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위협 빌미 국정원 강화 안돼"

60여 인권사회단체, 입법 중단·국정원 개혁 촉구

등록 2003.10.01 02:02수정 2003.10.0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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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는 국민은 안전과 자유 모두를 누릴 자격이 없다." - 벤자민 프랭클린

지난해 많은 논란 속에 입법이 무산된 테러방지법이 또 다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인권사회단체들이 입법저지투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산인권센터 등 60여개 인권사회단체로 구성된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30일 오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방지법 제정 시도의 중단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국정원의 근본적 개혁을 현 정부에 기대하고 있었던 우리는 국정원의 권한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테러방지법의 제정 추진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오랜 피와 땀을 통해 성취한 현 수준의 민주주의와 인권마저도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60여개 인권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방지법 제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60여개 인권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방지법 제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참세상방송국
이번에 새로 마련된 법안은 테러범죄와 단체구성, 불고지죄 등에 관한 벌칙 조항을 삭제하는 등 지난해 문제점으로 지적된 일부 조항을 수정하였지만, 국정원 내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해 관계기관의 대테러활동을 총괄·지휘하도록 하는 등 국정원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은 "한때는 월드컵을 핑계삼더니 이제는 또 무엇을 이유로 내걸 것인가"라고 물으며 테러방지법의 추가 입법에 어떠한 명분도 있을 수 없음을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테러방지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테러를 포함한 안전업무나 재난관리업무 등은 기존 국가기구에 의해 이미 수행되고 있는데,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를 중복해서 둘 필요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

민변의 장주영 변호사는 "국정원은 현재 테러대책기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효율성으로만 따지자면 중앙정보부 시절이 최고였다. 그때로 돌아가자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또 장 변호사는 비밀조직인 국정원에 대한 외부 통제기제의 부재를 지적하며 "국정원은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인 테러에 관한 정보만 수집하면 되고,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대테러정책의 결정과 집행은 일반 행정기관이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계수 교수(울산대 법학)는 9·11 이후 세계적으로 시민권이 제약되고 반테러법 등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정보기본권을 침해하는 새로운 법률들이 제정되고 있는 경향을 지적하며 "각국의 보수공안세력들이 9·11을 자신들의 권한 강화의 계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테러방지법은 사실상 대테러센터의 조직 및 권한에 관한 법률이라는 점 △법안에 국정원을 통제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없는 점 △국내 치안문제에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점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없었던 점 등을 비판했다.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은 향후 테러방지법에 관한 의견을 정부와 관련부처에 전달하기로 하고 지난 대선 후 중단된 국정원 개혁에 관한 논의를 공론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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