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화학조미료'를 버려라

<고향의 맛 원형을 찾아서 41>안티-화학조미료

등록 2003.10.16 09:36수정 2003.10.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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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조미료에 대한 추억


1970년 대 중반 산골짜기 양지마을에 살던 나는 부엌에 들어가 미원(味元)인지 미풍(味豊)인지 모르는, 설탕 같이 희고 가늘며 작고 길쭉한 알갱이를 어머니 몰래 검지 손가락으로 쪽쪽 찍어 혀에 갖다 대 손가락을 빨아댔다.

학교 갔다와서 집에 아무도 없거나 꼴 베러 갔다가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정지에 들어가면 이상한 유혹에 빠졌다. 성장기의 남자아이가 겪는 성징의 하나처럼 반복의 연속이었으니 그렇게 몇 날이 이어졌는지 모른다.

첫 대면은 대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웬걸 밋밋하기만 하던 맛이 차츰 적응하더니 나중에는 사르르 녹는 그 맛에 자꾸 빠져 들어갔다. 얼마 후 하루에도 몇번이나 부엌 출입이 잦아졌다.

사카린을 먹어보고 설탕에 맛을 들인 지 얼마 안된 터라 하얀 알갱이는 모두 달고 맛있는 걸로만 알았다. 더군다나 간장 종지 옆에 있었던 그 작은 알갱이는 내가 알기에도 몇 년 되지 않았다.

얼마 후 국이나 나물을 무칠 때, 조림을 할 때는 어김없이 들어갔다. 그 서릿발 축소판 같던 작은 알갱이를 얼마나 찍어 먹었는가. 나중엔 결국 몰라보게 줄어들어 이를 관찰하던 어머니는 손가락 자국을 보고서 내가 한 걸로 판단하시고 아까운 걸 왜 먹느냐고 야단치셨다. 그래도 한 동안은 그 맛을 잊지 못했다.


양념통을 비우자.
양념통을 비우자.김규환
중학교에 진학하고서는 아이들이 "야, 그걸 사이다에 타 먹이면 여자 애들이 발라당 넘어진다더라" 하며 카더라 통신을 전해오곤 했다. 몇 번 들었던 까닭에 기회를 잡지 못해 실험은 해보지 못하고 소년기를 무사히 넘겼다.

어떤 아이들은 조미료에 대한 호기심, 조미료의 효험, 흐물흐물 해질 아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명절 때 여자 동기생들에게 그 일을 벌였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렇듯 화학조미료는 당시 나에게 꽤나 호기심을 자극했던 물질임에는 틀림없다.


조금만 더 타면 맛이 나던 기묘한 알갱이. 안 타면 아무 맛이 없이 무덤덤 했던 그 맛. 글자대로 보면 음식 맛을 맞춘다는 뜻인데 처음에는 맛을 맞추다가 길들여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중독성을 지닌 물질이 되고 만다.

그러니 새로운 맛을 창조하여 조화롭게 하는 것을 넘어 조미료 없는 식탁과 식당은 상상하기 힘들게 되었고 운영하기조차 힘든 세상이 되었다.

뿐인가. 라면을 알고 부터는 조미료에 폭 빠지게 되었다. 라면 앞에 그려진 대파도 들어있겠거니 생각했던 순진무구한 때 봉지에 찍힌 달걀도 들어 있을 걸로 믿었다. 학교에 오가며 과자나 빵 한 봉지보다 더 인기였던 것이 라면이다.

딱딱한 면을 잘게 부수고 라면 위에 스프를 팍팍 뿌려 야금야금 씹어 댔다. 그 짜고 맵던 것이 감칠맛 나게 자꾸 앵기는(달라붙는) 데는 옴짝달싹 하지 못했다. 1km도 못 가 바닥이 나면 다시 가게로 가서 한 봉을 더 사서 먹고는 옹달샘이든 농수로 물을 벌컥벌컥 허천나게 마셔 댔다.

조미료(調味料). 한 때는 버젓이 화학조미료라고 또렷하게 써져있었다. 한 회사의 대표적인 상표였던 것이 조미료의 대명사가 된 건 치약에서도 그렇고 여타 상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맛의 으뜸(元)에서 시작하여 맛의 풍요함(豊)이란 뜻을 가진 다른 회사 제품도 선보이던 양대 축으로 갔다.

8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서는 고향의 맛을 전하는 조미료까지 출현했다. 이어 글루탐산모노나트륨(MSG)에 대한 논란이 거세짐에 따라 포장지에 표고버섯이나 소고기, 멸치, 다시마 등과 채소의 자연 모습을 담은 사진을 넣어 교묘히 위장하는 시대까지 왔다. 하얗기만 하던 것이 나중에는 원색을 띠면서 차츰 변해갔다.

하지만 내가 크고 나서는 위해성을 뒤로하고 느끼한 그 맛에 취해 살았던 동안 내 몸은 어찌 병들어 갔는지 모른다. 아직 내 머리는 온전할까?

조미료, 화학조미료의 정체

그렇다면 그 맛난 추억의 조미료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조미―료(調味料)[명사]는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쓰는 재료 또는 양념이고 화ː학―조미료(化學調味料)[―쪼―]는 [명사] 화학적으로 합성하여 만든 조미료다.

더 구체적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 조미료는 음식을 만드는 주재료인 식품에 첨가해서 음식의 맛을 돋우며 조절하는 물질이다.

이런 물질을 일반적으로 조미료와 향신료로 나누는데 대체로 4가지 기본 맛 중 짠맛 ·단맛·신맛을 내는 물질을 조미료로 본다.

첫째, 짠맛을 내는 함미료(鹹味料)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는데 그것은 바로 소금이다. 생리적으로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이다. 식염(食鹽)은 짠맛을 내는 외에 다른 맛과 함께 있으면 그 맛을 강화시키는 작용도 하는데, 특히 단맛 성분과 함께 넣으면 효력을 크게 상승시킨다.

또한 음식에 있는 물질 중 소금 없이는 느낄 수 없는 맛을 소금을 첨가함으로써 맛을 돋우거나 강화하기도 한다. 예컨대, 고기에 소금을 침으로써 구수한 맛을 돋운다. 소금 외에 간장·된장·고추장, 각종 젓갈 등이 있다.

둘째, 단맛인 감미료(甘味料)다. 최초의 감미료는 꿀이다. 그 후 사탕무와 사탕수수를 대량 재배하여 설탕제조가 활발해짐에 따라 설탕이 감미료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이외에 포도당·과당·물엿(맥아당) 등이 감미료다.

사카린·시클람산나트륨·둘신·펠리라틴·글리시리신 같은 인공감미료는 설탕의 몇 배의 단맛을 가지고 있으므로 경제적이기는 하나 사카린을 비롯한 대부분의 것은 독성이 있으므로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설탕은 이외에 육류를 연하게 하는 성질과 녹말의 노화를 방지하며 방부제 역할도 한다.

세째, 산미료(酸味料)인데 식초(食醋)가 대표적이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15세기경부터 과실을 원료로 제조하였고, 아시아에서는 BC 6세기경부터 곡류로 만들었다.

당 또는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는 액체에 아세트산균이 작용하여 발효되면 식초가 된다. 순수 원액 빙초산을 희석하여 만드는 합성초, 쌀 녹말을 원료로 하는 양조초, 그리고 레몬이나 사과 같은 신 과일의 즙을 사용하는 과일초 등이 있다.

간장에도? 가츠오부시 라는 글자가 보이는 지요?
간장에도? 가츠오부시 라는 글자가 보이는 지요?김규환
다음으로 구수한 맛 또는 감칠맛을 내는 지미료(旨味料)는 자연지미료와 화학지미료로 나눌 수 있다. 말린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가쓰오부시(節) 등은 자연지미료에 속하고, 글루탐산모노나트륨(MSG)과 이노신산은 화학지미료에 속한다.

넓은 의미로 사카린 같은 인공감미료도 화학조미료인데 일반적인 화학조미료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4개의 기본 맛에 속하지 않는 지미성분(旨味成分), 즉 감칠맛 성분을 말한다.

화학 조미료의 선진대국 일본에서는 이미 1908년에 세계 최초로 다시마의 달고 구수한 맛이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의 나트륨염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밀의 글루텐으로부터 인공적으로 제조했다. 이것이 화학조미료의 시초이다.

이어 국물 맛을 내기 위하여 일본에서 흔히 사용하는‘가쓰오부시(가다랭이포)’의 맛 성분으로 노신산나트륨을 발견하고, 1960년에 핵산 관련물질이 연구되었다.

구수한 단맛을 가진 물질인 화학조미료는 크게 아미노산계와 핵산계로 나눈다. 아미노산계는 글루탐산의 나트륨염·아스파르트산·숙신산나트륨 등이 있고, 핵산계는 이노신산나트륨과 구아닐산나트륨이 있다. 조개류의 감칠맛은 숙신산나트륨, 표고버섯의 구수한 맛은 구아닐산나트륨 때문이다.

아미노산과 핵산은 상승작용을 하므로 함께 사용하면 각각의 맛의 강도를 합친 것보다 더 강한 맛을 낸다. 그러므로 근래는 글루탐산의 나트륨염과 핵산의 이노신산나트륨을 섞어 복합조미료를 제조하기도 한다.

화학조미료 없이 살기 힘든 세상 잘 먹고 잘 사는 방법

우리는 화학조미료 천국에 살고 있다. 인공의 소금, 설탕, 젓갈류와 미원, 다시다, 물엿, 식초, 후추, 소스, 겨자, 양념장이 식탁을 점령했다. 소금도 자염이나 천일염이면 모르되 가공 소금의 대표적인 맛소금에도 들어 있다. 그러니 김밥도 그렇다. 양조 간장에도 예외는 아니다. 과자에는 한두 가지 들어있겠는가.

환경운동연합은 "화학조미료의 유해성은 호흡마비와 신경쇠약, 두통 등을 동반하는 ‘중국음식 증후군’을 통해 세상에 알려져 선진국에서는 그 사용과 섭취량이 꾸준히 줄고 있다”고 밝히고, “반면 우리나라는 다양한 통로를 통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가정에서도 작은 실천으로 화학조미료를 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단시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에 끊임없이 축적되었을 때 나타날 재앙을 이야기하고 있다. 화학조미료 없이 음식을 만든다? 지구환경 지키기보다 어렵다. 어렵지만 어쩌겠는가? 상식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현실화시키는 방법과 길들여진 입맛을 바꿀 수밖에.

환경연합이 소개한 몇 가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한다. △채소나 야채를 먹을 때 소스류를 곁들이는 것을 자제하고 △치킨이나 삼겹살도 맛소금을 적게 찍어먹고 △어묵, 야채가공품, 햄, 소시지 등은 조리 전에 살짝 데쳐 방부제와 첨가물을 제거하고 △라면은 면을 끓는 물에 데쳐 기름과 산화방지제 성분을 제거하고 조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오늘은 세계소비자 연맹이 정한 '세계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이다. 내가 먹고 가족이 먹을 음식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려면 일차로 공부를 해야겠고 둘째로 얼마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대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자연에 있다. 그렇다고 저 멀리 비싼 식품에 있는 것이 아니다. 파, 마늘, 양파, 부추에도 있고 배, 사과, 호박, 현미, 들기름, 참기름에도 있고 꿀에도 있다. 음식이 쓰면 된장 조금 더 넣고, 떫으면 고춧가루 넣으면 된다. 향긋한 원래의 맛을 찾아가는 과정은 이리도 힘들다.

15년 전부터 나는 화학조미료를 직접 만드는 음식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간혹 아내가 1년에 250g 짜리 조미료 한 봉지를 사오지만 쓰는 일이 거의 없다. 아직 우리 집엔 절반 이상이 남아 있다.

사람을 두고 간사한 동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얼마간 맛없는 음식 먹을 각오를 하면 몸에도 좋고 깔끔한 맛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다가 밖에서 한 번 먹어보면 느끼하고 미끈해서 입맛을 앗아간다. 외식할 일 줄어드니 가족사랑 실천의 한 방법이다. 오늘 당장 화학조미료를 끊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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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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