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으치기 옥수수를 다 땃더니 제법 된다. 바지랑대를 만들어 걸어 놨다.전희식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아랫집 할아버지를 감동시킨 일이다. 내가 들깨를 쪄 내면서 밑동을 바짝 자르지 않고 한자나 위를 자르자 대뜸 한마디 하시려고 막 일어서시는데 내가 먼저 설명을 했더니 깜짝 놀라신 것이다.
깨가 달리지 않은 들깨 대궁 아래쪽은 길게 남겨두고 잘라야 들깨가 빨리 마른다. 남긴 대궁은 발로 눕혀서 밟아버린 후 들깨를 그 위에 깔면 바람도 잘 통하여 깨가 잘 마른다고 설명했더니 감탄을 하신 것이다.
또 하나는 들깨 베는 사이골에 이미 뿌려 놓은 보리씨앗을 보고 놀라신 것이다. 콩밭에도 오늘 밀을 뿌렸다. 마른 땅에 직파를 하는 것인데 들깻잎과 콩잎이 떨어져서 보리와 밀을 덮으면 새 피해도 없이 싹이 잘 나는 것이다. 지지난주 전남 승주군에 사시는 윤원식 선생님의 자연농법 농장을 둘러보면서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방식이었다.
보리나 밀 같은 겨울 작물은 여름철 음식으로 최고다. 찬 음식이어서 밀과 보리를 먹으면 더위도 덜 탄다. 한 겨울에 밀이나 보리를 베어다가 쌈을 싸 먹어도 좋고 데쳐서 나물을 무쳐 먹어도 좋다.
올해는 윤원식 선생님에게서 얻어 온 찰 보리를 심었다. 겉보리보다 찰기가 있어서 먹기가 훨씬 좋다는 것인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토종 종자라는 점이다. 할아버지의 뜻밖의 감동에 감동된 내가 약간은 상기되어 주섬주섬 늘어놓는 설명에 할아버지는 맨날 내세우던 80년 농사 인생이 오늘은 쑥 들어 가셨다.
할아버지의 유쾌한 양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