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빌딩 로비 입구를 안쪽에서 찍었다. 3층의 창 안으로 내부가 보인다.박태신
글판 위로 수없이 많은 창들이 있습니다만 '글판'이라는 이 창에 견줄 것이 못 됩니다. 이 글판 덕분에 위의 사다리 같은 창들은 고양감을 더할 수 있습니다. 침묵이 바탕이 되어 울려지는 언어의 외침은 생각보다 큽니다. 소음이 바탕이 된 광고판의 글은 외면의 대상이지만요. 어쩌다 우리는 소음의 언어를 생산하는 일에 서로들 기여하고 있습니다. 버스나 전동차의 광고판은 점점 더 커지고, 한시도 사람들의 시선과 귀를 내버려두지 않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엘리베이터 위에 천장에 광고판을 붙여 놓습니다.
창은 눈을 쉬게 하는 곳입니다. 일을 하다가 실내의 일상적 모습에 식상할 때 눈을 두는 곳입니다. 방 안에서 창을 보는 것뿐이 아닙니다. 밖에서 다른 집들의 창을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 속 몽상이 가져다주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뭔가 다른 세상의 비밀이 있을 것 같고, 뭔가 아늑한 세상이 자리잡고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창입니다. 꼭 유리로 된 창만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그림이나 글로 된 간판도 멋진 창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무슨 글귀가 쓰여 있나요.
"바람에게도 길은 있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느니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자주 현판을 보면서도 로비 안에 들어갈 생각은 잘 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높은 빌딩은 뭔가 위압적인 느낌이 있고 구경할 셈으로 들어갈 만한 곳이라 여겨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형빌딩의 창은 시원하고 넓직하고 우아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뭔가 불편한 구석이 있습니다.
어느 땐가 마음먹고 이곳 로비에 들어갔습니다. 3층 높이의 입구 전면도 여러 개의 유리창으로 되어 있습니다. 유리에 넣은 색 때문에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안에서 입구 밖을 볼 때는 따뜻한 햇빛을 마음껏 받을 수 있어 좋습니다. 해질 무렵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입구가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입구 옆으로 위 층 사무실도 볼 수 있는데, 이곳도 역시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시야가 막힘이 없습니다.
건축기술과 유리 제조기술의 발달은 점점 더 대형빌딩의 투명화를 도입하게 합니다. 자연의 빛을 많이 활용할 수 있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부여할 수도 있어 좋습니다. 물론 종교적인 건물은 그 정도에 있어 제한이 있어야 하겠지요. 명상과 기도를 하는 곳이 한없이 개방적이고 투명하다면 문제가 있지요. 기도는 골방에 가서 하라고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