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난 밭두렁에서 발견한 꽈리.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의 꽈리를 본 것은 행운이었다.김훈욱
어릴 적 고향집에는 여름이 되면 많은 꽃이 피었다. 꽃이라고 해야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 등이라 요즘 기준으로 보면 품위 있는 꽃은 없지만, 담벼락 아래나 마당 구석구석에 꽃이 피었다.
장독대 옆에는 채송화와 맨드라미가 피어 있었고, 담장 밑에는 봉숭아가 피었다. 이렇게 꽃이 피는 것은 일부러 꽃밭을 가꾸어 심는 것이 아니었다. 작년에 떨어진 씨앗이 동면을 하고 봄이 되면 새싹이 돋아서 꽃이 피었다. 다소 무질서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자연스런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런 꽃들의 무리 속에 '꽈리꽃'이 빠지지 않았다. 꽃말이 수줍음인 꽈리꽃은 채송화처럼 앙증맞지도 않고 맨드라미처럼 시원함을 주지도 않는 큰 잎사귀에 가려 꽃이 잘 보이지도 않는, 꽃말 그대로 작고 볼품 없는 꽃이다. 볼품 없는 꽈리 꽃을 가꾼 이유는 마땅한 장난감이나 놀이가 없던 누나들이 꽈리를 불고 다니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