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고통"

'근이완증'으로 고통받는 아버지와 두 아들...어머니마저도 뇌병변으로 불구

등록 2003.09.22 14:47수정 2003.09.2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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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고통일 수밖에 없다."

유전염색체 결함으로 근육이 줄어들고 관절이 굳어 가는 근육이완증(근이완증)이라는 아버지의 병을 대물림 받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증 장애 형제가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a 진표군 형제의 가족 사진

진표군 형제의 가족 사진 ⓒ 김준회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사는 홍재석(49)씨와 홍씨의 두 아들 현표군(고1) 진표군(중2) 등 일가족 3명이 '진행형 근육이완증(근육디스트로피)'이라는 불치병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형제의 어머니 차영미씨(39)마저도 뇌병변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어 컵조차 들 수 없는 장애를 앓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족이 살고 있는 13평 아파트가 홍씨 앞으로 되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은 물론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가난에 허덕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온 가족의 장애로 살림은 팔순 어머니가 도맡아 하고 있지만 홍씨의 '혼자벌이'로 생활고까지 겪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실정이다.

현표군 형제가 이 병의 증세를 보인 것은 모두 어릴 때부터. 그러나 가족들이 이 병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형 현표군이 5살 때 인대를 늘리는 수술을 받은 것이 이들 형제의 병력 전부다.


현표군은 이미 사지 소아마비에 ‘까치발’로 걸어다닐 정도로 병이 진행되어 있다. 당장 휠체어에 의존해야 할 판이다. 보도블록조차 남의 도움 없이는 보행이 어렵다.

a 근육이 줄어들어 걸을때 '까치발'로 걸을 수 밖에 없어 걷는것 조차 불가능해져 가고 있다.

근육이 줄어들어 걸을때 '까치발'로 걸을 수 밖에 없어 걷는것 조차 불가능해져 가고 있다. ⓒ 김준회

진표군도 병세가 계속 진행되며 악화돼 형과 비슷한 ‘까치발’로 걸어다니고 있다. 걷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차바퀴에 깔려 발가락이 골절된 적도 있다.

하지만 경제 형편이 어려워 병원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살림은 홍씨의 막내 동생인 순용(38·파주시 문산읍)씨와 형제들이 조금씩 도와주고 있지만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버지 홍씨도 언어장애까지 겹친 선천적인 이 병의 환자다. 14살 때 중학교를 그만두고 파주읍에 위치한 한 금고 생산직에 입사해 30년을 다니고 있다. 그러나 ‘까치발’로 걸어야 하는 불편한 몸에 힘든 일을 할 수 없어 한달 벌이가 기껏해야 1백만 원 안팎이다.

홍씨는 "아이들이 걷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속 시원하게 진찰이라도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홍씨에게는 ‘자신의 불행을 대물림 받은’ 아들들이지만 큰 희망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 절망적이지 않고 밝은 성격에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표군은 대학에서 컴퓨터 그래픽 분야를 전공하기를 희망하고 있고 막내 진표도 컴퓨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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