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스테이트 985 들어가는 곳을 안내하는 노선번호 표지판 (아틀란타 외곽, 2003)김경석
미국 고속도로는 자동차 전용이 아니다
그런데 사소한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미국의 인터스테이트 도로는 자동차 전용 도로이기 때문에 인도나 횡단 보도가 없지만, 미국 고속도로는 자동차 전용 도로가 아니라 그보다 한 급 낮은 도로이기 때문에 군데군데 인도와 횡단 보도가 있다. 한편 우리 나라의 고속도로는 인도나 횡단 보도가 없는 자동차 전용 도로이므로, 굳이 격을 맞추자면 미국 고속도로가 아니라 미국 인터스테이트와 같은 급이다.
그런데 1982년식 표지판을 도안할 때 기왕 미국 표지판을 참조하려면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급인 인터스테이트 표지판을 참고하는 것이 그나마 나았을(?) 것을, 왜 한 급 아래인 미국 고속도로 표지판을 참조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1997년식 표지판에서 인터스테이트 도안과 꽤 비슷하게 바뀌면서 그런 점이 보완됐다면(?) 보완됐지만.
국제 표준 노선번호 표지판은 없다
취재 과정에서도 들은 말이고, 또한 독자 가운데도 혹시 이런 표지판 모양이 국제 표준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국제 표준은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말고 다른 나라에서 미국 표지판 테두리를 그대로 나라 전체의 고속 도로 표지판으로 쓰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또한 이것은 교통 신호등의 빨강-파랑-노랑 색을 국제적으로 통일시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성질의 문제이다.
고속도로 노선 번호 표지판, 통일을 대비하여 새롭게 추진하자
일반인들의 상식선에서 종합해 보면, 우리 나라 고속도로 노선 번호 표지판은, 테두리 모양은 미국 고속도로 표지판과 너무 닮았고, 빨간-파란 색깔, 흰 가로줄과 흰 테두리 처리 등은 미국 인터스테이트 도로 노선 번호 표지판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특히 통일을 대비하여, 남북 공용 고속도로 노선 번호 표지판을 남북이 공동으로 새로 도안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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