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박철
요즘은 동네마다 게이트볼장이 생겨서 가을걷이를 끝내고 동네 사람들마다 쇠몽둥이를 들고 게이트볼을 한다.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한편이 되기도 하고, 남편과 아내가 다른 편이 되어 실력을 겨루기도 한다. 가끔 옥신각신하기도 하지만 그 구경도 볼만하다.
겨울이면 마을 회관에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지나간 이야기가 나오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러다 부녀회에서 국수라도 삶아 내는 날은 진짜 재수좋은 날이다. 뜨끈한 국수를 먹고 나면 뱃속까지 뜨듯해 진다.
가을 상수리 줍는 재미도 쏠쏠하다. 도시락을 싸서 아내와 산보 겸 상수리를 주우러 산을 오른다. 상수리를 정신없이 줍느라 때를 놓쳐 아내와 둘이 낯선 남의 산소 앞에 앉아 늦은 점심을 한다. 아내의 머리는 온통 검불투성이다. 아내가 말한다.
“여보, 우리 거리의 노숙자 같다.”
거기에다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하면 아무 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