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께서 쓰신 <일본은 없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글 전반에 걸쳐 상당히 논리적이고 사물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시각에 감탄한 적이 있어 아직도 님을 기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 며칠 나라 안팎이 대통령이 제안한 재신임 문제로 시끌벅적하던 차 인터넷을 통해 어느 신문에 <기쁨 못준 대통령은 물러나길>이란 제목으로 쓰신 글이 논쟁이 된다해서 일부러 찾아 읽어보고 놀라움과 실망감을 금할 길이 없어 감히 조목조목 제 생각과 다른 부분에 대해 반론을 펴보자 합니다.
서두에 국민에게 '기쁨'을 주지 못했다고 한 것에 대해 공감합니다. 단지 님의 견해와 다른 것은 노무현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님이 지적하신 이유 중 '자잘한 말실수'는 대통령의 본심보다는 이른바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거대 언론과 기득권을 상실한 보수층의 거두절미한 말꼬리 잡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이고 굵직한 정책실패는 아마도 북핵문제나 부안 핵폐기물처리장 건설 혹은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이것에 대해서는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도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 아닐는지요.
님은 또 재신임을 묻는 것에 '아무런 조건도 없으며 어떤 의도도 없다'고 한 것에 대해 절망케 한다고 했지만 저는 이 대목에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님! 봐오셨지 않습니까?
과거 얼마나 많은 부패한 권력자들이 자기의 부정이 드러나면 결백을 주장하거나 이런 저런 구실로 변명을 일삼아 왔는지요.
'어떠한 조건이나 의도라는 것은' 말 그대로 술수 부리거나 지저분한 조건 걸지 않고 진솔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의도 아니겠습니까?
국정의 혼란과 골이 깊어질 것이라고요?
님께서 거론한 북핵 문제, 경제위기, 파병문제 등 님의 말씀처럼 산처럼 쌓인 문제가 모두 대통령의 탓인가요? 이러한 문제들은 오랜 시간 여러 경로를 통해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거나 국제적 역학관계, 한미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전략적으로 시간을 끌어야 되는 문제도 있는, 그래서 수학시험 1번 문제 풀 듯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요.
말 그대로 난제 아니겠습니까?
잘 아시겠지만 대의정치로 대변되는 국회의 의석 구성비율이 왜곡된 것 알고 계신지요?
지난번 대선 때 당선이 유력시 될 것이라 판단했던 한나라당에 많은 철새들이 둥지를 틀어 아직까지 거기에 몸담고 있고 그런 국회에서 '당론'에 따른 의석수로 가부를 결정하다 보니 국민의 뜻과는 종종 다르게 '표결'로 처리되는 수도 있는 거, 보아 오셨지 않았는지요?
어찌됐던 국민의 대다수는 당의 지지도 별반 받지 못했던 외로운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한낱 촌부에 지나지 않는 제가 '글발'로 치면 게임도 안되는 님의 글을 붙잡고 반박할 수 있는 것도 다 이 정보화시대 인터넷 덕일 수 있듯이 당시 거대 야당을 제치고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저같이 시골에서 밭 갈아 사는 촌부도 세상 돌아가는 것 제때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란 것 아실 터이고요
대통령께서 '최도술 수수 사건을 모른다고 할 수 없다’말씀하신 것이 '폭탄선언'으로 들리셨습니까? '비리사실에 대한 연관을 시인’한 고백이나 다름없다고요?
아직도 모르십니까? 다름없다가 아니라 고백 그 자체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재임기간 내내 수천억원 모아놓고 통장에 기십만원 밖에 없다는 그런 오리발 대통령에 익숙해서 그렇게 굳어지셨습니까?
'나는 대통령 자리를 걸었으니 당신들은 뭘 걸래?'하고 달려드는 ‘역전의 고수’라고 하셨습니까?
그 '역전의 고수'는 대통령이 아니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아닐는지요.
예상치 못한 재신임 문제를 거론하자 '이게 웬 떡이냐' 싶어 '국민투표밖에 대안이 없다, 기왕 뱉어놨으니 빠를수록 좋다'했다가 여론조사가 재신임 지지쪽으로 흘러가자 재신임이 통과되면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임으로 여기고 정계에서 은퇴하고 의원 총사퇴 하자고 설쳐대던 사람이 이 나라 거대 야당의 총수 아닙니까?
(대부분의 의원들은 아마도 국회의원이란 신분에 대해 상당히 집착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리되건 저리되건 의원직 유지가 최고지 아무데나 의원직 걸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겠지요.)
이쯤 되면 '판돈’걸듯 내기 걸려 하는 사람이 노 대통령입니까? 최병렬 대표입니까?
'장관들은 반려 받을 것이 뻔한 사표를 냈고 2시간의 완벽한 국정공백이 있었다'
님!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사표를 제출했다해서 누구든 일손을 놓치는 않습니다. 사표가 수리되고 나서야 모든 권한도 책임도 종료되는 것이지요. 가끔씩 '반려받을 것이 뻔한 사표'를 내야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 아시고 하시는 말씀인지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인지 종잡을 수가 없고요.
'완벽한 공백'이라고요?
이 대목에선 그저 아연할 따름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의 지지율이 10%바닥을 쳤다.'
최근 여론 조사를 두고 이르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 다른 어떤 정당이나 정치지도자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상승했다거나 이를테면 50%을 넘은 적이 있거나 그러했다고 들으신 적이 있으신지요?
'분노할 기력도 잃은 국민의 뜻은 무엇인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말씀드리자면 제 생각으론 이렇습니다. 대다수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그러할진대 이등 한 한나라당한테 맡겨본 들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나을 리 없다는 현실에 대한 탄식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 대한민국 국민의 박복한 팔자이다.' 앞뒤가 안맞는 중 요 대목만 거두절미해 놓고 보니 유일하게 저와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죄송한 말씀 드리건대 중간에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드는 몇 줄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나랏일’은 죽을 쑤었는가?'
죽이라고 치고요. 그 죽도 못 먹게 재 뿌리고 있는 부류는 누구인지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직이 어떤 자리인지를 노무현 대통령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 부분도 앞 뒤 잘라내고 보니 제 생각과 일치됩니다. 대통령은 정말 몰랐던 것 같습니다.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그러했듯 검찰을 장악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을 일부 지각있는 사람들이 권력의 시녀라 개탄하더라도 측근이나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코드가 맞는 총장 앉혀 놓았으면 됐을 것을 어떤 자리인지 몰라서 정의를 구현하라고 어떤 외압에 굴하지 말고 진실을 밝히라고 설사 내 목을 죄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그런 대통령 아닙니까?
님께선 그럼 '우리가 남이가?'하는 사람 앉혀놓으란 말씀인지요?
'온갖 싱싱한 재료와 활활 타오르는 화덕이 있다해도 주방장실력이 못미치면 말짱 헛것이다.'
님!
보는 시각이 생각이 이리 다릅니다.
제대로 된 주방장 만났는데 재료가 부패했고 화덕이 낡아서 그것 바꾸자는 말씀 아닙니까?
아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면 국민이 요구하기 전에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 그래서 농사나 짓는게 좋겠다는 형님의 뜻을 받드는 것이 누구보다도 동생을 잘 아는 형님에 대한 도리요,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먼저 국민에 대한 예의 운운하시기 앞서 국가 원수인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먼저 익히시길 권합니다.
농사를 지어보셨는지요?
말씀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제가 농사는 좀 지어봐서 농사짓는 사람들 마음을 조금 헤아릴 줄 압니다.
먹을 건 삼권 분립 운운하다가 뱉을 건 대통령에게 책임떠넘기는 국회. 대통령이 입장해도 일어설줄 모르는- 최소한의 예의마저 모르거나 저버리는 저 여의도 사람들과 어찌 그리 닮으셨는지요?
잘은 모르지만 농사나 짓자는 '형님'의 말씀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가슴 뜨끔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을 그 지경으로 몰아대는 - 님의 말씀처럼 철없는, 님을 포함한 얄팍한 지식을 토대로 펜대 하나로 혹은 세 치 혀로 시류에 편승하여 멋대로 쓰거나 지껄이는 위인들 - 이들이야말로 농사나 짓는 것이 '국태민안'을 위해 서둘러 해야할 일일 것입니다.
아니 제가 좀 흥분했나 봅니다.
농사요?
그거 아무나 짓는 게 아니지요
'형님'의 말씀은 '까마귀 노는 곳에 간 백로 동생'이 안타까워 하신 말씀입니다.
끝으로 한 말씀 덧붙여 드리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 되리라 여기지 못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는 그보다 더 쉽게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를테면 이인제 후보나 이회창 후보나 그들이 패배한 원인이… 아니, 좀 더 고상하게 말씀드려서 국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이들 두 후보 모두 당시의 노무현 후보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자랑하기 보다는 노 후보를 깎아 내리는 것에 치중했기 때문이란 것은 이제 우리집 개도 아는 얘기 아닙니까?
유식한 말로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한다 그럽디다.
님께서 쓰신 글 저는 두 번이나 되새겨 읽었습니다. 그 장문 어디 한 구절 잘했다는 얘긴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끝으로 '뒤를 돌아보지 말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갈 때다'라고요?
승용차나 버스나 차선 지켜가면서 신호도 꼼꼼히 보고 잘 가야지요. 더욱이 교통이 혼잡할수록 자주 뒷거울 보시고 앞으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행여 차선 양보라도 해 주는 운전자 있거들랑 손이라도 흔들고 잘했다고- 고맙다고 칭찬도 더러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환절기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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