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김대중 "나는 왜 댓글을 거부하나"

김대중 이사 조선닷컴 게재... "욕 아닌 비판을 원해"

등록 2003.10.21 19:38수정 2003.10.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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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이사 기자가 쓴 조선닷컴 21일자 기사.
김대중 이사 기자가 쓴 조선닷컴 21일자 기사.신미희
그동안 조선일보 인터넷 사이트의 댓글쓰기인 '100자평'을 유일하게 거부했던 김대중 이사 기자가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 이사는 21일 오후 4시께 조선닷컴에 '나는 왜 댓글을 거부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본인 칼럼에 100자평을 달지 않는 이유를 담담하게 설명했다.

김 이사는 "얼마 전 어느 독자로부터 '당신은 얼마나 도도하길래 당신 글에 대한 100자평을 받지 않느냐?'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는 글로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독자투고란 담당 편집자였던 사실을 밝히면서 독자투고에 관심이 많고 즐겨 읽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인 글에 100자평을 받지 않는다는 게 일견 자기모순으로 지적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저도 한때 100자평을 받았다"면서 "지금도 제 기사에 대한 독자의 생각과 교류하고 싶다"는 심경과 함께 "제 안목이 미치지 못하는 대목과 제 시야가 넓지 못했던 측면, 제 생각이 모자라는 구석들을 지적하고 편달해주는 독자투고를 기대하고 있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어 자신이 기대하는 독자의 채찍에 대해 "펜을 놓고 싶을 정도로 깊은 좌절을 맛보게 하는 신랄함, 제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저를 통박하는 논리의 정연함, 더 나아가 언젠가 기회를 만들어 마주 앉아 서로의 견해를 정리하는 술자리"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또 평가나 호감을 넘은 지나친 '칭찬'도 결코 좋은 독자투고가 아니라는 점을 덧붙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100자평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각 신문의 인터넷 공간에서 난무하는 독자평이랄까 100자평은 때로 우리 기자들을 허망하게 만든다"면서 인터넷 독자의견의 역기능을 지적했다. 또 그는 인터넷 독자의견에서 자주 발견되는 욕설과 익명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즉 욕이 아니라 비판을 원한다는 뜻이다.


"견해가 다르면 다르다고 지적하고 필자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면 되지 왜 욕을 합니까"라며 반문한 그는 "기자에게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공직자를 놓고 그런 상스럽고 막가는 욕설을 한국만큼 대놓고 하는 나라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는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하는 발언에는 어떤 쾌감이 있을 수 있으나 그래도 욕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인격을 모욕하거나 조상까지 들추는 인신공격은 제발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이사는 '어떤 생각'이 일방적으로 작용하던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한 뒤 글을 맺었다. 그는 "'쌍방통행'이나 교류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 기자의 생각이나 견해가 막무가내로 군림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양방향 통행의 건전함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모서리'를 조금씩 다듬어 나가야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김대중 이사의 글에는 100자평이 적용됐다. 21일 오후 8시 현재 해당 기사에는 60여 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중에는 김 이사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이 글 역시 김대중 이사의 특권의식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네티즌 정대현씨는 "조선일보 100자평에서 갖가지 욕설과 인신비방, 비난과 비판을 받는 사람이 누군가,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아닌가"라며 "전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갖가지 욕설과 비방을 해도 괜찮은데 김대중 이사 기자 칼럼에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자체가 특권의식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배용파씨도 "댓글에 욕이 많고 수준 미달일 경우 정당하고도 강경한 대응을 해야지 X가 무서워 피한다는 소극적 자세는 곤란하다"면서 "삭제나 경고, 사과조치, 참여금지 등 방안으로 정화작업을 지속하여 건전한 비평문화를 정착시켜야할 의무가 앞서는 입장인데, 또다른 논리와 명분을 내세우는 것은 대기자 명성에 걸맞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 인터넷 댓글 '100자평' 변천사
글쓰기 시간제한...실명제...전면폐지...부활...


조선일보 인터넷의 독자 의견쓰기인 100자평은 지난해 3월 인터넷자회사인 디지틀조선일보가 '쌍방향 강화'를 위해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인터넷 독자 의견쓰기는 종이신문으로서는 국민일보에 이어 조선일보가 두번째였다.

디지틀조선은 애초 주요 기사나 화제 기사 위주로 100자평을 달았으나 바로 모든 기사로 확대 적용했다. 하지만 초기 100자평은 '안티조선' 등 조선일보에 대한 뿌리깊은 비판 세력을 의식, 78시간 동안만 글쓰기가 가능하도록 제한됐다.

이후 때마침 노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노무현-언론(조선일보)'간 갈등까지 겹치면서 조선일보 인터넷 100자평은 욕설과 일방적 비방글이 쏟아지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조선일보 논조를 비판하는 특유의 '거친' 정치적 주장이 쇄도하자 같은 해 4월초부터 100자평은 실명제로 전환됐다. 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78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됐다.

또 특정 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디지틀조선은 같은 해 7월부터 김대중칼럼, 류근일칼럼, 이규태코너, 조선데스크, 태평로, 전문기자칼럼, 기자수첩 등 모든 기명칼럼에 100자평을 아예 달지 않는 조처를 취했다. 당시 이같은 조처에는 조선일보 편집국 내부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조선일보 인터넷사이트에 대한 관리가 본사 편집국 직할체체로 바뀌면서 독자참여 확대와 쌍방향을 대폭 살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김대중 칼럼'만은 예외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15일 대대적으로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주제토론장인 '1000자평'을 신설하는 등 커뮤니티 기능을 크게 강화했지만 '김대중 칼럼'에는 아직까지 100자평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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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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