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채인식', 영화같은 시절 온다

내년 시장규모 1조원... 국제표준도 제정

등록 2003.10.17 11:54수정 2003.10.17 17:38
0
원고료로 응원
영화는 인간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상상이 현실과는 다르지만 인간의 두뇌에서 나온 것이라면 언제가는 실현가능성이 있다는 얘기. 공상과학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보안기술들도 이미 실현가능하거나 머지않은 시기에 현실로 다가올 것들인 셈이다.

a 생체인식

생체인식 ⓒ KBA

최근 보안기술의 화두는 단연 ‘생체인식기술’이다. 말 그대로 ‘인간’을 대상으로 한 기술이다. 영화에 줄곧 등장하는 것처럼 아직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폭발적인 성장성과 잠재성을 보이고 있는 시장이다. 머지않아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접하게 될 만큼 이미 하나의 시대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생체인식’에 관한 국제표준이 제정된다. 우리나라도 국제표준에 맞추어 국가표준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내년 시장규모만도 1조원에 육박한다. 미국은 생체정보가 수록된 여권과 비자를 소지한 사람만이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국경보안강화 및 비자개혁법’을 발효할 예정이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내년부터 선진 27개국의 출입국검색에 생체인식기술을 적용하게 된다고 발표했을 정도이니 2004년이면 영화 속 광경을 흔히 접하게 될 듯하다.

보안의 핵심은 암호의 ‘고유성’과 ‘영구성’이다. 기억에 의존한 코드나 몸에 지녀야하는 것들의 한계가 명확한 이상,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대체할 만한 것이 ‘인간의 신체’ 이외에 무엇이 더 있으랴?

놀라운 것은 60억이 넘는 인간의 신체 중 생체보안으로 이용할 만한 고유하면서 변치 않는 것들이 한개도 아니요 여러 개가 존재한다는 점. ‘만인부동 종생불변(萬人不同 終生不變)’의 특성이 일찍이 증명돼 고대로부터 실생활에 응용돼 온 천혜의 신분표식인 지문에서부터 음성, 혈관, 얼굴, 정맥 그리고 최근 영화의 단골로 나오는 홍채인식까지 다양하다.

a 인간의 눈동자 내 홍채

인간의 눈동자 내 홍채 ⓒ KBA

인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공상과학에 나오는 보안기술의 현실성은 어느 정도일까? 영화 <에이리언4>에서 우주선 선장이 감지기에 입김을 불어넣어 본인 확인을 하는 ‘체취감지기술’. <저지드레드>에서 실버스터 스탤론의 권총을 다른 사람이 쓸 수 없도록 만드는 DNA 감지기능이 달린 권총. 이밖에도 20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마이너리리포트>에서는 톰 크루즈가 길목을 지날 때마다 그 사람의 모든 정보를 바로바로 보여준다. 바로 홍채인식기술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체취감지기술은 보안의 현실성이 떨어지고 DNA감지기능이 달린 권총은 생명공학과 나노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그런 순간적인 감지가 가능하기에는 아직 기술발달이 훨씬 못미친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걸려야할지는 모르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DNA는 그야말로 신분인식의 최상의 대상이므로 아마도 생체인식기술의 마지막 지향점의 강력한 후보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그럼, 홍채인식기술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가장 각광받는 차세대 생체보안기술이다. 홍채(Iris)는 사람의 눈동자에서 가운데 동공을 뺀 부분. 눈동자를 확대해보면 마치 화산분화구처럼 생긴 빗살무늬, 동심원 무늬를 볼 수 있다. 빛의 양에 따라 조절하기위한 ‘동공괄약근’과 ‘동공산대근’이 만든 무늬이다. 그럼, 왜 홍채인식이 각광받을까?


생체인식(Biometrics)이란?

사람의 생체정보나 행동특성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기술을 말한다. 사람들마다 각각 다른 지문·얼굴·홍채·망막·정맥 등을 인식하거나 서명·음성 등 행동 특징을 인식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얼굴모양이나 음성·지문·홍채 등과 같은 개인특성은 열쇠나 비밀번호처럼 타인에게 도용이나 복제될 수 없으며, 변경되거나 분실할 위험성이 없어 보안분야에 활용된다. 특히 이용자에 대한 사후 추적이 가능하여 관리면에서도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체인식기술은 크게 센서와 알고리즘 기술을 얼마나 잘 구현하는가가 관건이다. 각기 다른 생체를 인식할 수 있는 정교한 센서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암호화해 전송하고 해독하는 알고리즘 기술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야 한다.

최근에는 여러 기술을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다중생체인식(Multi-Modal)’이 각광받고 있으며, 선진국 항공출입시스템에 2004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 홍채무늬는 생후 1-2년내 대부분 형성되며 평생 고유한 패턴이 유지된다. 다른 사람과 홍채무늬가 같을 확률은 무려 10의 78승분의 1. 보안기술의 핵심인 고유성과 영구성을 모두 보장하는 대상인 셈이다.

기존 생체보안기술에 비해 장점도 많다. 외부로 노출된 지문의 경우 영화 속처럼 복제가 가능할 수도 있다. 망막인식의 경우는 사용자가 눈을 밀착시켜야 한다. 홍채는 눈의 표면에 있기 때문에 몇십센티 떨어져서도 가능한 비접촉방식이며 안경이나 렌즈, 선글래스를 껴도 식별에 무리가 없다. 또한, 살아있는 눈이라야 가능하다. 빛의 양에 따라 동공크기가 변해야 홍채인식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어느 영화에서처럼 단순히 얼굴에서 빼낸 눈을 카메라에 갖다대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는셈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시간이 지나면 현실이 된다. 1936년 안과의사 프랭크비치에 의해 홍채모양이 개인의 식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 제안된 후 1980년대 제임스본드 영화에서 홍채인식이 선보였지만 그때까지는 그야말로 상상에 불과했다. 2003년 지금은 홍채인식기술이 현존하는 생체인식기술 중에서 가장 분별력과 성능이 좋은 기술로 정평이 나있다. 단지 아직까지 장비가 고가라 보편성이 떨어지는 게 한계점이나 미국의 출입국시스템에 홍채인식기술도입을 추진 중이라는 뉴스가 나오는 걸 보면 언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4. 4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5. 5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