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하늘 아래 울려퍼진 강강술래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중국(4)

등록 2003.10.06 12:56수정 2003.10.0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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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초등학생들이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초등학생들이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 정호갑


9월 30일 북경. 아침까지도 비가 와 행사를 준비하는 선생님들도, 참여하는 아이들도 많이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하늘도 이들의 마음을 아셨는지 운동회를 바로 앞두고는 비는 그쳤다. 구름이 해를 가려 더할나위 없이 운동회 하기 좋은 날씨이다. 하늘도 낯선 땅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가 싶다.


a 해리포터와 마법사로 가장행렬을 하는 초등학생들.

해리포터와 마법사로 가장행렬을 하는 초등학생들. ⓒ 정호갑


가장행렬로 화려한 입장식을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가장행렬로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우리 탈춤에서부터 아라비안나이트 그리고 영화 스크림에 이르기까지 학년별로 힘을 모아 가꾸고 꾸몄다.

우리의 꿈나무인 초등학생의 귀여운 모습, 서툰 동작에도 모두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우리의 희망인 중학생의 세련된 몸짓에 함께 즐거워한다. 우리의 대들보인 고등학생의 늠름한 입장에 믿음이 저절로 생긴다. 이렇게 북경한국국제학교 가을 운동회는 시작되었다.

함께하는 즐거움

여느 운동회와 같이 청백으로 나누어 겨루는 운동회. 하지만 더없이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다.


초등학생의 오리 사냥과 손님 모셔오기. 오리를 잡기 위해 오리보다 더 뒤뚱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고, 손님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바쁜 모습에도 즐거움이 배어 있다. 기마전 경기에서 마냥 어리게만 생각하였던 우리 아이들이 언제 저렇게 늠름한 기상을 갖추었는지, 한껏 마음이 뿌듯해진다.

a 2006년 월드컵의 주역들.

2006년 월드컵의 주역들. ⓒ 정호갑

중학생들의 장애물 달리기에서 얼굴에 밀가루 떡칠을 한 모습에 모두 함께 웃고, 잔디밭에서 펼쳐진 축구 시합에서 안정환, 홍명보라도 되는듯 차고 달리는 아이들. 바로 우리의 미래가 저기에 있다.


고등학생들의 2인 3각 달리기에서 서로의 마음을 맞춰 함께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바로 이 모습이 낯선 이 곳에서 배달 겨레가 살아가야 할 삶의 자세라 여긴다.

학부모와 교사가 편을 갈라 축구도 하고 줄다리기도 하면서 하나가 된다.

a 젖먹던 힘까지 다해 어영차.

젖먹던 힘까지 다해 어영차. ⓒ 정호갑

운동회의 마지막은 중고등부의 400m 이어달리기.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온갖 인상을 쓰고 죽을 힘을 다해 달린다. 마지막 주자에서 승부가 나겠다. 그런데 마지막 주자인 백군의 장현진이 달리다가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 멈춘다.

이 때 앞서 달리던 청군 윤기환은 뒤를 돌아다보더니 현진이를 부축해 함께 뛴다. 이어지는 박수 소리. 함께하는 우리 배달겨레의 숨이 낯선 땅 북경에서도 그대로 흐르고 있다.

강강술래로 하나 되는 어울림 마당

a 강강술래로 하나됨을.

강강술래로 하나됨을. ⓒ 정호갑

교사, 학부모, 학생이 하나하나 손을 잡고 강강술래로 하나 되어 뒷마무리를 하였다. 커지는 동그라미만큼 하나됨을, 배달겨레임을, 서로의 믿음과 희망을 담고 손에 손을 잡고 돈다.

낯선 곳에서 우리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북경 하늘에 무궁화를 피우리라. 손에 손에 힘이 더해지고 도는 걸음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북경 하늘은 저물어 가지만, 배달 겨레의 강강술래는 끊어지지 않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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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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