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송구스럽다"에 실망

[주장] 청와대의 해명 브리핑 형식적인 사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등록 2003.09.25 09:28수정 2003.09.2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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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태풍 '매미'가 몰아닥쳐을 때, 가족 비서들과 한가롭게 공연관람과 외식을 즐긴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직접한 것도 아니고, 대변인을 통해 짤막하게 "송구스럽다"고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런 사과조차도 '청와대 브리핑'의 관련보도를 보면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자신들이 정말로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채, 비난 여론이 비등하니 그저 피해가기식으로 형식적인 사과를 한 것으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대변인을 통해서 전해진 간접적이고 형식적인 사과도 그렇거니와, '브리핑'에서는 그나마 형식적인 사과의 내용은커녕 반성의 모습도 전혀 없이 장황한 변명과 자기합리화로만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술 더 떠서 오히려 국민을 탓하고 가르치려고까지 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태풍 '매미'는 몇일전부터 예고되어 있었고, 전국에서 수만 명의 공무원들이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24시간 전부터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가 있었다. 태풍은 노 대통령 일행이 공연관람과 외식을 하기로 되어 있던 그 시간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되어 있었으며, 예보대로 정확히 그 시간대에 몰아닥쳐서 노 대통령 일행이 유유자적 여가를 즐기던 바로 그 시간 동안 나라 안에서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가 일어나고 있었다.

나라 안에 엄청난 재난이 발생할 것이 이미 정확히 예고되어 있었음은 물론 그 규모도 대개 예상되고 있었는데,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경건하게 마음을 가다듬으며 국민들의 고통에 동참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자신은 미리 다 지시를 내려놓았으니 할 일 다했다는 식으로 정위치를 벗어나 가족 측근들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유유자적 놀러다니는 대통령을 어떻게 봐야하나. 기본적인 자질문제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을 것 같다.

'청와대 브리핑'에서는 다음과 같이 끝을 맺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라며 감정적인 비판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이 맡은 직무에 충실할 수있도록 나름의 여유를 주는 것도 우리 사회가 2만 달러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후에 그렇게 비판을 듣고서도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반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구차한 변명과 자기합리화를 늘어놓는 것도 모자라 엉뚱한 궤변으로 오히려 국민을 가르치려고까지 드는 오만함에 이르러서는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보좌진의 근본적인 성찰과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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