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된 백제의 다섯 악기최인
‘천음야화‘가 뭘까? 궁금증을 안고 개막공연에 참석한 관객들은 차츰 백제향로에 얽힌 의문을 풀어 가면서 백제의 그 장대함과 찬란한 역사를 새삼 느꼈다.
천음야화는 바로 고대 백제라는 국가가 해상 물길을 따라 정처없이 여러 국가를 다니면서 사상과 문화를 교류한 실증적 얘기를 고증을 통해 재현한 음악과 현지 촬영 영상, 대상 국가의 민속공연단의 공연 등을 통해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생생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고대 백제인들의 문화의 여정이 바로 ‘2003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보여준 ‘소리 스펙타클-백제물길의 ’천음야화’였던 것이다.
조금 딱딱했을까?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일부 관객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지만 마지막까지 자리를 뜨지 않은 관객이 훨씬 더 많았다.
3회째로 접어든 전주세계 소리축제가 이제 좀더 체계적이고 정리된 느낌을 준다는 평을 들었다. 소리축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이번 개막 공연을 통해 제시한 셈이 된다.
소리축제라는 틀을 만족시켜주면서도, 그 틀 속에서 안주하지 않고,
또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소리축제의 방향성을 제시한 보기 드문 역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반면에 축제가 너무 학구적(?) 이었다는 평도 바로 나왔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개막공연을 찾은 관객에게는 1시간 40여 분에 이르는 공연 시간이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인지 중간에 자리를 뜨는 관객들도 있었다.
중간 중간 눈과 귀를 끌고, 시각적 효과도 충분하게 줬다고 볼 수 있지만 다소 지루한 느낌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국가의 역사적 조명을 통해 소리와 연관된 얘기를 구성하고, 그 얘기의 전개를 위해, 새로운 곡을 작곡하고 해당 국가를 찾아가서 현지 모습을 촬영한 것 등은 이제까지 찾아 보기 힘 들었다.
옥에 티 하나! 천음야화 종료 시간을 불과 10여분 가량 남겨 놓았을까
갑자기 무대 오른편쪽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 났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전기선을 잘못 밟아 전선 합선으로 갑자기 환한 불꽃을 내면서 화재 직전까지 간 것이다. 자칫하면 큰 불이 일어날 수 있었던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옥에 티 둘! 그냥 넘어 갈 뻔 했던 것이지만 용납이 안 되었다. 마침 백제의 물길 흔적이 뒤바뀌어 상영된 국가의 관계자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공연 끝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중년의 남자가 공연이 한창인 무대위에 올라 성큼 성큼 관통해 무대 오른편에서 중간 중간 장면해설을 하던 해설자에게 뭔가를 얘기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알고 보니 이 중년 남성은 베트남 관계자였으며, 갑자기 무대위에 올라 무대를 관통해 해설자에게 다가간 원인은 뜻밖에도 베트남 관련 영상이 베트남이 아닌 ‘캄보디아’였던 것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큰 실수, 다 된 밥에 코 빠트리기라는 말이 있다. 작은 것 같지만 너무 큰 실수였다. 개막공연에는 70여명의 외국 사절단도 있었다.
다행히 공연이 끝나고 해설자가 공개적으로 사과했지만, 조금은 아쉬운 장면이었다. 아무튼 크게 보면 해마다 정체성 논란이 있었던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이번 3회째 개막공연을 통해서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스스로 찾았다는 평가를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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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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