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실천도 등불인 공무원

행복을 전하는 통계청 충남사무소

등록 2003.10.02 09:54수정 2003.10.0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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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영록(44), 고상순(36), 고성순(34), 천혜순(47), 장연(42)씨.
왼쪽부터 김영록(44), 고상순(36), 고성순(34), 천혜순(47), 장연(42)씨.권윤영

화기애애한 분위기, 두 배의 작업 능률, 조직원들 간의 단결력. 통계청 충남사무소가 가진 장점이다. 사무실 분위기가 다른 직장보다 좋은 비결은 다름 아닌 바람처럼 퍼지고 있는 직원들의 훈훈한 마음 때문이다.


주위에는 누군가의 손길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불우한 이웃들이 많이 살고 있다며 뜻을 같이한 몇몇 직원들이 모여 결성한 등불회.

“소년소녀 가장 돕기를 시작하면서 내세우기보다는 개인들이 사심 없이 도와주고 있는데 자동이체를 시키다보니 개인의 이름보다는 ‘등불회’란 이름을 붙이게 됐어요.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장기간 도움을 주어 자립할 수 있도록 했죠.”

등불회 회장이자 경제조사과 산업팀장 김영록(44)씨의 설명.

어두운 곳에 비추는 불같이 환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뜻의 등불회는 5명의 직원이 지난 99년부터 소년소녀 가장을 돕고 있다. 당시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어머니는 생활고로 가출해 할머니와 살고 있는 형제가 이제는 졸업을 해서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 자립할 수 있는 시기가 됐으니 이제는 대상 가구를 바꿔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계획.

이뿐 만이 아니다. 통계청 충남사무소에서는 여직원회가 조직됐다. 31명의 여직원 전원이 의기투합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무의탁 노인이 지내고 있는 ‘사랑의 집’이란 사회복지기관을 찾는다. 월급의 0.1%를 적립해 금전적 도움과 더불어 목욕, 청소, 안마 등의 노력봉사를 하고 있다. 이 역시 지난 99년부터 지금껏 해오고 있다.


사회조사과 천혜순(47) 과장은 “공무원이고 여직원이 많은데 여직원들의 모임이 없었다”며 “공직자로서 보람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봉사도 하면서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것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라며 결성취지를 설명했다.

한 곳을 정해 정기적으로 가다보니 어느새 할머니와 정도 들었고 4년 간 많은 노인 분들이 돌아가시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4년 전에는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했고 봉사자도 없던 열악한 환경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복지시설이 조금씩 변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소외된 이웃을 도움으로써 내 자신이 행복을 찾는 것 같아요. 공직생활 하면서 국민의 봉사자라는 말은 하지만 빠듯한 시간 속에서도 시간을 내서 활동하면서 얻는 것들이 직장생활의 보람인 것 같아요.”

때로는 남자직원이 기사역할을 자청해서 함께 가기도 하고 자녀들을 데리고 가기도 한다. 할머니들과 노래도 부르면서 어울리다 보면 돌아가는 길 할머니가 사탕을 두 손 가득 쥐어주는 정겨움도 있다. 다른 사람들도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지만 그분들이 필요로 하고 그리워하는 건 대화할 수 있는 사람과 스킨십이라고.

이런 활동들을 같이 하면서 동질감도 생기고 마음이 푸근하고 짜증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마음이 즐겁다 보니 직장 내에 활력이 넘치는 이유가 된다.

왕복 2시간을 차를 타고 가면서 평상시에는 업무 이야기를 하지만 이날만큼은 수다도 많이 떨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이 시간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자 더 많이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그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다보니 최근엔 통계청 충남사무소가 책임운영기관 대통령상도 받고 행자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경사까지 겹쳤다. 가끔씩 소장도 참여하고 사무실에서는 차량지원을 해준다.

고성순(34)씨는 “개인적으로 하면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힘들 텐데 직장에서 함께 하니까 일체감도 들고 너무 좋다”며 “내가 봉사를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렇게 조직되고 이런 계기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많다”라며 봉사활동의 장점을 내세웠다.

남자직원들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좋은 일들이 경쟁적으로 우후죽순 일어나게 생겼다. 올해 다른 지역 사무소에도 좋은 취지의 모임들이 하나둘 결성되고 있는 것.

“처음 시작이 힘들지 일단 시작해보면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직원들끼리 모여 밥한 끼 먹는 것보다 십시일반으로 모아 보탬이 되는 것이 의미 있잖아요. 실천하다보면 봉사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더 많은 걸 얻어가게 됩니다. 다른 공무원조직에서도 많이들 동참하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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