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토론은 노무현 정부의 숙명

제발 국민과 토론하십시오

등록 2003.10.18 11:00수정 2003.10.1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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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온, 오프라인 신문들이 온통 이라크 파병결정이 사전에 결정되었다거나 논의(결정을 전제로한)를 공식화 한다는 소식들로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사가 마음대로 되지 않고, 남에게 말 못할 것들이 80%는 된다고 40이 넘어서야 어렴풋이 깨닫고 있습니다만, 파병과 관련해서 정부의 관계자들이 "이미 지난 9월 말 한미동맹관계 등을 이유로 사실상 파병을 결정한 상태였다"라거나, "단 국민의 반대 여론, 특히 현 정권 지지세력의 강한 반대 때문에 이라크 현지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지켜보자, 또는 유엔 결의안 통과여부를 기다리겠다는 핑계를 대며 겉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을 뿐"이라고 말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이는 그토록 고대하던 일자리가 내 차지가 되지 못했다는 연락보다도, 빚을 갚기 위해 신청해 놓은 대출이 막혔다는 전화보다도 더 큰 상실감으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일을 하는 것을 선인들과 학자들은 '자아실현',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 실현' 등으로 개념화 해 왔습니다만, 나는 생각이 다릅니다. 세상에 자기에게 부여된 일을 하면서 자아를 실현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아마 20%미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필자 생각에 직장인 중 자기가 하는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80%는 하루 일과 중 자신에게 부여된 일에 할애하는 시간은 10~15%정도면 많이 하는 것이고, 나머지 90%~85%는 다른일을 하는데서 행복과 가치를 찾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나 봅니다.

만약 우리사회가 내가 어떤 일을 하건 정부라든가 자치단체가 내 생각보다 훨씬 앞서서 느닷없는 만족을 준다면 사람들이 늘상 이런 이중적, 가치폄하적 일상을 생각없이 보내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어쩌면 국민으로서 불경스러울 수도 있는 이런 필자의 생각은 송구스럽고, 미안하기 그지없는 것이겠습니다만 대다수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느낌일 거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다른 문제도 많이 있지만, 파병문제를 가지고 범인들의 느낌을 한번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한다는 것에는 70%에 가까운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언론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70%정도의 사람들은 아마 이럴 것입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니 최소한 파병은 쉽게 하지 못할 거라는 안도감, 혹은 만에 하나 파병을 한다 하더라도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발끝에서 머리카락 끝까지 '그것은 안돼'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는 하겠지"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은 일종에 안도감을 줍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상식일 테고, 그 상식이 그래도 지금은 많이 통용되는 시대라고 믿고 싶고, 수십년간 쌓여온 스트레스 때문에 이제는 귀찮아서라도 믿고 싶다는 마음이 피곤한 국민들의 속내이니까요.

우리 국민들은 정말 피곤합니다. 일을 그만두면 우선 당장 연명할 수단이 있습니까? 며칠 쉴 여유가 있습니까?

독수리나 하이에나가 늘 우리 주변에서 내가 시체가 되기만을 바라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지기 수입니다. 그래도 참을성 많고 인자한 국민들은 그걸 기꺼이 감내합니다. 또한 그것이 팔자이거니 하며 견딥니다. 모질고도 모진 것이 대한민국 저변 국민들의 인생입니다.

오늘 아침 느닷없이 터져 나온 정부의 파병에 관한 비밀스런 사전 결정론은 이렇듯 모진 인생을 살아가는 대다수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또다시 병들게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또 참아 낼 것입니다만. 이런 일이 되풀이 되면 또 그 면역성을 극복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서러움을 감당해야 할지 모릅니다.

자신의 삶이 고단할지라도 사회가 잘돌아가면 대리만족을 하며 삶의 활로를 찾아 가는 것이 어리석은 국민들의 대견스런 모습입니다. 위정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한없이 고맙고 짠한 것일거라는 생각입니다만, 사실은 그래서 천변만화의 역사가 이루어지고 사회가 지탱되지 않나 필자는 여깁니다.

노무현 정부는 어느 누가 제아무리 부정해도 파퓰리즘을 기반으로 탄생되었습니다. 이는 현상적으로 볼 때, 노대통령에게는 개인적인 행운이자, 그것을 유도한 많은 사람들에게 큰 행복감을 느끼게 한 것이었습니다만.

사실 그것은 그간에 모질고 모진 국민들의 삶이 하나로 점철된 정점에 다름아니었습니다. 현 대통령과 정부가 잘하고 잘못하고는 우리 역사에서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합니다.

이미 우리의 역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그 속에서 움직여 나가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위세등등한 다수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나라당도 그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국민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무엇이든요. 물어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와 정서를 심어주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우리역사와 국민이 요구하는 바 입니다.

물은 흐릅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보다 낮은 곳을 향해서요. 느닷없는 정부관계자의 말을 빌은 파병보도는 물의 흐름과도 같은 민심에 역행하는 처사입니다. 그래서 만약 그것이 액면이라면 국민들은 마음이 아픕니다. 마치 위산액이 역류하는 것처럼 속이 거북하고, 탈이 날 것입니다.

그런 행태가 지금도 여전히 반복된다면, 아마 국민들도 적응을 해 나가겠지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시대처럼 아마 속쓰림이 만성이 되어, 암이 되도록 국민들은 참아내면서 수술의 날을 또 기다려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대 수술은 여러번 할 일은 못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거의 죽을 지경까지 사력을 다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역사적인 사명으로 국민들은 받아들였으니까요. 시대적인 흐름의 정점에 왜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올려졌는지 파병문제를 놓고 한번 깊게 생각을 해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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