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는 단순나열식 사건·사고 보도 비중이 높아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MBC 제공
방송사별로는 KBS 9시뉴스에서 △건강 △발견·발명 △동물·식물 등을 소재로 한 연성뉴스가 많았다. 다른 방송사에 비해 건강 관련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대부분이 의학 연구발표에 맞춰 생산된 단발성 보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발견·발명 관련 보도(총 24건)는 MBC에 비해 6배, 동물 관련 보도(총 9건)는 MBC와 SBS에 비해 각각 2배 가량 많았다.
MBC 뉴스데스크의 경우엔 △재해·피해 △유행·경향을 주요 아이템으로 한 연성뉴스가 상대적으로 많이 눈에 띄었다. 재해·피해 관련 연성보도는 116건으로 전체 MBC 연성보도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각종 사건·사고를 다룬 보도의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다수의 관련 보도가 사건·사고를 단순하게 나열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밖에 MBC 뉴스데스크는 정치·경제·안보와 같은 경성소재를 연성화해 보도하는 경향도 보였다. 또한 자사가 국내 방송중계권을 독점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소식도 메인뉴스에서 다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SBS 8시뉴스는 △자사 관련 소식 △영화·연극 등 각종 공연을 소재로 한 연성뉴스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KBS와 MBC가 각각 1건씩의 자사 관련 보도를 내보낸데 비해, SBS는 총 7건의 자사 관련 보도를 메인뉴스에서 다뤘다.
공연 소식의 경우 총 14건으로 KBS에 비해 약 4배, MBC에 비해 약 2배 가량 많았다. 특히 영화 관련 뉴스의 경우 화면 구성에 있어 90% 이상을 영화 장면으로 채우는 등 볼거리에 치중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우 위원장은 "방송보도 연성화 경향을 종합해 볼 때 KBS 증가, SBS 수위 유지, MBC 감소로 요약할 수 있다"며 "하지만 모니터 기간과 방법 등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이번 분석을 성급하게 일반화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뉴스 시청률과 칼라바 논쟁
이날 토론회에는 방송3사 기자(보도 PD) 출신의 노동조합 공정방송추진위원회(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들이 토론자로 나서 시청률과 뉴스보도의 관계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김경태 MBC 보도민실위 간사는 "연성보도가 많아지면 사회적 아젠다를 다루기 힘들어진다"며 "기자들은 방송 보도가 전반적으로 연성화됐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간사는 "하지만 좋은 뉴스를 만들어도 시청자들이 봐주지 않으면 전파낭비에 지나지 않는다"며 "보도 연성화엔 필요악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디어비평>은 시청률로만 놓고 봤을 때 (화면조정 때 나오는) 칼라 바와 다름없다"며 "왜 보지도 않는 프로그램을 없애지 못하게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토론에 나선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은 "그렇다면 시청률 1%대의 EBS 프로그램은 모조리 폐지해야야 하느냐"며 김 간사의 주장에 반박했다.
양 위원은 "연성이냐 경성이냐의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방송보도가 핵폐기장 건설·이라크 파병 등 중요한 사회 이슈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 게 문제"라며 "이제 연성보도 논쟁에 사망선고를 내리자"고 말했다.
KBS 뉴스의 연성화 비율이 늘었다는 결과에 "당황스럽다"는 말로 입을 연 권오훈 KBS 공추위 간사는 "연성뉴스를 줄이고 기획·심층뉴스를 강화하기 위해 기획뉴스팀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간사는 "한 가지 사안을 1분30초에 압축해 전달하는 지금까지의 보도 관행이 과연 옳은 것인지 내부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보도국에 만들어진 '뉴스 전략기획팀'이 문제해결을 위해 팀제 개편, 출입처 위주의 취재관행 변화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템 축소·탐사보도 강화 등 대안 제시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아이템 축소 △윤리강령 구속력 강화 △탐사보도와 국제뉴스 강화 등 방송보도 연성화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박웅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연성보도엔 대개 뉴스 전반을 관통하는 맥락이 없다"며 "뉴스아이템을 줄이고 시청률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려 맥락이 살아있는 뉴스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남표 성균관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미디어 분야에 산업논리가 침투한 90년대부터 우리 방송보도가 연성화되기 시작했다"고 해석한 뒤 "기자들은 어쩔 수 없이 미디어 기업의 기사생산·유통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 명목뿐인 윤리강령의 구속력을 강화해 방송뉴스의 연성화 경향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희준 SBS 공정방송추진위 간사는 "미국에선 국제뉴스의 많고 적음에 따라 권위지와 대중지를 구분하는 잣대로 삼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정통한 국제뉴스를 늘려 시청자에 대한 정보 제공이라는 소명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조심' 기사를 조심하라 | | | MBC노조 자사 연성뉴스 과잉 비판 | | | | △ KBS : 찬바람 뇌졸중 조심, 중이염 합병증 조심, 식중독 조심, 추석연휴 '카드분실˙교통사고 조심, 추석 집 비울때 '조심'
△ MBC : 정맥류 환자 달리기 등 운동 조심, 첫 서리 예상 환절기 건강 조심, 강도로 돌변한 택시강도 '조심', 감전사고 조심, 귀성길 '일반석 증후군' 조심, 또 국지성 호우 조심
△ SBS : 인터넷 자동차 판매사기 조심, 식품업체 허위·과대광고 '조심', 새벽 여성상대 '차치기' 조심, 해외여행 때 마약범 누명 조심, 야생 독버섯 조심, 태국 관광객들 뎅기열 조심, 피서지 '조심' 과장광고 급증, 환불보장도 조심, 보톡스 불법시술 조심하세요!, 해수욕장의 복병 '바닷물 역류' 조심
지난 한달간 방송3사 메인뉴스에 등장한 '조심'성 기사들이다. SBS 10건으로 가장 많고 MBC와 KBS가 각각 6건·5건에 달했다. '조심' 기사 건수는 휴가철인 7·8월에 3사 평균 10∼15건으로 더 많았다.
이같은 '조심' 기사 대부분은 단발성 사건·사고 보도가 주를 이룬다. 방송사 내부에서는 과도한 생활밀착형 보도 지향이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스트레이트 기사의 연성화만 가져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최승호)는 이미 지난 5월말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방송뉴스의 연성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MBC 노조는 당시 "최근 단신성 사건·사고와 부동산 뉴스 등 상대적으로 연성인 스트레이트 뉴스가 과잉 배치되고 있다"면서 "특정 출입처와 부서에 과도한 업무부담이 생기고 리포트 기사의 전반적인 질적 하향평준화로 귀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단발성 사건·사고 기사에 의미와 가치를 자의적으로 부여하는 과정에서 '조심'이라는 딱지가 남발되고 있다는 게 노조측 분석이다. 또 회사측이 강한 스트레이트 뉴스를 발굴할 수 있는 취재력과 네트웍 보강에 소홀히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이어 노조는 신문의 1단 기사나 단신용 뉴스에 불과한 기사를 리포트로 제작하는데 반해 주요한 사회적 이슈들이 단신으로 처리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대해 회사측은 생활밀착형 보도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연성' 스트레이트 뉴스에 대한 경도현상이 발생한 점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고, 적정수준의 유지를 위한 주의를 약속하는 한편 강한 스트레이트 뉴스를 발굴할 수 있는 체제보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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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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