끝까지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한편, 이 집회는 애초 오후 6시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집회 준비가 늦어지고 농민과 경찰이 집회 장소를 두고 충돌을 빚어 1시간 정도 연기됐다. 이날 참가한 농민들이 "집회장소가 비좁다"며 차도로 내려서자 경찰은 "인도 내 집회만 허가했다"며 이를 막아섰다. 경찰 500여명이 투입됐으며 양측은 30분 가까이 대치했으나 큰 부상은 없었다.
8시 현재 경찰은 미 대사관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버스를 이용해 인도와 도로에 바리케이트를 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