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狂]면 이른[道]다

강산에 콘서트를 보고

등록 2003.09.29 01:43수정 2003.09.2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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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에 그가 나타나자 여기 저기서 끊이지 않고 탄성이 나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좋아서 지르는 그런 탄성과는 좀 차이가 있었다. 그럼, 무엇일까? 아! 모두들 깜짝 놀란 눈치였다.

그는 굽슬굽슬 머리를 하고 위에는 짧은 주황색 추리닝 같은 옷을 아래는 회색 체크무늬 스판 바지를 실루엣이 그대로 들어나게 입고 뛰어나왔다. 옆에서 '동네에 돌아다니는 미친 사람(?)같다'는 소리가 들렸다. 대치동 포스코센타에 광인이 들어선 것이다.


그의 충격적인 무대의상 때문인지 첫곡 '선 트라이브'는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게 끝이 났고 이어 '미스 탬버린'을 부른다. 리듬이나 그의 몸짓 그리고 의상이 잘 어울리는 듯하다. 그러나 낯설다.

잠깐 그가 강씨 집안에 사내, 강산에라고 인사를 한다. '잘 사십시요'라는 그의 첫 인사는 참, 어색하다. 어느 가수가 무대의 첫인사로 그런 인사를 한단 말인가 더불어 자신도 잘 살고 싶단다. 참 독특한 인물이다.

이어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코러스가 재밌는 '와 그라노', 삐딱한 사회를 비판한 '삐따기'와 '쾌지나 칭칭나네'를 메기고 받고 하면서 부른다. '넌 할 수 있어'를 부르기 전에 자신도 어색한지 쑥스럽단다. 그러나 그 쑥스러움은 자유로움을 넘어 미치기에 이른다. 그는 자신의 하얀 팬티가 관중들과 눈을 맞추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열창을 했으니 말이다.

가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조형물을 올려다 보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장난꾸러기 피노키오 같기도 하고 철든 피노키오, 로베르트 베니니 같기도 하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관중들과의 거리를 좁히기에 충분했고, 함께 미치기에 이르렀다. 결국 '깨어나'를 부를 때는 모두 일어나 강산에와 하나가 되어 '일어나'라고 '깨어나'라고 외쳤으니 말이다. 이렇게 그의 공연을 즐기고 있노라니 '미치[狂]면 이른[道]다 '라는 말이 진리임을 깨닫는다. 무엇인가에 저렇게 몰두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싱겁게 그는 공연 어느 부분에선가 이런 말도 했다.

"저는 여러분한테 고맙습니다. TV를 연중 행사로 하는 저는...여러분 때문에 먹고 살아요. 그래서 고마워요"


앵콜 곡으로 부른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연어들처럼'은 어렵고 힘들게 지금을 살아 내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이리라. '내가 걸어 가고 있는 길이 막막한 어둠으로 별빛조차 없는 길일지라도 딱딱해지는 발바닥'으로 '걸어 걸어 가다보면 저 넓은 꽃밭에서 쉴 수 있을 거'라고 '두려워 말라'는 격려도 잊지 않는다.

그는 노래로 그리고 온 몸으로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에 미쳐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온 몸이 땀에 젖어 인사하는 그는 아름답다. 쑥스러워 하던 모습도 어눌한 말투도 사라지고 몰두한 사람의 아름다운 흔적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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