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용화 시대, 우리말의 쓰임새는 어떠한가

방송에서도 우리말 잘못 사용 비일비재

등록 2003.09.24 01:20수정 2003.09.2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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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을 가장 정확하게 쓸 것 같은 사람은 당연히 국어학자다. 하지만 최근 정부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도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청소년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과서에서도 수많은 오류가 발견되는 마당이니 제대로 된 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찾아내기란 어려울 듯 싶다.

인터넷과 휴대 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들을 일'만큼이나 '쓸 일'도 많아졌지만 국어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줄임말이나 이모티콘, 알아보기도 힘든 '외계어'를 국어 밖으로 몰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정확한 국어 사용 능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의 국어 사용 능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자에 대한 지식 부족과 국어 정서법에 대한 무관심이 국어 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비단 청소년만 탓할 일이 아니다. 국어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방송이나 신문에서도 국어를 잘못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흔히 쓰는 표현들 중에서 '무심코 '들린' 영화관'은 '들른'이 맞는 표현이며, ''유래'가 없는 봄가뭄'은 '유례'로 고쳐야 맞는 표현이다.


방송에서의 오류는 걷잡을 수 없이 많다. 표준어를 구사해야 하는 방송에서 비어를 표준어처럼 사용하는 예는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글처럼 퇴고를 할 수 없는 일과성을 지니는 방송이라는 특성을 방패 삼아 잘못된 국어 사용에 대한 시정 노력은 지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방송에서 흔히 잘못 쓰는 문법의 오류는 조사의 오용이다. 예를 들어 '목포'로' 출발해 인천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는 '목포'를' 출발해 인천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로 고쳐야 맞다.

이외에도 '이'와 '의'의 사용을 혼동하거나 유정명사에 쓰이는 조사를 무정명사에 사용하는 예('미국에게'가 아니라 '미국에'라고 써야 맞다), 한자 어휘 오용, 어미의 오용, 시제의 오용, 사동법·피동법의 오용, 주술 관계 호응을 무시하거나 필요한 성분을 아예 생략하는 오류, 수식어 구성의 오류, 접속 구성·어순 구성 오류, 문법적 근거없이 구어체적 습관을 그대로 작문에 적용하는 예 등 상당 부분이 검토되지 않은 채로 방송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심지어는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자막 중에는 오타가 아닌 맞춤법의 오류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오늘날 방송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매체이다.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국어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우리말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국어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도 이렇듯 허점투성이인데 일반 사람들은 오죽하랴. 영어 공용화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에 우리말이 사람들의 관심 속으로 들어오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영어 문법 알기에는 혈안이지만 국어를 바르게 쓰려는 노력은 전무하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드셨지만 국어를 바르게 사용하고 지켜내는 것은 현재 우리 몫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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