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주인은 어딜가고 백송 한그루만 스케치북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날 삽교초 1학년 학생들의 마음에는 천연기념물인 흰소나무가 한그루씩 심어졌는지도 모른다.장선애
“와, 진짜 하얗네.”
“그런데 이파리는 안 하얗다. 초록색이야.”
이미 백송 앞 잔디밭에는 먼저 도착한 2반 친구들이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모든 아이들이 김밥과 음료수, 과자를 욕심껏 채워 넣었을 두둑한 소풍가방 외에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들고 있다.
“자 여기서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 다 그리고 김밥 먹자.”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흰 도화지에 흰 소나무 한 그루, 옆 과수원의 사과나무, 파란 가을하늘을 그려 넣는 손놀림이 바쁘다.
한쪽에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림 그리기는 뒤로하고 잔디밭 위를 구르는 개구쟁이들도 눈에 띈다.
자연과 어우러져 자유롭게 뛰놀고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살아 계셨다면 아이들의 높고 맑은 웃음소리에 따라 빙그레 웃을 것만 같은 가을날이다.
“오늘요. 내가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우리 엄마 깨웠어요.”
“저는요, 너무 신나서 잠이 안와서 밤에 자꾸 눈이 떠졌어요.”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났더니 배 고파요.”
신이 난 아이들은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며 과자와 사탕을 선생님 손에 쥐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