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이러다간 유흥 도시 된다

가구점 골목에 윤락가 형성 조짐에 주민 집단 반발

등록 2003.10.10 09:59수정 2003.10.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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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방치한다면 가구점 골목이 (서울의) 미아리 텍사스 같은 윤락가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다. 유흥 접객 업소가 침범하는 것을 막아달라. 대책 마련이 안 된다면 우리도 가만 있을 수 만은 없다."

최근 아산시 온양1동에 소재한 일명 가구점 골목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얼마 전 공사에 들어간 한 건물 때문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건물의 용도는 유흥업소로 이 업소가 들어서면 가구점 골목이 서울의 미아리 텍사스 같은 윤락가로 변모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지역 주민들은 9월 16일 유흥업소 허가 반대의지를 담은 진정서를 아산시에 제출했다. 107명이 연서한 진정서에서 주민들은 시에 "가구점 골목에 유흥업소 허가를 더 이상 내주지 말라"고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옆 블럭에 위치한 일명 '장미마을'의 불·탈법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지도 단속을 촉구했다.

아산으로 몰려드는 유흥업소

주민들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발하는 것은 서울의 미아리 텍사스나 대전의 유천동 등 대도시 유흥업소들이 단속 강화 등의 사유로 더 이상 현지에서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아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유흥업소들은 이주가 간편하고 기존에 유흥업소거리가 형성돼 있는 온양1동 장미마을 인근(16, 226, 227번지 일대)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에 자리하고 있는 장미마을과 연계, 대단위 유흥촌 형성이 가능한 것과 아산이 관광지라는 이점도 업주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가구점 골목 주민들은 "바로 옆 골목 '장미마을'도 처음에는 한두 곳 술집이 들어서더니 현재는 유명한 유흥가가 형성됐다"며 "가구점 골목도 처음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장미마을과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시가 신흥 유흥업소에 순순히 허가를 내준다면 업소가 점점 늘어나 유흥가가 되는 것은 삽시간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


무책임한 허가, 생활 환경 파괴한다

주민들은 무책임한 허가는 생활 환경 파괴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장미마을 영역 확장을 돕는 것으로 주민들의 생활 환경을 파괴하는 데 시가 앞장서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현재 장미마을의 경우 접대부의 과다 노출과 호객 행위로 인해 풍기 문란이 위험 수준에 달해 주민들의 생활 환경은 물론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시와 경찰은 그동안 수없이 정화 대책을 마련하고 호객행위 및 윤락행위 등 풍기문란 행위를 단속해 단속해오고 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곳에는 지난 9월 말 현재 23개 유흥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

기존 상인 생존권도 위험

진정서에 연서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생활 환경 파괴 외에 또 한가지 공감하고 심각하게 우려하는 문제가 있다. 기존 상인들의 생존권. 유흥업소 업주들이 맘만 먹으면 금전적으로 압박, 기존 세입자들을 내몰 수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한 상인은 "건물주는 분명 높은 임대료를 선호할 것이고, 그렇다면 많은 세를 내는 쪽에게 상가를 임대하는 것이 뻔한 일 아니냐"며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현 시점에서 주민들이 믿을 곳은 시밖에 없다"며 시가 적극적으로 주민 요구를 수용해 주길 기대했다.

지난 6일 아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시·경찰 공무원 및 관계자들의  유흥접객업소 밀집지역 허가제한 대책회의 장면.
지난 6일 아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시·경찰 공무원 및 관계자들의 유흥접객업소 밀집지역 허가제한 대책회의 장면.박성규
시 특별정화대책 수립 강력단속 시사

심각한 주민 피해가 우려되자 시가 대책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시는 10월 6일 오전 10시 30분 시청 상황실에서 시·경찰 공무원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흥 접객 업소 밀집 지역 허가 제한 대책회의를 갖고 실천 계획 등을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김영호 아산시부시장은 "퇴보·도태된 아산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불·탈법을 일삼고 있는 유흥업소들이 시행정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인·허가 제한 등 강력한 지도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미마을의 경우 규모가 커져 지금은 충남을 대표하는 유명 윤락가로 성장했다"고 설명한 뒤 "이들에 대한 정화 활동은 경찰만으로는 힘들다. 민·관 합동 지도 단속이 이뤄져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생업소 인·허가 제한에 앞서 기존 업소에 대한 관리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사후관리 미흡을 먼저 지적한 뒤 "기존 업소 중 임의로 구조물을 변경하는 등 불·탈법 영업을 일삼고 있는 업소가 상당수 있다"고 문제를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주차장도 확보되지 않은 업소에 영업허가가 난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시는 지난 9월 20일 유흥 접객 업소 밀집 지역 특별 정화 대책을 수립하고 건축 인·허가 제한, 변태·퇴폐 영업 및 윤락 행위 위생 업소에 대한 강력한 행정 처분, 유흥 접객 업소 인·허가 제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이밖에 앞으로 ▲청소년 출입금지지역 선포 ▲위생접객업소 허가규제 ▲특정용도 지역 제한 ▲온천동 유흥업소 밀집지역 건축 인·허가 불허 ▲유흥접객업소 인·허가 제한 ▲지역주민 자율정화 등의 업무를 경찰의 협조 아래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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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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