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 신뢰·정체성 위기 심각"

홍석현 신문협회장 41주년 기념식에서 밝혀...언론노조 항의시위

등록 2003.10.13 18:43수정 2003.10.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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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산업이 외환위기 사태 때와 유사한 위기를 맞고 있다."
"더 심각한 위기는 경영보다는 신뢰, 정체성의 위기이다."


한국신문협회(회장 홍석현)가 종이신문의 당면한 위기를 지적하면서 언론본령에 대한 충실과 더불어 업계 단결을 호소했다. 신문협회는 13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창립 41주년 기념식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홍석현 회장(중앙일보 회장)은 기념사에서 "광고수입 감소나 젊은 세대의 신문 이탈 현상, 동업사와 다른 매체간의 과당경쟁 등으로 신문은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경영측면보다 정부와 방송매체의 신문에 대한 잇단 비판, 여기에 가세한 일부 시민단체 움직임, 신문업계 분열상 등 신뢰·정체성의 위기가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신문에게 던져진 문제들은 아무도 대신 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단합하고 지혜를 짜내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에 따라 "신문이 신뢰를 얻는 데는 왕도가 따로 없고 독자를 두려워하며 언론의 정도를 가는 길밖에 없다"고 전제한 그는 "더 충실한 정보와 고품격의 담론으로 독자층에 보답해야 하는 것은 물론 무시할 수 없는 시민세력으로 성장하는 비판적 독자층의 요구도 열린 가슴으로 살펴 신문이 '사회적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조는 13일 신문협회 기념식이 열린 프레스센터에서 신문시장 정상화를 촉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전국언론노조는 13일 신문협회 기념식이 열린 프레스센터에서 신문시장 정상화를 촉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최한성
그는 "어려운 때일수록 독자만을 바라보고 언론본령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며 "독자들로부터 위임받은 책무를 다하기 위해 항상 자신에게 엄격하고 외적으로도 경계와 긴장을 늦춰서는 안될 것"임을 거듭 역설했다.

홍 회장은 또 "`언론과의 전쟁'이라는 단어사용이나 특정 언론에 대한 취재거부 등은 해외에서 한국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 일부 언론에 대한 인식도 평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즉 국가발전을 위해 정부와 언론은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신문산업의 지평을 열어가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서 내년부터 신문의 날을 전후한 1주간을 '신문주간'으로 선포해 신문홍보와 신문활용교육(NIE) 사업을 집중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문협회는 교육부와 긴밀한 연계를 맺고 내년 중에 NIE 한국위원회를 구성해 인력양성과 세계신문협회 NIE위원회와의 교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홍 회장은 "앞으로 신문의날 대회를 내년부터 지방 대도시에서 순회 개최해 지방언론의 활성화를 추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사는 홍 회장이 외국 출장 중인 관계로 신문협회 부회장인 장대환 매일경제 사장이 대독했다.

'자성없는 자축' 언제까지 되풀이되나
언론노조, 신문협회 항의시위 벌여

ⓒ최한성 기자
신문협회 기념식이 또다시 신문협회에 대한 언론인들의 항의시위장으로 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는 13일 신문협회 기념식이 열린 서울 프레스센터 1층 로비와 20층 국제회의장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신문시장 정상화 및 스포츠조선 노조탄압 중지에 협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신문고시 위반하며 법질서 운운 웬말인가' '신문협회 딴짓말고 공배제(공동배달제) 추진 결의하라' 등과 함께 '조선일보는 신문시장 유린, 스포츠조선은 성희롱 만행''신문협회는 성희롱 방치하는 스포츠조선 제명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전개했다.

이재국 언론노조 신문개혁특별위원장은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공동배달제 실시와 국제적인 사기극으로 한국언론 명예를 실추시킨 IPI 탈퇴에 대한 신문협회 차원의 결의를 촉구하고자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근래 들어 언론계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문협회 정체성과 관련해 회의론을 제기했다. 그는 "신문협회장을 맡고 있는 중앙일보를 비롯 거대 신문사의 불공정한 행위와 부도덕한 보도행태가 언론위기를 가속화시키는 본질"이라고 전제한 뒤 "신문의 위기를 외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고 질타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11일 신문협회 제40주년 기념식에서는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가 불공정한 행위로 신문시장 파행을 주도하면서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거대 신문사의 행위를 묵과하는 신문협회의 무책임을 비판하는 시위를 전개했다.

당시 신문통신노협은 '신문협회는 생일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제하 성명을 통해 "조중동 등 권력화된 족벌신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각종 의혹 부풀리기,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 보도 등의 행태는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하고 있다"면서 △언론권력 휘두르기에 탐닉한 회원사에 대한 단호한 대처 △공정거래위원회의 엄정한 신문고시 적용을 위한 신문협회 권한 이양 등을 촉구한 바 있다. / 신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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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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