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노무현을 선택했었나?

그에게 '깨끗한 정치'를 기대한다

등록 2003.10.12 21:24수정 2003.10.1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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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재신임 발언을 해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금융실명제, 전직 대통령 구속 등의 깜짝쇼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통령 자신의 위치를 거는 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이후 최초일 것이며, 신문사에서는 14년만에 호외도 냈다고 한다.

이미 이틀이 지나서 첫날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많이 진정됐고, 야당 또한 재신임이 결코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서인지 신속하게 특유의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의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식의 행태는 다음 기회에 언급하기로 하고, 기자는 국민들에게 질문을 하고 싶다.

"국민 여러분은 노무현 대통령의 무엇에 희망을 걸고 있는가?"

노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지지 이유가 될 것이고, 투표 여부에 관계 없이 비판적인 사람들은 과연 자신들이 기대하는 무엇에 부족하기에 비판적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기자 개인의 의견이지만 과연 지난 대선 당시에 노대통령에게 '강력한 지도력', '탁월한 국정 능력' 등을 기대하며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전면적인 정치 개혁', '지역 감정 극복', '깨끗한 정치' 등을 희망하며 표를 던진 사람들보다 더 많을까? 물론 이 가정이 틀렸을 수도 있고, 설사 맞다고 해도 약간은 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자는 흔히 '노빠'라고 비난받는 맹목적인 추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판의 원인을 확실히 정리하지 않은 채 일부 언론과 수구 세력이 조장하고 있는 비난을 위한 비판에 휩쓸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기자가 노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고, 현재까지 그를 지지하는 것은 그에게 '정직한 정치'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라크 파병이나, 일련의 노동 운동에 대한 대처 등 정책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그것이 정책적인 비판이 아니고 노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현재 노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권력의 비집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잇달은 측근들의 비리 수사로 지지도가 하락하고, 결국엔 재신임 발언까지 하는 사태까지 내몰리면서도 검찰의 독립 보장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독단적인 정책 결정보다는 토론을 통해 다각적인 검토를 거치는 정책 결정 과정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점이 '포퓰리즘에 영합하려는 거짓 행위다'라거나, '정책 비전 없는 토론 공화국'이라는 비난의 빌미도 되고는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고려할 것은 노대통령이 약속한 깨끗한 정치, 투명한 정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 하느냐의 여부라고 생각한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정치권에 대해 국민들이 전반적인 불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수십년간 이어진 밀실 정치, 거짓말만 일삼는 정치인들에 대한 환멸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고치지 않고는 어떠한 개혁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수의 야당과 거대 언론 권력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다수의 국민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데에 실망한 나머지 수구 세력들의 언론 플레이에 휘말려 모든 것이 노 대통령 자신에 대한 비난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 현재의 상황까지 이끈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가장 크게 실망하고 있는 경제 분야를 살펴보자. 경제 정책의 가시 효과 기대 시점은 정책 시행 후 1년, 빠르게 잡아도 6개월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노대통령이 집권한 지 이제 겨우 8개월에 접어들고 있는 이 시점에 모든 책임을 그에게 던지는 돌리는 것이 적절할까? 지난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각종 개혁 조치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발목을 잡았던 한나라당, 여당이면서도 야당 못지 않은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하다가 분당 이후에는 하루 아침도 안 되 입장을 180도 뒤바꾸는 민주당의 책임이 대통령 개인의 책임보다 작다고 자신하는가? 대통령의 정책 운용에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보완하기를 요구해야지 하는 행동이 얄미우니 그 사람도 밉다는 식의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지난 1차 파병 때 여론 수렴 없었던 파병 약속, 정계 개편을 위한 신당 창당에 힘을 싫어주지 못한 점 등 국민들이 믿었던 점들에 대한 태도 변화 등이었고, 이를 끌어안은 채로 없던 일처럼 넘어가려 했다면 계속해서 국민들의 실망과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 자신이 이번에 밝혔듯이 국민들이 자신을 비롯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엄격한 도덕성이며 이에 대한 확신을 주지 않고는 자신있게 개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늦게라도 다시 깨닫고 이를 위해 국민들의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취임 초기에 기대가 컸던 만큼 노 대통령에 대해 실망감을 갖는 것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러한 실망감이 정책적인 비판이 아닌 소모적인 논쟁에 힘을 싫어주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참여 정부에서도 국민의 오랜 소망인 정치권의 개혁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헌정 이후 최초인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그것도 정권 초기에 이루어진 이번의 재신임에서 다시 한 번 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이후에는 더욱 엄격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비판의 자세를 유지하여 이번에는 깨끗한 정치를 위해 한 발 더 디디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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