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 2001년 7월 28일자에 실린 심규철 한나라당 의원과의 대담 기사.
- 요즘 언론개혁 문제가 아주 뜨겁게 달궈지고 있습니다. 국회 문광위에 소속된 심 의원께서는 등원 초기 소신발언 등으로 개혁적 이미지가 부각됐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 초 한겨레 처첩 발언 이후 반개혁적 모습이 자주 소개되고 있는데….
"오해가 있다고 봅니다. 당시 한겨레에 처첩발언을 했던 건 언론을 아끼는 충정으로 국민 여론을 전달한다는 게 그렇게 된 겁니다. 제 마음은 등원 초기 그대로입니다."
- 언론개혁 문제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정권유지 차원의 음모나 의도가 문젭니다."
- 그래서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아, 그건 아니고요. 언론개혁이나 세무조사는 하되 정치적 의도가 없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 '조선일보바로보기옥천시민모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민운동 차원의 언론개혁 운동은 적극 지지합니다.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경의를 표합니다."
- 그런 생각이라면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실 의향은 없나요? 예를 들면 독립군(자원봉사자) 가입 말입니다.
"공인으로서 어느 한 단체에 소속된다는 건 부담이잖아요?"
- 이미 독립군에 가입한 군의원들이나 도의원들은 공인이 아니라는 말씀이신지요. 그리고 앞서 심 의원께서 주민들의 왕성한 의견이 있는 곳에 늘 함께 하시겠다는 견해를 밝히셨잖습니까?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 같아서요.
"(조금은 어색한 듯 큰 소리로 웃으며) 중앙에서 정치하다보면 애로가 있거든요. 다른 쪽에서 돕도록 하겠습니다."
- 조선바보 운동에 대해 경의를 표하신다고 했는데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요.
"단순히 지역적인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이슈를 우리 지역에서 이끌어냈다고 봅니다. 대단한 일이죠."
- 일제치하 조선일보의 반민족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분명히 잘못된 일이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조선일보는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국민 앞에 사죄를 전제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봐요. (사죄를 않고) 왜 이러고 있는지 답답한 마음입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조선일보 관계자들을 만나면 이 같은 제 심정을 전달할 생각입니다."
- "정권 차원의 악의적 의도가 배제된 언론개혁이나 세무조사는 당연히 해야 한다. 지금 옥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선바보 운동이나 시민운동 차원의 언론운동은 적극 지지한다." 이런 말씀 같은데요. 심 의원님 입장을 이렇게 정리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결국 심규철 의원은 '한 입으로 두 말 하기'의 전형을 온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보기에도 딱한 그의 '좌충우돌 황당극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심 의원은 올해 3월 21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개혁국민정당 고양시 덕양구갑 지구당(위원장 유시민) 후원회에도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었던 유시민씨가 누군가? 그가 안티조선의 대표적인 논객이자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의 저자라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심 의원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결과적으로 심 의원은 송두율 교수가 배후에서 조종한 안티조선의 대표적인 논객을 국회로 입성시키기 위해 당파를 초월해 지지했다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심 의원은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발의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에 서명 날인까지 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민족정기의원모임(회장 김희선 의원)은 2002년부터 이 특별법의 초안을 작성하고 지난 8월 1일부터 동료 의원들로부터 공동발의 서명을 받았는데, 기자회견을 가졌던 8월 14일까지 서명 날인한 국회의원은 154명(민주당 96명, 한나라당 49명, 비교섭단체 9명)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총 149명의 의원 중 49명만이 동참해 저조한 참여율을 보여줬는데, 심 의원이 '당당한 소수'의 편에 서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이 특별법의 취지는 무엇일까. 민족정기의원모임 회장인 김희선 의원이 당시 했던 설명을 직접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한 마디로 제2의 반민특위를 열자는 것이다. 여전히 우리 교과서에는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글이 실려 교육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도 우리가 친일의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친일파의 득세로 시작해 냉전과 대결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던 왜곡된 우리 현대사를 바로잡기 위해 이 특별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정의와 진실을 중시하는 가치를 정립하고, 최근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보이는 일본을 변화시키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의 특별법 추진 움직임을 사전 보도한 세계일보는 지난 6월 7일자 기사에서 「제2 반민특위 만든다…여야 의원 30명 특별법 추진」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그리고 세계일보 기사를 읽어보면 이런 대목도 나온다.
"특별법은 '친일·반민족행위'를 * 독립운동자나 그 가족을 살상, 박해하거나 이를 지휘한 행위 * 종교, 사회, 문화, 경제 등 각 부문에서 일제에 협력키 위해 악질적인 반민족적 언론, 저작 및 기타 방법으로 지도한 행위 등 16가지로 정의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제에 협력키 위해 악질적인 반민족 언론 행위"를 한 세력은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매년 신문 제호 위에 일장기를 단 채 "천황폐하 만수무강 만세"를 외치고, 전쟁물자 부족으로 신문사가 폐간되자 월간지 <조광>을 확대 개편한 뒤 "한일합방은 조선의 행복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체결한 조약"이라고 주장하고도 해방 이후 어떤 처벌도 받은 적이 없고, 단 한 차례의 반성이나 사죄도 없이 '자칭 민족지'를 참칭해 온 조선일보가 그 중심 세력이라는 사실 또한 이제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아울러 친일파 청산과 민족정기 수립 이야기만 나오면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며 신경질부터 부리는 세력이 누구인지도 세상이 다 알고 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민족정기의원모임이 지난해 친일·반민족 행위자 708명의 명단을 발표했을 때도 조직적 반발을 보였던 중심에 조선일보가 있었다.
오늘 아침 카인즈에 들어가 기사검색을 해봤다. 발행일-2002. 8. 1∼2003. 10. 9, 신문명-조선일보, 검색어-친일파 청산이라고 쳐 넣은 뒤 엔터 키를 누르자, 모니터에는 이런 커다란 문자가 떴다.
"조건에 해당하는 기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