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영
“우리 아들이 몸은 비록 장애일 망정 내 기분에는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보다 대견합니다. ”
묵묵히 오토바이를 수리하는 이주봉(33)씨의 손길이 바쁘다. 그런 아들을 아버지 이주휘(64)씨가 대견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내 걱정스러움이 얼굴을 스친다.
대전 오정동 대길오토바이센터. 며칠 후 있을 가게 오픈을 앞두고 부자는 기대감이 들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앞서는 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한번의 실패를 경험한 후 문을 여는 것이기 때문. 그리고 주봉씨는 뇌막염으로 인해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이다. 하지만 오토바이 수리실력은 똑 소리가 날 만큼 뛰어나다.
“뇌막염으로 다리가 불편하고 말이 어눌합니다. 어려서부터 몸이 너무 부드러워서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했죠. 4살 정도에 뇌막염이란 것을 알게 됐어요. 완전히 성장한 후에 수술을 하라고 했는데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아직 수술을 못했습니다.”
주봉씨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15년 동안 오토바이 기술을 배웠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뜯었다 고쳤다가를 반복하는 그를 보고 오토바이 센터에서 기술을 배우게 했다. 그리고 지난 98년 가게를 차렸다. 주휘씨는 “이 당시가 가장 행복했었다”라고 말했다.
“친구들한테도 내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몸 건강하지, 돈 벌지, 내내 마음의 걱정이던 아들도 자리를 잡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도 잠깐이었다. 착한 심성을 가진 주봉씨는 친구들에게 수시로 돈을 꿔줬고 보증을 서줬다. 급기야는 한 달 전 가게 문을 닫아야만 했다.
“5년 동안 너한테 잘하는 사람 경계하고 보증서주지 말아라, 돈 꿔주지 말라고 해도 너무 착해서 친구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다 받아줬어요. 늘 아들이 걱정스럽고 제 마음이 안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