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종이 신문의 차이

종이 신문에 실린 제 글을 보고 부끄러워졌습니다

등록 2003.10.21 15:42수정 2003.10.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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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 올린 기사를 <주간 오마이뉴스>에 실으려고 하니 사진 자료를 파일로 보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어 내 기사가 페이퍼(종이 신문)로 나온다고? 살다보니 이렇게 즐거운 일도 있구나'하며 입가에 미소가 옅게 지어졌습니다.

2003년 4월 16일 <신개념 부동산, 서비스드 레지던스>란 첫 기사로 시작하여 총 70건 가량의 기사를 등록했지만, 한번도 종이 신문에 실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첫사랑의 설레임처럼 언제 신문이 발간되나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주위의 친구들에게 오마이뉴스를 우선 홍보해야 했습니다.

"내 기사 신문에 실린다고 해. 꼭 봐야 해!"

"어디 신문에 실리는데?"

"오마이뉴스라고…."


"오마이뉴스가 뭔데?"

친한 친구들이야 그 전부터 하도 오마이뉴스를 광고해 놓아서 다들 잘 알고 있지만, 컴퓨터에 문외한 친구들에게 오마이뉴스를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되더군요. 그러고 보니 그냥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릴 줄만 알았지, 오마이뉴스가 갖는 영향력과 오마이뉴스가 주는 의미와 정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란 모토로 출발한 오마이뉴스는 제가 쓰고 싶은 글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좋은 창구였습니다. 그러면서 오마이뉴스에 대한 애착과 동시에 집착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습관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기사를 재확인하고 혹여나 댓글이 남겨져 있지 않은가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쓴다는 것은 용감하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주어진 자유만큼 그 자유를 자신이 감당할 수 있어야 했지만, 간혹 개인 메일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 독자분들이 있어 계속해서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위로는 기사를 쓰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호기심으로 쓰기 시작한 기사는 공부한 것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때로는 살아가는 푸념을 하며 스스로 위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사로 등록이 되니 적은 돈이지만 기사료와 광고 원고료는 짭짤한 부수입원으로 정말 쓰기가 아까웠습니다.

한마디로 오마이뉴스를 표현한다면, 현장에 있는 내용을 가장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인터넷 신문, 살아 움직이는 오마이뉴스, 모든 이에게 기자 정신을 불어 넣어 주는 오마이뉴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0/2~10/10 주간 오마이뉴스 밤이 무르익는 계절
10/2~10/10 주간 오마이뉴스 밤이 무르익는 계절공응경

"얼마나 보내드릴까요?"란 질문에 "가능한 많이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대봉투에 담겨진 신문을 드디어 받아 보게 되었습니다. 재빠르게 신문지를 펼쳐 제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잘못된 어순과 오타가 보이는 게 아닙니까? 더욱이 문체도 너무 짤막해서 마치 초등학생이 쓴 글 같았습니다.

아차! 싶더군요. 기사란 것이 온라인으로 읽을 때와 종이 신문으로 읽을 때의 느낌이 얼마나 다른 것인지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종이신문에 제 기사가 실리게 된 이유를 분석해 본 결과 가을이란 계절적 요인에 부합된 글이였고, 밤 따는 풍경의 사진이 적절했기 때문에 실릴 수 있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즉, 글을 잘 쓰거나 내용이 좋아서 실린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한마디로 운이 좋았던 것이지요.

더불어 기사를 보고 밤 따러 가고 싶다며 개인 메일을 보내온 독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정상 그 별장은 일반인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곳이어서 노력은 해보았지만, 허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 기사에 관심을 가져준 고마운 독자에게 안내를 해 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미안함을 이 글로나마 표현해 봅니다.

친구들에게 신문을 나눠 줄 요량이었는데, 부끄러운 생각에 아직도 신문을 그냥 갖고 있습니다. 좀더 정확한 표현과 문체의 필요성과 적절한 단어의 배치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편하게 글을 썼는지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글에 대한 책임감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미래는 장담할 수 없지만, 조금씩 더 나아지는 모습으로 좋은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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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무르익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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