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현실, 죽음으로 고발하고 먼길 떠나다

[현장] 고 이경해씨 '세계농민장'으로 엄수...3천여명 참석

등록 2003.09.20 12:58수정 2003.09.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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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신: 20일 오후 3시50분>

운구차량, 경찰 호위 받으며 장지인 전북 장수군으로 출발
송파서장, 유족들에게 사과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고 이경해씨 세계농민장을 마친 농민들이 청와대로 가겠다며 운구차량을 앞세우고 도로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경찰이 운구차를 확보하기 위해 진입하면서 소화기를 뿌리고 유가족들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했다.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고 이경해씨 세계농민장을 마친 농민들이 청와대로 가겠다며 운구차량을 앞세우고 도로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경찰이 운구차를 확보하기 위해 진입하면서 소화기를 뿌리고 유가족들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이 운구차를 확보하기 위해 진입하는 과정에서 운구차 주변을 지키는 사람의 머리를 방패로 가격하고 있다.
경찰이 운구차를 확보하기 위해 진입하는 과정에서 운구차 주변을 지키는 사람의 머리를 방패로 가격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방패에 머리를 가격당한 사람의 미간에서 피가 많이 흐르고 있다. 경찰은 피를 흘리며 항의하는 이사람을 향해 수차례 더 같은 곳을 방패로 가격하는 잔혹한 모습을 보여줬다.
방패에 머리를 가격당한 사람의 미간에서 피가 많이 흐르고 있다. 경찰은 피를 흘리며 항의하는 이사람을 향해 수차례 더 같은 곳을 방패로 가격하는 잔혹한 모습을 보여줬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오후 3시20분께 고(故) 이경해씨의 유해가 유가족과 함께 장지(葬地)인 전북 장수군으로 떠났다. 이에 앞서 박용성 송파경찰서장은 운구차량에 올라가 소화기를 뿌리고 유족 및 농민들에게 방패를 휘둘러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경찰, 대학신문 기자에게도 '곤봉 세례'
영결식 취재하던 전대기련 기자, 눈 다쳐 병원 후송

'고(故) 이경해씨 영결식' 현장을 취재하던 한 대학 신문사 기자가 경찰의 곤봉에 맞아 눈과 머리를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20일 오후 3시께 영결식 현장을 취재하던 전국대학기자연합(전대기련) 소속 김아무개(22·A대신문 사진·사회부) 기자가 영결식에 참석한 농민을 인터뷰하던 중 갑자기 달려든 경찰의 곤봉에 맞아 왼쪽 눈과 머리를 다쳤다. 당시 김 기자는 정신을 잃어 주변에 있던 농민들이 급히 영결식 현장 한 켠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기자는 서울 영동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김 기자와 함께 병원에 있는 김동일(23·부산대 신문사) 제29기 전대기련 중앙집행위원은 "의사가 일단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봐야 자세한 상태를 알 수 있겠다고 해 촬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김 기자는 왼쪽 눈에 멍이 든 채 눈 주변이 부어 있는 상태고 두통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영결식 현장에서는 전대기련 소속 학생기자 약 6명이 공동취재를 벌이고 있었다. / 김지은 기자
박 서장은 유족과 만나 "오늘 벌어진 사태에 대해 내가 책임을 지겠다, 이에 대한 공식 사과는 차후에 하겠다"며 공식 사과를 약속했다. 또한 경찰이 뿌린 소화기 분말로 하얗게 뒤덮인 운구차량을 직접 닦기도 했다.

이에 유족들은 유해를 청와대가 아닌 전북 장수군으로 내려보내기로 결정, 운구차량에 올랐다. 경찰은 '패트롤 카'를 앞세워 운구차량을 호위했다.

한편 이에 앞서 서정의 한농연 회장을 비롯한 한농연 중앙 집행부 10여 명의 농민들은 "경찰은 유족뿐 아니라 농민들에게도 사과를 해야 한다"며 운구차를 가로막기도 했으나 박 서장이 "추후 오늘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한 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중재해 별다른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3시45분 현재 올림픽 공원 앞에서는 일부 농민들이 남아 경찰의 폭력 진압에 항의하는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나머지 농민들은 추모 노제를 지내기 위해 전북 장수군으로 출발했다.


<제2신 : 20일 낮 1시>

경찰, 운구차량에 소화기 세례... 농민들 '흥분'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던 농민들이 송파구청앞 네거리에서 경찰에 가로막히자 경찰버스위로 빈 상여를 밀고 올려 넘기려하고 있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던 농민들이 송파구청앞 네거리에서 경찰에 가로막히자 경찰버스위로 빈 상여를 밀고 올려 넘기려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이 고 이경해씨의 운구차량 주변에 있던 농민들을 도로밖으로 끌어 낸 뒤 차량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경찰이 고 이경해씨의 운구차량 주변에 있던 농민들을 도로밖으로 끌어 낸 뒤 차량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고 이경해씨 영결식에 참가했던 농민들의 행렬을 막는 과정에서 경찰이 운구차에 올라가 소화기를 뿌리고 유족과 농민들을 폭행해 집회 참석자들의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이 사태는 일부 농민들이 운구행렬을 막아선 경찰버스에 오르고 만장을 매단 대나무를 휘두르며 버스를 흔드는 등 항의하자 경찰이 농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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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경찰버스에 올라선 농민들을 끌어 내리는 과정에서 유해가 있는 운구차량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농민과 유가족에게 소화기를 뿌리고 방패를 휘두르는 등 강경 진압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고인의 운구차는 소화기 분말이 여기저기 묻어 흉물스럽게 됐으며 유족과 농민들이 경찰의 방패에 맞아 살갗이 찢기는 등 상처를 입었다.

흥분한 농민들은 "경찰이 유해를 보호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운구차를 훼손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들고있던 음료수 캔과 플라스틱 생수병을 던지며 항의했다. 또한 일부 농민들은 통곡하기도 했다.

현재 농민들과 유족들은 "경찰이 어떻게 고인 가는 길에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느냐" 며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고인의 둘째 딸 고은씨는 "오늘 사태에 대해 경찰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겠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가족들끼리 회의를 거친 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경찰을 향해 흙과 화분을 집어 던지고 있다.
농민들이 경찰을 향해 흙과 화분을 집어 던지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한 농민이 진입해온 경찰을 향해 보도블럭을 집어 던지고 있다.
한 농민이 진입해온 경찰을 향해 보도블럭을 집어 던지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송파구청앞 네거리에서 경찰이 진압작전을 시작한 가운데 한 농민이 얼굴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송파구청앞 네거리에서 경찰이 진압작전을 시작한 가운데 한 농민이 얼굴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제1신: 20일 낮 12시15분>

"고인의 장지는 청와대"
고 이경해씨 영결식 참가 농민 3000여명, 잠실 도로 점거


일부 농민들이 "청와대로 가야한다"며 상여앞으로 가로막고 있다.
일부 농민들이 "청와대로 가야한다"며 상여앞으로 가로막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1일 멕시코 칸쿤에서 '반 세계무역기구(WTO) 시위' 도중 자결한 고(故) 이경해씨의 영결식에 참가중인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연) 전북도연합회 회원들이 장지인 전북 장수군으로 향하려던 운구 행렬을 막아섰다.

한농연 전북도연합회는 "고인을 그대로 장수로 보낼 수 없다, 고인의 장지는 청와대"라고 주장하며 고인의 시신을 청와대로 운구할 것을 제안했다.

김진필 한농연 전북도연합회 정책부회장은 "고인의 유언이 (정부에)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의미하게 고인을 보낼 수 없다"며 "고인의 장지는 청와대"라고 말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고인의 뜻이 정부의 농업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청와대로 가야한다"며 '청와대 행'을 주장했다.

농민들이 불타는 WTO깃발을 바라보고 있다.
농민들이 불타는 WTO깃발을 바라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농연 전북도연합회 측의 '돌발 제안'으로 현재 농민 3000여명(경찰추산 2000여명)이 낮 12시15분 현재 올림픽 공원-롯데 백화점 잠실점 방향 왕복 8차선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 중이다.

애초 한농연 중앙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행사 주최 측은 영결식 후 유해를 장지인 전북 장수군으로 보낸 뒤 서대문 독립문에서 추모집회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전북도지부 소속 농민들이 '청와대 행'을 요구함으로써 경찰과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농연 전북도연합회의 제안에 정현찬 전농 의장은 "현재 각 농민단체 대표들과 이후 계획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하지만 애초 계획됐던 독립문에서의 추모집회는 예정대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현장에 9개 중대 1000여명의 대원을 배치한 경찰은 "장례식임을 감안해 최대한 충돌이 없도록 노력하겠지만 청와대로의 행진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충돌도 예상된다.

상복을 입고 참석한 농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상복을 입고 참석한 농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고(故) 이경해씨 영결식 '세계농민장'으로 엄수돼
농민 3000여명 참석...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의원들도 영정에 헌화

▲ 고 이경해씨의 세계농민장이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다. 고인의 상여가 장례식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1일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렸던 멕시코 칸쿤에서 자결한 고(故) 이경해씨의 영결식이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에서 엄수됐다.

이씨의 유해는 장례식이 치러졌던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인해 꽃상여에 실린 채 올림픽 공원 평화의 문 앞 광장에 옮겨졌다.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3000여 명의 농민들은 꽃상여를 앞세우고 수백 개의 만장을 든 채 500여 m의 긴 행렬을 이루며 고인의 뒤를 따랐다. 이들이 든 만장에는 "농민도 국민이다. 우리 농업 사수""WTO 협상 저지"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고인을 추도하는 묵념으로 시작된 영결식에서 서정의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연) 회장은 영결사를 통해 "WTO가 농민을 죽인다며 피를 토하고 쓰러지신 열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농업을 포기하려는 정부와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WTO에 대한 강력한 투쟁을 통해 우리 농업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영결식은 '세계 농민장'으로 치러졌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 농민단체들이 고인을 위한 추모사를 보내오기도 했다.

전 세계 70여개국 120여 개 농민단체가 가입돼 있는 국제 농민조직인 '비아 캄페시나'(농민의 길)에서도 추모사를 보내왔다.

비아 캄페시나의 공동대표인 라파엘 알레그리나·폴리 콜슨·헨리 사라기씨는 추모사를 통해 "고인의 죽음은 세계 농민의 좌절과 분노의 깊이를 보여준 계기가 됐다"며 "그런데도 WTO는 농민을 죽이는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 세계 농민은 멕시코 칸쿤 투쟁을 계기로 세계 농민의 권익과 삶의 향상을 위해 연대해 나가겠다"며 "우리의 의지와 희망을 세계화하자"고 말했다. 애초 이들은 이경해씨 영결식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한국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이 거부돼 입국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결식은 멕시코 칸쿤 현지에서 녹음된 고인의 육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단병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권영길 민주노당 대표·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추모객들의 헌화로 마무리됐다. 또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이양희(한나라당)·정세균(민주당) 의원 등도 고인의 영정에 헌화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헌화하던 국회의원들을 향해 한 농민이 "농업개방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이런 곳에는 무엇하러 왔느냐"며 "이런 데 얼굴 내비칠 생각하지 말고 농민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고 소리 치기도 했다.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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