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재심의 발언을 지켜보며

등록 2003.10.11 01:41수정 2003.10.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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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많은 필요의 제목을 차지하는 단어들 중의 하나가 바로 '사회성'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 임을 자칭하며 지식의 실천을 부르짖었던 고대 그리스의 만능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국가(헤겔은 국가를 인륜으로 정의하며 최고의 인륜적 공동체를 국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라는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역사를 소비해오고 있다.

작은 공동체가 모이고 모여 최종적으로 종착했다고 평가되는 그 국가에서 사회성을 가지며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국민'이라고 부른다.

청동기 시대부터 인간에게는 리더쉽(Leadership)이라는 단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그저 많이 가지고 있고 힘이 많은 사람을 리더라고 불렀지만, 공동체 즉 사회가 변천하고 성장하며 성숙함에 따라 그 리더의 리더쉽은 현재 우리의 국가의 운명을 뒤흔들 정도로 중요한 핵심가치가 되었다.

지난해 6월이었던가.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낮은 지지도로 인해 '후보 재신임'이라고 하는 정면돌파적 선택이자 극단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나는 정치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흔히 입담경쟁으로 말하는 승부수라는 것도 일종의 플레이라는 것도 잘 모르나, 당시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던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결국 그는 재신임의 결과 완전한 성공도 실패도 아닌 그냥 "앞으로 더 잘하라라는 격려의 채찍"이라는 표현을 쓰며 후보직을 유지했고 결국 극적인 정몽준과의 토론회와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에 성공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원래 난 노무현대통령에 대해서 호의적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글을 전개해보고자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여정을 살펴보면 '원칙에 입각한 정면승부, 굽히지 않은 그만의 철학, 강을 거꾸로 거슬러 가는 연어와 같은 굽히지 않는 의지'로 표현된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흔히 비판주의자들이 맹공을 퍼붓는 '포퓰리즘의 대가, 이벤트식 막말 정치인'으로 분류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치여정의 내내 그는 비주류였고 따라서 그때문에 이번 재신임 발언도 늘 그의 몸에 붙어있는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고 진실되게 표현한 일관된 정치적 승부수인지 아니면 정말 총선을 의식하고 바닥까지 내려간 지지도를 끌어잡고 다시 날아오르려는 플레이냐에 대해서 끊임없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판(?)의 뒤켠에서 비주류였으나 그의 행보는 비공식적으로 도마위에 자주 올랐고 지금은 대통령으로서 공식적인 도마위에 늘 올려져 있었다. 재신임의 결심이나 방법론 그리고 절충점에 대한 것에 대해서 보다는 과연 '대통령이 평양감사와 같은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번째. 지금 노대통령은 산적해있는 문제들, 또 그 문제들로 인해 찢어져 있는 대한민국의 분열된 국론앞에 또다시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건국이래 가장 불황이라고 하는 한국경제, 개도국은 점차 치고 올라오고 자유무역협정이다 구조조정이다 하며 눈부시게 성장하는데, 신용불량,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부동산값, 지나친 경기부양으로 인해 헤어질때로 헤어진 한국경제를 살려야만 하는 절박함이 부족하지는 않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싶다.

뿐만 아니라 북한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현재 이라크파병문제때문에 이미 보혁갈등이 일어나고 있으며 미군용산기지 반환문제, 험난하기만 한 노사관계, 그리고 장기적으로 고속철도, 행정수도이전등 산적해 있는 문제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도덕적 신뢰에 금이 갔다고 하지만 한번쯤은 좀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니었을까 한다.

두번째. SK로부터 받은 불법적 대선자금으로 그의 측근이 연루되어 있어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여러가지 난제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아 그에 대한 문제들까지 함께 재신임을 받겠다. 그러나 절차적 방법과 시기에 대해 고민 중이다.

한마디로 뚜렷한 총론에 비해 각론이 흐지부지하다. 아예 진정 정면승부를 하고자 했으면 국민투표를 하든지 시기를 언제 하든지 밝히는 것이 필요했지 않나 싶다.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방법론의 문제와 시기를 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면 그말 자체가 대통령 스스로 생각해볼때 그렇게 심사숙고하게 생각해 본것이 아니라는 방증이 된다.

진정 정면 승부를 하고자 한다면 모든것을 걸고 진정 국민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래서 각론의 어정쩡함으로 인해 다시 한번 나라가 분열되고 국론이 갈리는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리더쉽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그러나 어떤 리더쉽이 진정한 리더쉽이냐에 대해서는 분분하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의 리더쉽은 '자신의 도덕적 깨끗함에 손상이 간다고 해서 재신임을 물어야 하는' 것일지는 몰라도 그러기엔 그 자리와 리더쉽이 엄청난 파장과 힘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번 행동에 대해 심히 우려하는 것이다.

진정 나라를 생각한다면, 대선을 앞두고 일관되게 부르짖었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한다면 비록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지만 심사숙고하게 남은 절차와 일에 대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정말 그의 말대로 정면승부를 통해 스스로 그리고 떳떳하게 다시 신임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날 저녁 노무현 대통령은 전국체전이 열리는 전주를 방문, 이례적으로 연설문의 원고를 낭독하지 않고 경기장에 있는 전북도민 그리고 운동선수들 그리고 국민들을 향해 즉석 연설을 했다. 공식석상에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원고없는 연설을 한것이 화제가 될만도 했으나 워낙 그앞의 말이 커서 가리워졌으리라 본다. 거기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이기십시오. 그러나 이기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정정당당하게 싸우십시오. 모두다 경기에 결과에서 이길 수는 없겠지만, 다 함께 정정당당한 경기로서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성공을 바랍니다."

원고를 차분하게 읽어내릴만큼 대통령의 심장도 가슴도 여유롭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한마디에서 대통령의 의지와 소신이 다시한번 드러났다는 생각을 한다.

이기는 것, 즉 재신임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길 수 없어도 정정당당한 경기로 승리할 수 있을것이다.(나는 깨끗하고 바르게 승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 할까?)

오늘 그의 말은 그리 시기적절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즉석연설문의 이야기처럼, 진정 정정당당하게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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