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오페라가 만났을 때

뮤페라 <라 트라비아타> 10월 1일부터 3일까지 교육문화회관서 열려

등록 2003.10.07 09:37수정 2003.10.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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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흔히 "오페라"라고 하면 떠올리는 생각들이 있다. 뚱뚱한 남녀 가수들이 요란하고 화려한 중세 서양의 복식을 하고 나와 알아듣지도 못할 말로 노래를 하는 것. 사실 많은 오페라들이 이와 같은 양식으로 공연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러한 생각은 그다지 잘못된 게 아니다.

하지만 최근 오페라 연출가들은 온갖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이 장르가 지겹고 따분하다는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고 있다. 오페라를 각색하여 내용을 현대적 감각으로 바꾸고 이태리어로 된 가사를 한글로 번안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또한 무대 장치와 의상을 현대적으로 바꾸어 보여주는 등의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는 우리나라에서 첫 뮤페라 전문 극단인 <코리아 뮤페라 컴퍼니>의 창단을 통해 보다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극단의 경우 오페라와 가장 근접한 종합 예술적 장르인 뮤지컬과의 혼합을 통해 '뮤페라'라는 새 장르를 선보이면서, 오페라를 향한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뮤페라 <라 트라비아타> 포스터
뮤페라 <라 트라비아타> 포스터코리아뮤페라컴퍼니
이번 10월 1일부터 3일에 걸쳐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코리아 뮤페라 컴퍼니의 첫 공연 <라 트라비아타>는 '뮤페라'라는 이름에 걸맞게 오페라를 뮤지컬처럼 새롭게 바꾸어 선을 보였다. 이 뮤페라는 베르디의 유명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각색하여 긴 오페라의 내용을 짧게 줄이고, 대사 또한 알아듣기 쉬운 한국어로 전개하여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섰다.

이번 공연에서 특이할만한 점은 오페라에 등장하는 오케스트라가 없다는 것이다. 웅장한 규모의 오케스트라는 없는 대신 신디사이저 3대가 편곡된 오페라 전곡을 연주하였다. 신디사이저 3대로 편곡되었다고 하면 왠지 가볍고 어설픈 음악일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공연의 경우 완성도 높은 편곡을 통해 오케스트라 없이도 오페라 음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특히 오페라에서 중요시되는 가수들의 노래는 전혀 손색이 없었다. 오페라 <춘향전>과 <피가로의 결혼> 등에 출연했던 정꽃님이 비올레타 역을 맡았고, <오페라의 유령>에서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던 팬텀 역의 윤영석이 알프레도 역을 맡아 열연했다.

<라 트라비아타>의 연습 장면
<라 트라비아타>의 연습 장면코리아뮤페라컴퍼니
이들과 함께 출연한 조연들 또한 노래 실력이 뛰어나, 흔히 우리나라 뮤지컬에서 느꼈던 음악적 한계를 극복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뮤지컬의 경우 춤과 연기는 만족스러운 반면 음악적 완성도는 뒤떨어지는 편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이 공연의 경우 음악 중심의 아름다운 전개를 통해 뮤지컬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었다.


또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오페라적 요소들을 과감히 삭제하고, 신세대 감각의 안무와 의상, 간소화된 무대 장치, 독특하고 다채로운 음악 편곡 등을 통해 재미를 더해 주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뮤지컬의 장점들을 오페라가 흡수하여 보다 대중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혼합, 이제는 대중들의 평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뮤페라' 라는 새로운 시도가 지나친 상업성이나 흥미 위주의 공연 예술이 아닌 음악적 성숙도와 극적 효과를 갖춘 훌륭한 공연 예술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리고 이 종합 예술 장르를 좋아하는 대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새로운 변화를 끊임없이 꾀하여 발전하는 모습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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