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개천절에 시청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여성축제김진석
평화의 '분홍'이 시청 앞 광장을 수놓으며 호주제 없는 양성 평등의 유쾌한 세상을 선언했다. 2003년 10월 3일 개천절. 반만년의 역사 속 '홍익인간'의 이념에서 비껴있던 대한민국 여성들을 주체로 한 새로운 세계가 열리려 한다. 다양한 50여개의 여성·시민·문화 단체들이 주최한 '새하늘 새땅을 여는 대한민국 여성축제'가 10월 3일 시청 앞 광장에서 '천지개벽'을 선포했다.
이들이 말하는 천지개벽은 남녀 모두 조화롭게 공존하는 양성 평등한 세상으로, 호주제가 파생한 온갖 억압과 차별을 날려버리고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가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모이자! 놀자! 바꾸자!"라는 취지 아래 10대부터 90대까지 모인 2백여명의 다양한 여성들은 '평등'과 '평화'를 원하는 당당한 몸짓과 목소리로 여성이 주인된 세상을 꿈꾸며 살맛 나는 문화 축제를 벌였다.
행사는 크게 天(천지개벽을 여는 하늘 평화 마당), 人(양성 평등 마당), 地(새 땅에 울리는 환희의 생명)로 나눠졌고 남녀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놀이로 대미를 장식했다. 특히, 무대라는 고정화된 경계나 구역 없이 앞뒤, 좌우 가릴 것 없이 그저 사람이 모이면 판이 벌어지는 통에 관객들은 부지런히 몸과 시선을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관람을 해야 했다.
부대 행사로는 알뜰 장터와 금연 침, 헤나 문신 및 페이스 페인팅, 여성 인물을 그린 화폐 전시 등의 부스와 코스프레가 마련돼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여성 인물을 화폐에'라는 부스에선 그 후보로 유관순, 김만덕, 선덕여왕, 명성왕후, 이태영 등의 인물을 선보이고 '여성 인물 화폐에 넣기' 서명 운동을 펼쳐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과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