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 어디까지 왔나

고이즈미 총재 재선으로 본 일본의 우경화

등록 2003.09.23 15:11수정 2003.09.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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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가 자민당 총재에 재선했다. 이제 다시 3년간은 고이즈미 체제로 일본은 정치적 순항을 계속해 갈 것으로 보인다. 재선을 한 고이즈미는 발빠르게 인선에 착수했고 그의 정책에 탄력을 불어넣을 인사들이 속속 중용되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인물은 대표적 강경파로 알려진 아베신조(安部晋三) 당 간사장이다. 아베는 작년 9월 북일정상회담 때 고이즈미를 수행하며 당시 일본인 납북자 중 8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즉시 총리에게 평양공동선언을 거부하라고 직언했다. 그 후 그는 일본으로 귀국한 납북 일본인 문제에 전념하면서 메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당 3역 인사 중 3선에다 각료 경험도 없는 그가 당서열 2위인 간사장에 임명된 사실로 보아 향후에도 강력한 대내외 정책이 실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베신조 간사장의 중용은 오는 11월에 있을 총선거 승리를 의식한 절묘한 포석이다. 현재 일본은 대외관계(특히 대북한 관계)이든 대내 문제이든 우익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그 여세에 편승하여 고이즈미는 자민당 총재에 재선하였고 향후 총선에서 압승을 노리고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우익인사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를 빼놓을 수 없다. 이시하라는 우익분자로 추정되는 자가 일본 외무부의 대북한 정책에 불만을 품고 외무심의관 자택에 폭발물로 보이는 물체를 장치한데 대해 ‘당연한 일’이라고 발언해 불길처럼 번져가고 있는 우경화에 기름을 끼얹은 인물이다. 이시하라가 이제까지 보여온 일련의 태도로 보아 폭발물이 실제로 터져 살상 사건이 일어난다 해도 그는 ‘당연한 일’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도쿄 총리라 불리우는 이사하라의 발언 파장과 맞물려 이번 고이즈미의 재선은 향후 일본의 우경화 급속 현상을 예견할 수 있는 전조다. 이시하라의 발언이 있은 직후 도쿄도생활국이 이틀간에 걸쳐 자체 집계한 도쿄도민 여론을 보면 이시하라 발언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396명으로 반대한다는 의견 383명보다 더 많았다.

이러한 우경화는 단지 일본 내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와 같은 우경화는 일본의 국수주의를 부추겨 어떤 형태로든 주변국이 염려하는 방향으로 치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이즈미는 2년 5개월 전 총리에 당선되자마자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시작한 이래 해마다 되풀이 하고 있다. 그가 참배를 할 때마다 일본의 우익들은 기세를 높여 왔고 언제부터인가 신사참배는 일본 사회에서 자연스런 일이 되었다.

더욱이 지난 1년 간은 납북 일본인 문제로 인해 그 줄기마저 튼실해졌다. 이러한 우익 분위기를 등에 업고 국민을 결집시킨 고이즈미는 차제에 자민당의 힘을 빌어 헌법개정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의 자위대는 자위책만을 위해 만들어진 본래의 한계를 벗어나 미국의 요청에 의한 해외파병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명실공히 군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개헌이 된다면 일본이 ‘천황의 옥음(玉音)을 받들어 다른 나라를 유린했던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하며 일으킨 태평양 전쟁은 불과 60여년전인 1941년으로 일본에서는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그 때 당시 활약(?)했던 일본의 젊은이들은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의 노년층이 되어 아직도 건재하다.


매년 8월이 되면 전시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행사가 되풀이 되고 있으며 그 당시 참전자들의 무용담이 신문 지면을 요란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재 일본의 우익은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으며 고이즈미의 장기 집권으로 인해 더욱 상승 기운을 타고 있다.

1990년 이후 일본 우경화 주요 일지

1990. 1. 나가사키 시장, 천황 전쟁 책임 발언으로 우익에게 총격당함
1994. 7. 사회당 출신 무라가미 총리, 자위대 용인 발언
1996. 7. 하시모토 수상, 수상으로서는 11년만에 야스쿠니신사 참배
1997. 1.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발족
1999. 5. 주변 사태법 등 새로운 가이드라인 관련 3법 통과
1999. 8. 국기·국가법 통과
2000. 1. 중·참의원에 헌법 조사회 설치
2000. 5. 모리 수상,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신의 나라’ 발언
2001. 4.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제작 역사 교과서, 검정 합격
2001. 8. 고이즈미 총리, 야스쿠니신사 참배
2001. 12. 해상 보안청 순시선, 동지나해상에서 공작선과 총격전
2002. 4. 고이즈미 총리, 야스쿠니신사 참배
2002. 5. 후쿠다 관방 장관, 비핵3원칙 정책 전환 가능성 언급
2002. 9. 고이즈미 총리, 북한 방문. 북한 일본인 납북사실 인정
2003. 1. 고이즈미 총리, 야스쿠니신사 참배
2003. 3. 중앙교육심의회, ‘향토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 함양’ 제안
2003. 6. 유사법제 3법, 국회의원 약 9할의 찬성으로 통과
2003. 7. 이라크 부흥 지원 특별 조치법 통과
2003. 8 고이즈미 총리, 2005년까지 헌법개정 검토 표명
2003. 9. 이시하라 도쿄도지사, 정부관리 자택 폭발물 설치 ‘당연’ 발언.
2003. 9. 고이즈미 총재 재선, 당 간사장에 매파 아베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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