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가을 노래 뭐 좋은 거 없을까? 가사 생각나지 않아도 괜찮은데….”
“글쎄….”
“한번 생각해 봐.”
“그냥 콧소리로 흥얼거려도 괜찮아?”
“응.”
중학교 2학년, 3학년 두 아이는 각자 감청색, 연초록 가방을 들고 가을 산길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 양 옆으론 소도 뜯지 않는 코스모스가 소녀와 소년을 감쌌다. 품었다. 향기도 싸하게 스며들었다.
얼마 걷지 않아 누군가 흥얼거린다.
“음~음음~음 음~음음~음 으으으으음~
음~음음~음 음~음음~음 으음음~음음….“
아직 검정치마에 하얀 반팔 블라우스 입은 소녀, 회색바지에 하늘색 상의 하복을 입은 소년은 하얀 꽃을 보면 창백해지고, 분홍 꽃을 보면 발그레 수줍어한다.
“후두두둑 척-.”
풀무치 날아 길을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