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계곡에 가을은 이미 와 있었다. 고도에 따라 줄을 세운 듯 늦여름과 초겨울까지 차례로 채비를 하고 있었다.임윤수
이러쿵저러쿵 벌어지고 있는 세상 만사를 법계의 기준으로 보면 어떻게 생각될까? 무한 경쟁의 늪이며 돈과 권력이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있는 아수라의 세상이 속계다.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해 고뇌하며 몸부림치고 올가미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 모르고 상대방 애간장 다 녹이고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악담과 시기가 성성한 곳이 속계다.
돈과 권력을 움켜잡아 한바탕 떵떵거리며 살기 위해 권모술수와 사기 그리고 계략과 정략적 이합집산이 판치는 우리들의 삶이 펼치는 마당, 숨쉬기조차 곤란하도록 비좁고 야박한 세상이 바로 속계가 아닌가 모르겠다.
잠들고 병든 날, 걱정, 근심에 속고 속이려 발버둥치며 보내는 시간 다 빼고 나면 채 40년도 안 되는 짧은 삶을 살아가는 속계의 우리들이 별별 수단 다 동원하고, 있는 지혜 없는 지혜 다 짜내며 야단법석을 떨지만 법계의 기준으로 보면 아주 하찮은 어린아이 투정이나 미물들의 꿈틀거림쯤으로 생각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법계란 질곡의 곡해를 넘고, 깨달음으로 광명의 빛이 비추며 생로병사의 고뇌도 사라지고 시기와 질투가 존재하지 않는 크고 넓은 마음이 상생하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천년이 될지 만년이 될지 모르는 무한의 깊이를 가진 곳이라고 한다.