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투쟁중인 씨티즌 노동자들

일본 원정 투쟁 중인 씨티즌 노동자들, 그 118일간의 일지

등록 2003.09.28 19:59수정 2003.09.2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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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 안창규

1978년 마산 자유무역지역에 60여명으로 시작된 한국 씨티즌은 1988년까지 2900여명의 직원과 135억원의 흑자를 낸 대기업으로 성장을 한 시계업체이다. 2000년까지 7,8만개 정도의 수주량을 유지한 한국 씨티즌은 2001년도 들어 주문량이 4,5만개로 떨어지면서 폐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노조위원들과의 밀실교섭을 통해 2003년 1월 22일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한국 씨티즌과 기습합의로 폐업을 발표, 폐업을 발표한 노조위원장을 잡고 4시간의 협상 끝에 협상무효화각서와 함께 한국씨티즌폐업결회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사측의 불법적 폐업 철회를 요구했다.

현재까지 회사 측과 3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성과를 보지 못한 채 폐업조치 이후 8개월이 지난 상태이다. 한국씨티즌과의 협상이 원활하지 않아 이에 노조원들은 본사가 있는 일본에 원정투쟁단을 보내 일본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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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폐업철회 ⓒ 안창규

이번 원정투쟁단은 3차 원정투쟁단으로 현재 6명의 조합원이 일본본사와 현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1, 2차 투쟁단은 주로 일본투쟁을 위해 숙소 및 일본시민단체와의 접촉을 통해 연대투쟁에 기틀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반면 이번 3차 원정투쟁단은 그것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일본 본사와의 협상, 일본시민단체 및 일본노동조합들과의 연대투쟁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 1차 원정투쟁단이 일본에서 투쟁을 시작한지 113일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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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즌 지원단 발족식에서... ⓒ 씨티즌 일본 투쟁단

3차 원정투쟁단은 지난달 19일부터 일본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한일민중네트위크와 교류회를 통해 연대를 약속받았으며 일본의 노동조합들과의 만남을 통해 현지 많은 노동조합들이 씨티즌 사태에 대해서 관심을 표명하고 협조를 받아냈다. 지난 26일에는 한일민중네트워크와 일본 여러 노동조합단체들이 모여 씨티즌 지원단을 출발시켰다.

당일 한국에서는 씨티즌 노동조합 박성희 위원장이 구속되어 8개월 실형을 받은 날이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날이었지만 일본 안에서의 본격적인 투쟁의 발판을 마련한 날이기도 하다. 이날 씨티즌 지원단 모임에서 씨티즌 노동조합원들은 새로운 각오를 밝혔다.

앞으로 일본 시민단체와 노동조합들과 함께 일본 본사 씨티즌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래는 씨티즌 노동조합원 박순례씨(48)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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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즌 노동자 박순례씨 ⓒ 안창규

-일본에는 언제 오게 되었는가?
"이번 3차 원정투쟁단에 합류해 지난 8월 19일에 오게 되었다.

-이번 3차 원정투쟁단의 성격은?
"1, 2차 원정투쟁단은 그동안 일본 시민단체와 여러 일본 내에 있는 노동조합과 만나서 협조를 구하고 본격적인 투쟁을 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면 이번 3차 원정단은 그 발판으로 본격적인 투쟁을 하는게 목적이다.

벌써 여러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고 앞으로 그들과 함께 씨티즌 본사 항의투쟁과 일본시민대상 선전전, 씨티즌 대리점 타격투쟁 등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6일 일본 시민단체와 일본 노동조합들이 지원단을 발족했다고 하던데?
"고마운 일이다. 일단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전에는 일본 사람들 하면 나쁘게만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좋은 사람도 참 많더라. 다들 친절하고 우리 이야기를 할 때면 많은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곳 숙소도 일본 시민단체 분들이 마련해 주었다. 나쁜 건 일부 나쁜 정치인들과 노동자들의 기본권마저 무시하는 경영자들이다. 모두들 자신들도 어려운데 도움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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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회의를 하는 씨티즌 노동자들 ⓒ 안창규

-지원단 발족식이 있는 날 박성희 위원장이 8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들었다.
"지원단 발족식날 사람들 앞에서 많이 울었다. 내가 우니 많이 격려해 주시더라. 우리야 그냥 평범한 아줌마들이다. 벌써 20년을 넘게 일한 직장이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데 그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회사에 대한 애정이 왜 없겠는가.

가족들 다음으로 소중하게 생각했다. 동료들도 가족이고 회사도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회사가 불법적으로 폐업을 했다. 다들 회사가 그런 식으로 폐업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조합원들의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위협 당하면서 폐업을 한 회사 측에 배신감을 느낀다. 아무리 힘없는 아줌마들이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한다.

나도 그렇고 박성희 위원장도 그렇고 단지 돈 때문이면 회사 측에서 제시한 금액만 받고 끝내도 된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주저앉으면 우리 같은 피해자들이 또 나온다. 박성희 위원장도 같은 마음이다.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 실형을 선고 받아서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 더 단단해져서 반드시 잘못된 것은 고치겠다. 더 열심히 해서 반드시 이기겠다."

-본사 측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부당한 폐업철폐 및 공장 재가동이다. 회사가 폐업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본사로 받은 회사처분 200억에 출처이다. 사용처가 분명치 않다.

회사로부터 200억을 받고 사용처를 공개했지만 부채를 갚았다고 하지만 분명하지 않고 노동자 퇴직위로금 119억원 이외에는 마땅한 사용처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사측의 사과를 꼭 받아내야 한다."

-일본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가족들이 가장 보고 싶다. 딸만 넷인데 8개월 동안 싸워오면서 식사도 챙기지 못했다. 그래도 딸들이 다들 커서 그런지 이해해 준다. 오히려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

남편도 불만은 있지만 그래도 심정적으로는 응원해 주고 있다. 여기 와서 전화도 한번 안했다. 전화하면 보고 싶고 약해질 것 같아서 전화도 안했다.

이기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을 각오로 왔다. 이겨서 부당한 것과 싸워 이긴 당당한 엄마로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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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즌 노동자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 ⓒ 안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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